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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Mar 04. 2019

첫 삽을 뜨고 첫 벽을 마주하다.

기초공사 1일 차 : 터파기와 거푸집 작업

 드디어 착공신고가 경산 시청으로부터 수리가 되었습니다. 건축신고와 착공신고 모두 1회 보완으로 무리 없이 넘어간 것이 꽤 잘한 것이라는 게 스스로 아주 조금 뿌듯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집을 짓기 시작하는 단계가 다가왔습니다. 물론 건축주들과 스스로에게 기념하는 장소이긴 하지만 뭔가 대뜸 집을 짓는 부분들로부터 시작하게 되어 아쉽습니다. 아마 기초 공사가 마무리 즈음 양생기간 동안 설계가 이루어졌던 스토리와 배경에 대해서 정리를 하고 싶습니다.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그동안 모니터만 바라보고 살던 탓도, 나름 설레는 기분이 올라와서 그런 탓도 있었습니다. 새벽 5시 반이나 돼서야 잠들었고 현장에는 약속시간에 10분 정도 늦어버렸습니다. 굴삭기 기사와 배치도를 같이 보며 첫 삽을 뜰 위치를 잡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약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터파기는 끝나버렸습니다. 그런데 자갈을 싣고 온 덤프트럭 용량보다 잔토가 많이 나와 이리저리 전화를 해보지만 다음 차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마침 지나가던 덤프트럭을 굴삭기 기사님이 손짓하며 현장 섭외를 해버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통행에 무리가 없다면 작업량에 비해 사이즈가 큰 굴삭기를 구하는 것이 작업 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업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어 오전에 가설자재 업체와 배관설비자재 업체 두 곳을 방문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물건도 보고, 정겹게 얼굴을 봐야 과정이 빠른 것 같습니다. 터파기와 잡석 다짐 과정은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기사님과 식사를 하고 현장에서 차후 사용할 골재들을 삽으로-기계로 떠서 주변에 깔아 놓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뒤에 유로폼과 부속 자재들을 받습니다. 



 거푸집이 도착한 뒤에 터파기 한 대지에 규준틀 작업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규준틀로 만들어 놓은 나무 말뚝이 아무리 해도 땅에 박히질 않아서 난감하고, 급히 공수해온 쇠말뚝으로 시도해봐도 바로 밑에 암석이 있는 것처럼 박히질 않았습니다. 정말 쉬운 일이 하나도, 단 하나도 없습니다. 



거푸집과 단관 파이프(비계)를 펼쳐 놓으니 그럴싸한 모양이 납니다.




 그래서 우선 몇 개 조립해 보며 요령을 찾으려고 몇 개 꼼지락 대다가 해가 저물어 버려서 돌아와 버렸습니다. 거푸집이 생각보다 무겁고 핀이 잘 맞지 않아서 몇 번을 넣었다 뺐다 망치로 때렸다 비틀었다 난리를 쳐서 겨우 모서리를 하나 만들어 봤습니다. 그런데 다대고리(훅)에 파이프를 거는 게 아니고 파이프를 핀 넣을 때 같이 해야 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다시 다 풀고 무거운 거푸집을 한 손에 무릎에 파이프를 받치고 맞지도 않는 구멍에 핀을 계속 넣으려고 하는데 도저히 요령이 생기지 않아서 첫날부터 험하게 몸고생 마음고생하고 왔습니다. 




그래도 하나는 이쁘게 맞춰놓고 올 수 있어 기쁩니다.



 퇴근하고 집에 와 씻고 빨래하고 정산하고 저녁 먹고 들어오면 거진 8시 반입니다. 저녁 없는 삶이 되어버린 외로운 일꾼입니다. 내일은 자재도 많이 들어오고 또 정신없겠지만 정확하지 않더라도 완벽한 수비력의 성벽을 쌓아놓고 돌아오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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