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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근 Content Writer Feb 12. 2020

악공청 활용과 살아 숨 쉬는 종묘 만들기

외래관광객 2천만 명 시대에 유ㆍ무형 문화유산 체험기회 마련

세계문화유산 종묘의 정전 (사진=서헌강)  


세계문화유산 종묘에서 오늘날까지 600여 년을 이어온 제사가 있다. 종묘대제다. 종묘제례는 조선왕실의 국가제사로 규모가 가장 크고, 중요했던 의식이다. 현재는 매년 봄과 가을에 개최된다. 5월은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국제문화행사로 거행하고, 11월은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 주관한다. 이 제례의 구성요소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종묘제례악이다.


종묘제례악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다. 1964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처음으로 지정된 무형문화재 종목이다. 그리고 국가무형문화재 제56호 종묘제례와 함께 유네스코에 최초로 등재된 우리의 무형문화유산이다. 이 종묘제례악은 연주와 노래(악장), 춤(일무)으로 구성된다.


인류무형유산은 유네스코(UNESCO)가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국가적, 국제적 협력과 지원을 도모하고 보호하기 위해 등재하는 제도다.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선정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인류무형유산은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등재를 시작으로 2003년 판소리, 2012년 아리랑, 2018년 씨름 등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20건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문화대국으로의 위상에 큰 역할을 차지한 것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의 문화유산인데, 세계유산, 세계기록유산과 함께 인류무형유산이 그것이다.


종묘제례악은 종묘대제에서 제례를 행할 때 의례와 함께 연주와 노래, 춤을 신에게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종합의례인 종묘대제는 사람과 사람에 의해 600여 년을 이어온 세계 유일의 살아있는 제례의식으로 종합의례이며, 총체예술이다.


전통시대 국가통치를 위한 핵심가치는 '충과 효', '예와 악'이었다. 이를 실천하던 대표적 공간이 바로 종묘였다. 종묘는 국왕이 그 조상을 섬기는 모습을 통해 '효'의 실천 의지를 백성에게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이는 '효'를 이루면 '충'이 되므로, 종묘의 궁극적 의미는 국왕이 백성에게 효와 충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었다.


2016년 국제문화행사 종묘대제 봉행 모습 (사진=한국문화재재단)


그리고 예와 악은 종묘대제에서 의례인 술과 음식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절차에 따라 악곡을 올리는 것이다. 이 악곡은 기악과 악장, 일무로 구현한다. 종묘제례악의 악곡은 영신희문, 전폐희문, 초헌에 보태평 희문, 기명 등 11곡, 아헌과 종헌에 정대업 소무, 독경 등 11곡, 진찬에 풍안지악, 철변두에 옹안지악, 송신에 흥안지악까지 총 27곡이다.


일무가 추어지는 악곡도 24곡이나 된다. 하나의 춤이 아니라 24종의 춤인 것이다. 이 종묘제례악의 일무 전장을 외워서 제례를 올리는 역할을 종묘제례악 일무 전승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현재 국립국악고등학교 인근의 민간연습실에서 김영숙 전수교육조교(정재연구회 예술감독 겸 일무보존회 이사장)와 이미주 이수자(화동정재예술단장)의 지도로 매주 토요일과 월요일 전수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종묘제례악도 다른 무형문화재처럼 독립적인 전수교육관이 건립되면 좋겠지만, 다른 방안을 제시한다. 종묘제례악 일무의 전승장소로 종묘의 악공청 현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종묘 현장에는 악사와 일무원들의 공간인 정전 악공청, 영녕전 악공청이 있다. 현재는 관람객의 휴식공간으로만 활용되고 있으며, 종묘대제 당일에는 악사와 일무원이 대기장소로 사용한다.


2011년 종묘대제 봉행 당일 악공청에서 종묘제례악을 연습하는 일무원 (사진=주병수)


이 종묘 악공청을 매주 종묘제례악 일무 전승자들이 연습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이를 관광객에게 그대로 공개하는 방안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국립무형유산원, 그리고 문화재위원회에 이 악공청을 전승공간인 동시에 연습장소로 개방하여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외래관광객 2천만 명 시대에 유형과 무형의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자체가 살아 숨 쉬는 종묘 만들기를 위한 특화프로그램 개발이고 2020년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의 킬러콘텐츠가 된다.


이창근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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