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이 순식간에 지났다. 담당의가 이야기했던 6개월의 3분의 2가 지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아직 그렇게까지는 약해지진 않았다. 식사도 잘하시고, 우리와 있을 때 행복해 보인다. 가끔은 아무 말 없이 나란히 앉아만 있어도 서로가 위안이 되고 따뜻한 기분이 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에게 특히 가혹했던 올해도 끝이 보인다. 2021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엄마는 마음을 조금 열고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어디서나 존경받아 마땅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소식을 건너 건너 들은 친구들이 엄마를 무척이나 보고 싶어 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을 만나면 눈물바다가 되는 게 너무 싫어서 사람들을 피했지만, 결국엔 그게 위안이 되기 시작했나 보다. 그래서 나도 잘 모르는 사이에 엄마는 간간히 가벼운 여행도 즐겼었다고 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직전에 엄마는 어딘가를 들렀다가 우리 집에서 자고 가겠다고 했다. 우리는 언제나 마찬가지로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평소 잠을 설치던 나지만 그날따라 일찍 잠에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엄마는 콩나물국을 끓이고 계란 프라이로 내 아침밥을 차려 놓으셨다.
엄마의 콩나물국은 언제나 그렇듯 담백하고 구수했다. 어릴적 나는 항상 계란을 완숙으로 먹었고 동생은 반숙으로 먹었다. 그리고 어느새부턴가 엄마는 귀찮으셨는지 거의 스크램블처럼 후라이를 해주시곤 했다. 근데 나는 이제는 반숙이 더 좋지만, 그냥 이것도 하나의 우리만의 추억이라고 괜시리 뿌듯해하곤 했다. 나는 잘 먹겠습니다는 말도 없이 꾸역꾸역 먹고는 바로 씻고 나서 엄마를 한번 가볍게 안아주고 출근을 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책상 위에 크리스마스 카드가 한 장 있었다.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했었어야 했다. 사랑한다고 진심을 다해 말했주었어야 했다. 너무나 무뚝뚝하고 바보 같은 아들은, 그동안 외면했던 감정들을 마주하고는 혼자 불 꺼진 방 안에서 훌쩍거리기나 했다.
다음에 만나면 꼭, 따뜻하게 안아줘야지.
2021.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