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다정한 사람
내 나이 서른 살, 부모로부터 독립되어 월세와 공과금을 내기 시작했다. 빨래도 청소도 집안일도 설거지도 모두 내 몫. 그중에 욕실 청소도 물론이다. 나의 독립 소식에 가장 기쁜 건 나였지만 나만큼이나 내 부모와 내 남자친구도 그 소식을 반겼다. 나 또한 남자친구가 내 집에 놀러 오는 것에 불만은 없었다. 더 이상 늦게까지 하는 카페를 알아보지 않아도 되고, 비가 오면 갈 곳을 찾지 않아도 되고, 디카페인이 제공되는 편한 카페를 찾지 않아도 되니까. 그렇지만 걱정되는 것 한 가지는 소변이었다. 남자는 서서 소변을 보고 여자는 앉아서 소변을 본다. 간혹 가정교육이 잘 된 남성들은 알아서 앉아서 볼일을 본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 아빠도 내가 어렸을 땐 서서 소변을 보다가 나이가 들면서 자세를 바꾸셨다.
남자친구가 내 집에 놀러 와서 소변 자국을 잔뜩 남겨두기 전에 미리 내 집에 올 거면 오줌은 앉아서 싸야 된다고 말을 전해야겠다.
그런데 웬걸.
남자친구가 내 집에 왔을 때 나는 깜빡하고 그 사실을 전하지 않았고 놀랍게도 남자친구는 앉아서 볼일을 봤다. 그렇다.. 남자친구는 이미 앉아서 소변을 보는 남자였던 것이다!!
이런 다정한 사람.
내 남자친구는 오줌을 앉아서 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