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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urnuri Apr 07. 2016

소쇄원

瀟灑園

광주광역시 구 전남도청 인근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무등산을 넘어 무등산 뒤편 담양군에 도착한다. 이곳에 아주 중요한 문화유산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담양 소쇄원 한국의 민간 정원 중 최고라 첫 손에 꼽히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1983년 사적 제304호로 지정되었다가 2008년 명승 제40호로 변경된 이 정원은 1530년경 소쇄옹 양산보가 기묘사화로 스승 조광조가 사약을 받고 사망한 것에 충격을 받고 낙향하여 고향에 소쇄원을 지었다 한다.

소쇄원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우리 건축 특징을 조경 방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각 10여 동의 건물을 배치하고 자연미와 인공미가 조화를 이루도록 정원을 조성하였다. 일본의 정원을 보면 거의 사람이 만들어 놓은 인공정원이다. 중국의 정원은 우리와 비슷하게 원림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원은 집에 인위적인 조경작업을 하고 이를 통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인데 원림은 자연 그 자체를 조경대상으로 삼고 가능한 인공적 조경을 하지 않고 집과 정자를 배치하는 것이다.

주요 건물인 제월당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작은  팔작지붕 정자이고 광풍각은 정면 3칸 측면 4탄의 팔작지붕 집이다. 이 두 중심 건물을 역시 주변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그저 그곳에 있었던 듯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온 덕에 계절별로 다른 풍경이 연출될 것 만 같은 소쇄원은 선비 양산보가 낙향 세속을 떠나 자연 속에서 은둔생활을 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별장으로 여기에 조성한 원림까지를 포함하여 500년 가까운 세월을 원형 그대로 유지한 한국 고유의 정원이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소쇄원을 보면서 낙향한 선비가 개인 혹은 가문이 소유한 원림에서 세월을 보냈다 하니 그들의 풍류가 부럽기도 하거니와 반대로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는데 어떤 사회구조이기에 양반들은 이런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었나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전문가들이 논의할 대상이지만 소쇄원을 둘러보면서 당신 양반사회의 생활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지금 당장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잘 만들어진 정원 소쇄원의 또 하나 볼거리는 입구에 들어선 대나무 숲이다. 담양 지역이 원래 대나무로 유명하지만 무등산 자락에 조성된 원림까지 이런 지역의 특징을 그대로 담아 울창한 대나무 숲을 조성 소쇄원 전체가 대나무 숲 속에 파 묻혀 있는 듯하다. 소쇄원을 나오면서 이 역시 양반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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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당간 syst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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