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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Aug 13. 2024

다시 만난 제주 사람들

4년 만에 전해준 선물

2019년과 2020년에 제주 제2공항에 관한 르포를 두 편 썼다.


https://www.gilmokin.org/index.php?mid=board_02&page=5&document_srl=9189


https://www.gilmokin.org/index.php?mid=board_02&page=4&document_srl=10162


4년이 지났다.

세 번째 짧은 르포를 쓴다.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중단 및 도민결정권 촉구 결의대회

지난 7월 초에 전화가 왔다.

“저 기억하시겠어요?”

2019년 가을 서울 광화문과 2020년 겨울 제주도에서 만난 사람. 2022년 봄 내가 제주도에 다시 가서 만나려고 했으나 못 만난 사람.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서울에 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다. 그가 닷새 후 세종시에 온다고 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가기로 했다. 전화를 끊고 장롱 안 골동품 경대 서랍 속 고이 두었던 선물을 꺼냈다.      


2024년 7월 10일 비 오는 수요일 오전 11시 세종시 국토부 북문 앞으로 갔다.

우비를 입고 카메라를 메고 우산을 썼다. 빗속에도 제주에서 비행기가 이륙해서 제주도민들이 무사히 도착했다. 2020년 1월과 2월, <제주를 만나는 길 제주를 지키는 길> 전도 도보순례 때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순례가 중단된 이래 4년 반 만에 만나는 사람들이었다. 이슈는 같았다.

'제주 제2공항 반대'      

민중 의례와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후 박찬식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공동집행위원장 발언이 있었다. 그의 발언을 옮겨 본다.     


근거와 명분에 관한 아주 단순한 산수

제주 제2공항이 필요한 근거와 명분은 막대한 관광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였다.

2045년쯤 되면 공항 이용객 4500만 명 넘을 거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2025년 수요 예측 연간 3940만 명, 현재 연간 2900만 명 정도이며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수요예측통계란 지난 10년 간 추세+앞으로 인구+GDP를 합한 것인데 제주 공항을 이용하는 관광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인구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15~64세 경제활동인구가 현재 3800만 명에 가깝다. 그런데 30년 후에는 2000만 명으로 줄어든다. 공항은 100년 대계다. 100년 후 경제활동 인구 1000만 명뿐이다. 그런데 앞으로 관광객이 더 늘어날까?

세계적인 공항설계 전문기관인 파리공항단엔지니어링(ADPi)은 제주공항의 시설 개선과 보조 활주로 활용으로 당시 수요 예측 연간 4,56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굳이 환경 파괴와 주민의 삶터를 빼앗는 제주 제2공항을 건설할 이유가 없다.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숨골 위에 공항

제주 제2공항은 제주 공항보다 1.5배 큰 공항이다. 탄소 중립을 외치는 기후 위기 시대에 녹지 165만 평 밀어가면서 공항을 짓겠다고 하는데, 그곳은 빌레용암(파호이호이 용암)지대이다. 겉보기에는 평평하지만, 내부 동굴이 많이 만들어져 있다. 천장이 좀 뚫리면 숨골이다. 제주도에 수많은 개발이 있었지만, 숨골 지대 165만 평을 개발한 역사는 없다. 공항은 고도 차이 3~40m를 높은 곳은 깎고 낮은 곳은 메워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럼 숨골을 다 막아야 한다. 그럼 물난리가 난다. 가뜩이나 성산은 제주에서 비가 제일 많은 지역으로 해마다 물난리가 난다. 그곳에 공항을 지으면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줄어들게 된다. 지하수가 줄어들면 염분이 더 많이 들어가서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게 된다.      


철새 도래지 벨트 

공항 부근에 철새가 날면 이착륙 시 항공기와 충돌할 위험성이 크다. 그런데 제주 유일 성산-남원 해안 철새도래지 벨트가 공항 부지 8km 이내 하도리, 종달리, 오도리에 있다. 그런데 철새도래지를 없애지도 못하고 위험하지 않다고 하려니 172종류의 철새를 133종류 제외하고 40여 종류만 있다고 평가한다. 또 흑산도 공항 평가 시 위험한 조류를 제주 제2공항 평가에선 위험하지 않다고 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세 차례나 보완하고 반려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한다고 해결되는가. 입지 타당성에 관한 문제는 고시하기 전에 지금 재조사로 검증해야 한다.      


“국토부는 왜 제주의 항공 수요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제주 소중한 자연환경이 있는 165만 평을 왜 밀어야 하는지 분명하게 답변하십시오. 철새도래지, 숨골, 동굴이 있는 곳에 왜 공항을 짓고자 하는지.”      


“제주 환경 다 망치고 제주 미래 막아버리는 제2공항 중단하라!”     


영상 시청 후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대표와 전날인 7월 9일 화요일 14시 50분 서울행정법원 지하 204호에서 행정소송이 열린 가덕도 신공항 반대시민행동 김현욱 대표의 발언도 있었다.     


 

그리고 오창현 제주 제2공항반대 성산읍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국토부 장관, 환경부 장관, 관료들,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곳건 들으라. 이 귀껏들아.’(말하면 들어라, 멍청이들아) 두 가지만 얘기하겠습니다. 맹꽁이 멸종 위기종이 습지에 움츠려 가만히 있다가 비가 오면 짝짓기 하러 잠깐 나옵니다. 소리가 엄청 난데 어떻게 어디에다가 옮겨요? 또 우리 지역 사람들이 탐사하다 굴 밑에 어마어마한 호수가 있어서 탐사를 못 했는데 거기가 공항 부지입니다. 그걸 막고 거기다 공항을 짓는다고? 좀 제대로 조사했으면 좋겠습니다.”     



공연과 결의문 낭독 후 이장님 두 분과 박찬식 공동집행위원장이 항의 서한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하고 결의대회는 끝이 났다.     


결의대회가 끝나기 직전에 나는 준비해 간 선물을 한 사람에게 주었다. 2020년 초 제주에 두 번이나 갔을 때 제주 사람들의 환대가 무척 고마웠다. 그래서 서울에 오자마자 전화로 물었다. 어떤 단어를 좋아하느냐고. 한 명은 ‘용기, 사랑, 웃음’이었고 다른 한 명은 ‘사람과 함께’였다. 나와 벗은 내 것과 똑같은 동판 열쇠고리를 만들었다.


2년 후인 2022년 3월 말, 문정현 신부님을 위시한 봄바람 순례단과 사흘간 영광, 순천, 광주, 장성, 진도, 목포를 순례하고, 4월 첫날 4.3 항쟁 추모 도보순례를 하러 제주도로 갔었다. 제주도에 갈 계획을 세웠을 때 그 선물부터 고이 챙겼다. 예전처럼 그들을 반갑게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내 가슴의 온도는 그대로였으니까.


남원 귀정사 깊은 산골에서 살고 있던 나는 바깥세상에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그렇게 기승인 줄 체감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이 육지 사람을 만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섬에 가서 위험한 일을 당한 건 오히려 내 쪽이었다. 때문에 4·3 항쟁 추모 도보순례도 90km 만에 중단해야만 했고, 더 속상한 건 故 고현주 작가 생전에 만날 수 있었던 기회를 영영 놓치고 말았다. 그 이후 다시 제주도에 갈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4년 반 만에 건넨 선물은 어쩐지 초라하고 볼품없었다. 그건 그때의 순수한 마음에서 네 살 반을 더 먹었기 때문이었는지 시간이 지나 들떴던 우정도 한풀 꺾였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이 살고 있는 섬에 두 번째 공항을 짓는 일에 제주도에 자주 가지도 않는 내가 함께하는 이유는 그 건설이 온당치 않기 때문이다. 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관광객 수도 현재 공항만으로 감당할 수 있다. 게다가 공항 부지는 숨골이 있는 성산읍이다. 여러모로 합당치 않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그 섬에 공항을 더 짓겠다는 정책은 폐기가 아닌 보류를 거쳐 틈만 나면 강행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공항을 더 짓겠다는 곳은 제주뿐만이 아니었다. 수려한 경관의 부산 가덕도에도, 세계적 갯벌 명소에 방조제를 지어 해수를 막은 새만금에도 신공항을 짓겠다고 한다. 공항을 짓겠다는 곳들은 모두 생태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습지와 갯벌 등이 있는 지형이다. 그곳이 사라지면 철새도 어류도 터전을 잃는다. 그럼에도 기후재앙을 초래하는 난개발 투기 조장 세력이 자연 생태 환경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국토부는 기본계획 고시 강행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국토부는 제2공항 계획에 관한 주민투표를 시행하고 그 의견을 존중하라!”     



그날 그곳에서 오두둑을 만났다. 그이로부터 새만금 생태계 복원 기원 월요 미사가 2024년 7월 22일부터 11월 25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3시에 부안 해창 갯벌(부안군 하서면 백련리 1024-7)에서 열림을 알게 되었다.      

집회 후 세종보 위 한두리교에 가보았다. 강물이 차올라 농성 텐트와 보트가 인라인스케이트장까지 올라와 있었다. 흰목물떼새는 부화하고 물난리를 맞았는지……. 홍수가 염려되는 여름철에 세종보 수문 닫을 일은 없어 보였다.      


 강물이 차오른 세종보 위 한두리교 아래


본문보다는 조금 간결한 르포가 아래 길목인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www.gilmokin.org/board_02/24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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