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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urnuri Apr 06. 2016

낙안읍성

樂安邑城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에 위치한 낙안읍성마을은 유난히 초가집이 많은 전통마을이다. 경주의 양동마을이나 안동의 하회마을과는 또 다른 분위기이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민속촌 같은 전통마을이 아니라 주민들이 낙안읍성 안에 생활터전을 꾸리고 실제 생활하고 있는 전통마을로 1983년 사적 302호로 지정되었으며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순천지방 명소가 되었다. 

낙안읍성의 기록은 1,500년 정도 된다고 한다. 마한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으며 백제때 파지성 자리가 이곳이고 고려 태조 23년 940년 낙안이라 불리기 시작하여 조선시대에는 주변 고을을 관장하는 행정중심지이자 군사요충지로 자리매김하다가 1910년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순천군에 편입되었다. 이후 여수 순천을 중심으로 철도 및 도로교통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도시가 생겨나고 역사 속에 잊힌 곳이 되었다. 

보통의 경우 성곽은 절벽이나 산기슭에 축성한다. 그런데 이곳은 평지의 마을을 둘러싸고 만들어졌다. 전형적인 읍성의 형태이다. 지방행정관서가 있는 고을을 중심으로 성곽을 만들고 성안에 민가와 관아가 공존하는 방식으로 평상시에는 행정중심지로 유사시에는 군사 중심지로 활용되도록 개발한 성곽 읍성마을이다. 이런 읍성 형태는 고려말에 등장하여 조선시대에 널리 퍼진 우리나라 고유 방식으로 현재 고창읍성과 해미읍성 등이 원형을 비교적 잘 보존하고 있다. 

낙안읍성에는 관아를 제외하면 기와 기붕이 보이지 않는다. 마을 전체가 초가집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으로 전국의 초가집들이 대부분 사라졌건만 다행히도 이곳은 보존된 것이다. 1970년대까지도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그런 오지였던 것일까? 지금도 낙안읍성을 찾기 위해서는 전남 순천까지 와야만 한다. 순천에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들어와야 하고 아니면 남쪽으로 돌아 벌교를 통해 들어와야 하는 오지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서민의 삶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이런 수고러움이 대수겠는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나지막한 성곽을 따라 여유 있게 걷다 보면 멀리 시선 끄트머리에는 산들이 병풍처럼 사방을 시위하고 있고 잘 어우러져 있는 봄꽃들이 초가집 지붕들 사이고 빼곱히 얼굴을 드러낸다. 그 사이사이 정겨운 흑길들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듯 끈 기치 않고 이 저 져 있다. 봄의 한가운데서 어떤 계절을 상상하던 잘 어울릴 것 만 같은 우리만의 오래된 삶을 엿보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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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당간 syst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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