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학교 나왔는데, 인턴이래요..

처음 합격한 회사는 나를 정규직으로 원하지 않았다.

by 아기상어

대부분의 면접은 이렇게 시작된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떤 경험이 있으세요?”

“자격증은 있으신가요?”


그날 내가 받은 첫 질문은 이랬다.

“확률이 뭔가요?”

순간, 입이 얼었다.

통계학과를 나왔지만, 머릿속은 하얬다.

왜 이걸 묻는 거지? 대기업 면접에선 이런 질문 안 나오던데.

마치 대학원 구술시험을 보는 기분이었다.


“불편추정량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다중공선성이 뭔지 이야기해 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회귀계수의 의미는 뭘까요?”


면접은 그렇게 한참 이어졌다.

자기소개도, 지원 동기도 묻지 않았다.

그냥 줄곧 물어댔다.

나는 교수님 앞에서 답변하는 학부생처럼,

조심스럽고 공손하게 단어 하나하나를 꺼내고 있었다.


그런데 중간부터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렀다.

“야근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렇다면 야근 없는 조직 구조는 어떻게 가능하다고 보세요?”

“업무 효율을 수치로 나타낸다면, 어떤 방식이 합리하다고 보십니까?”

이쯤 되니 면접이 아니라 ‘논술구술 케이스스터디 토론’ 같은 느낌이었다.

어떤 정답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 말의 구조, 태도, 흐름… 그런 걸 보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했던 건,

면접관이 한 명뿐이었다는 점이다.

질문하고, 반응하고, 또 질문하는 그 한 사람이

끝까지 나를 압박했다.

좀 과장하자면, 나를 해부하듯 파고들었다.


며칠 뒤, 연락이 왔다.


“정규직이 아닌 인턴으로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머리가 띵했다.

나는 좋은 학교를 나왔고,

그간 꽤 오랜 시간 준비해 왔다고 생각했다.

이력서에 빈칸을 메우기 위해 자격증을 따고,

수십 개의 자소서를 냈고,

수없이 떨어졌다.

그 와중에 이 회사는 처음으로 합격 연락을 준 곳이었다.


하지만 정규직이 아니었다.

인턴이었다.


면접관은 “당신의 가능성은 보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 귀엔

“당신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말로 들렸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날 나를 홀로 심문하듯 면접 보던 사람,

그는 내가 배정될 부서의 팀장님이었다.


그 순간 모든 게 이해됐다.

왜 그렇게 디테일하게 물었는지,

왜 학문적인 질문을 쏟아냈는지.

그는 ‘어느 정도 준비된 사람’을 원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였을까.

입사 후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팀장님을 부르다 말고 자꾸 이렇게 말했다.

“아,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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