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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찰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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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urnuri Mar 02. 2016

봉정사

 鳳停寺

몇 해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문화를 알고 싶다며 찾았던 사찰이자 현존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 자리한 불교 사찰이 안동의 봉정사이다. 대한민국 최고라는 수식어 하나만 가지고도 누구나 교과서에서 한 번씩은 들어 보았을 만한 봉정사는 안동시 서후면 천등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는 않으나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 (672년) 능인 대덕이 창건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후 여러 차례 중건과 해체 복원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고 있으며 여러 자료에 의해 특히 고려 공민왕대에 대대적인 개보수와 중창을 거쳤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당시에 만들어진 극락전과 대웅전이 현존하고 있으며 이 목조 건축물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목조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다.

봉정사 극락전

안동은 경상북도에서도 내륙도시 중 하나이다. 안동시 북서쪽에 자리답고 있는 서후면 태장리는 시내버스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이고 구 안동 고속버스터미널 건너편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봉정사 매표소까지 찾아간다. 다른 불교 사찰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봉정사도 매표소에서 10여분의 산길을 걸어 들어가야 한다. 고찰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듯한 소나무 숲을 지나 몇 분 걷다 보면 오랜 세월 속에 특별한 용도로 사용되었을 법한 산속에 넓은 공터가 하나 나타나고 이 공터를 지나 오른쪽 언덕 위로 시선 옮기면 봉정사 만세루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시선을 따라 오른편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만세루 옆으로 봉정사 본당에 오르게 되고 처음 눈에 들어오는 전각이 봉정사 대웅전이다.

봉정사 대웅전

대웅전을 돌아 안쪽으로 몇 거름 띠게 되면 고금당과 화엄강당 두 전각 사이로 대한민국 최고의 목조건축물 봉정사 극락전이 자리 잡고 있다. 봉정사 극락전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맞배지붕 형태의 정면 3칸 측면 4칸의 전각으로 공포는 주심포 형식을 갖추고 있다. 구조나 형태도 매우 간결하여 단순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목조 건축물이다. 고려 공민왕 12년 (1363년)에 중수한 고려시대의 건물이면서도 통일신라시대의 건축양식을 가진 극락전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의 해체 보존 작업을 거쳐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다. 극락전 좌우편에 위치한 고금당과 화엄강당도 조선 중기에 만들어진 수준급의 목조 건축물로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봉정사 극락전

어느 사찰 같으면 대웅전이 훨씬 주목받기 마련이지만 정확한 사료도 없고 극락전의 유명세에 묻혀 잊혔던 봉정사 대웅전은 최근 까지만 해도 그저 평범한 조선시대 목조건축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2000년 2월 지붕 보수공사 과정에서 대웅전의 건축  연대를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묵서가 발견되었고 현재 학계에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 중에 있으나  기존에 알려진 최고의 목조건축물이 봉정사 극락전에서 대웅전으로 바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봉정사는 거의 모든 전각이 조선 중기 이전에 만들어진 그야말로 대한민국 목조건축물의 보고가 되는 것일께다.

봉정사 만세루

이런 역사적 기록을 빼고서라도 봉정사는 그 자체의 향기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봉정사 경내를 나와 반대편으로 몇 걸음 떼어보면 봉정사 영산암이 뚝 떨어져 자리 잡고 있는데 얼핏 보아도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은 언덕 위로 계단을 몇 개 오르면 영산암 응진당을 마주하게 된다. 현재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전각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배용균 감독의 1989년작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불교영화의 촬영지였다고 한다. 영산암으로 끝으로 봉정사를 빠져나오면서 일반인에게는 좀 골치 아픈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되는 이영화의 분위기가 딱 봉정사 영산암의 분위기와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본다.  

[ 봉정사 웹 버전 사진 더 보기 ]


여행스케치 당간 syst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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