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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Aug 13. 2024

새만금 갯벌 농게 도요새의 친구

새만금 생태계 복원 기원 월요 미사


새만금 생태계 복원 기원 월요 미사

세종시 국토부 북문 앞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 주장을 듣고 열이틀 후 부안으로 갔다. 

해창 갯벌 도착 직전에 새만금 잼버리 졸음 쉼터에서 멈췄다. 작년 여름 국제적 망신살이 뻗친 2023년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이 보였다. 그늘 한 점 없는 그 땡볕에서 전 세계 어린 청소년들을 야영시켰다니 끔찍했다.      


2023년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

   

매향비에서 마른 갯벌로 내려갔다. 천주교 전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주최하고 정의평화위원회가 주관하는 새만금 생태계 복원 기원 월요 첫 미사에는 55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김선태 사도 요한 주교님이 주례를 하셨다.      


새만금 생태계 복원 기원 월요 첫 미사

  

보편 지향 기도는 다음과 같았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2. 공동의 집인 지구 공동체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3. 새만금의 생태적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4. 새만금 생태계 복원과 상시 해수유통 실현을 위해 기도합시다.     


양 끝 문규현 신부님과 문정현 신부님


영성체 후 광주대교구 함평호영본당 이준한 주임신부님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한빛 원자력 안전협의회 김용국 위원장이 연대 발언을 하셨다. 얼마 전인 6월 12일 부안에서 강도 4.8 지진이 일어났을 때 방조제가 무너지길 바랐다는 주민의 마음. 그만큼 해수유통은 시급했다.      


 영성체


이후 문규현 신부님의 글을 문정현 신부님이 새긴 성경구절 현판식이 공개되었다.      


이 강이 흘러 들어가는 곳은 어디에서나 생명이 넘친다

문규현 쓰고 문정현 새기다 에제키엘 47장 9절     


이 강이 흘러 들어가는 곳은 어디에서나 생명이 넘친다


현판식 공개를 하는 찰나, 나는 두 신부님 뒤에서 로우 앵글로 촬영하려고 오른쪽 무릎을 꿇었다. 악- 무언가엔 찔렸다. 카메라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자줏빛 굵은 가시가 보였다. 첫 미사가 끝나고 사람들은 돌아가고 의자와 천막을 치우고도 마른 갯벌을 쉬 떠나지 못했다.      


오두둑과 두 신부님

    

근처에서 평화바람과 함께 죽으로 식사를 했다. 그런데 식당 안으로 영화배우가 들어왔다. 영화 <수라>에 출연한 오동필 씨였다. 새를 촬영하는 그는 사진 전시회를 하는 듯했다. 식사 후 유성기업 투쟁 때 자주 보았던 김설해 감독이 사진 한 장 부탁과 연명 요청을 했다. 오키나와 주둔 미군 성폭력 OUT! Flower Demo였다. (이 서명은 8월 3일까지였다.)     


식사 후 익산역 근처 내과를 찾았는데 오후 6시가 넘어 대부분 영업을 종료한 후였다. 하는 수없이 다음 날 아침 동네 내과를 찾아가 파상풍 예방접종을 했다. 그다음 날부터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했다. 의원에 전화해 물어보니 예방접종 부작용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여름 감기 같았다.     

 

일주일 후인 월요일, 2024년 7월 29일에 몸도 아프고 일도 많아 고민했다. 하지만 지난주만큼 많은 분이 오진 않을 듯해 한 사람이라도 더 보태야 한다는 심정으로 출발했다. 부안으로 가는 길에 전북특별자치도라는 표시를 보았다. 


전라북도는 2024년 1월 18일부터‘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려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전북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규제혁신을 통한 글로벌 생명경제도시를 조성함으로써 도민의 복리증진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 고자 지방자치단체로 출범했다. 생명산업 육성과 전환산업 진흥으로 농생명, 문화관광, 고령친화, 미래첨단, 민생특화 5대 핵심 산업을 이룩해 나가겠다는 전북특별자치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인 새만금 갯벌을 메워서 저절로 자라나는 어생명을 죽이고 농업을 특화 발전시키겠다는 전북. 그곳의 부안 해창 갯벌에 오후 3시, 여덟 분의 신부님과 70여 명이 모여 있었다.     


피어라 생명 다시 만나 짱뚱어


이날 집례하신 장계 성당 손년홍 타대오 신부님은 새만금 방조제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짚어주셨다. 

1991년부터 2010년까지 19년 동안 세계 최장 33.9km의 방조제를 쌓아 바다를 막고 지리산만한 산 열댓 개 분량의 흙을 쏟아부어 바다를 메워 농지를 만든다고 시작한 22.79조 원 들인 새만금 사업. 30년 넘도록 진행되고 있지만, 전북 인구는 줄고 있다고.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갯벌에서 신항만 사업은 불가능하다. 

연간 14만 회 항공기 운항 수요 규모 계획인 신공항에 대해서는 현재 있는 군산 공항은 저가 항공으로 제주도만 1일 3회 왕복 운항할 수 있는 공항인데 미군 소유라 미군에게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하는 공항. 기후 위기 탄소 중립 시대에 공항도 시대착오적이지만 신공항은 미군 군사 공항을 늘이는 일임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렇게 논란의 여지가 많은 신공항 부지는 영화로 유명해진, 생명이 살아나고 있는 수라 갯벌이다. 

부안이 살기 좋은 곳인 이유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바다에 나와 캐기만 하면 됐다. 새만금 별 무늬 백합 조개가 전국 80% 이상 생산되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전라북도에 흐르는 두 강 동진강과 만경강을 막아버렸으니 신체로 말하면 항문이 막힌 거나 다름없다고. 인체나 자연이라 뚫려야 할 곳이 막히면 탈이 나는 법. 막아 놓으니 수질은 상류조차 4, 5급수가 되었다고. 이 모든 문제의 해결하고 생물과 갯벌이 살아나게 하기 위해서는 상시 해수유통만이 답이라고.      


미사 중에도 비행기는 날아가고

    

상시 해수유통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도지사가 나서야 한다. 최근 특별자치도로 바뀌었으니 전라북도지사의 실권이 더 강화되었을 텐데 김관영 전라북도지사는 새만금에 카지노 사업을 추진하려 했었다고 한다. 그는 현재 상시 해수유통을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만금이 실거주지인 전라북도민들은 어업 생존권을 빼앗긴 채 무엇을 하고 있는가? 미사에는 전주교구 신자들이 많은 수 참여했다. 더 많은 전북도민이 나서야 할 것이다.      

이 서명 운동은 2024년 8월 9일 수요일까지 천주교 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로 서명서를 우편 또는 팩스(063-230-1172)로 보내는 방법과 온라인 서명이 있다.      

미사가 끝나고 사람들 대부분이 돌아가고는 문정현 신부님이 말씀하셨다.

“예전에는 여기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었어.”      


새만금 죽음의 갯벌을 생명의 갯벌로

   

20년 전 바닷물이 차 있던 그 바닥에는 지난주 찔렸던 자줏빛 가시가 가득했다. 바닷물이 들어왔다면 그 가시나무는 자라지 못했겠지. 물이 닿지 않는 갯벌에 맛살이나 백합살이나 바지락살처럼 말랑말랑 연한 것들은 사라지고 딱딱하고 험한 것들이 자리했다. 

그 예전이었던 2003년 새만금 갯벌 살리기 100회 미사와 삼보일배 때는 검은 머리칼의 문규현 신부님과 20년 젊은 문정현 신부님이 계셨다. 지금 두 분은 연로하신 만큼 건강 상태도 좋지 않으시다. 두 분이 혼신의 힘을 다하시는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해창 갯벌

    

돌아오는 길, 동진강과 만경강을 자동차로 지나왔다. 언젠가 그 강줄기를 탐색하며 천천히 부안으로 가보고 싶다. 지난주에 새만금 생태계 복원 기원 월요 미사와 상시 해수유통 서명 운동에 동참합시다!’ 현수막이 높이 걸려 있던 함열 성당을 지났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연대는 계속되어야 한다.      

8월 5일 월요일에도 세 번째 새만금 생태계 복원 기원 월요 미사를 드렸다. 이 미사는 11월 25일까지 매주 월요일 부안 해창 갯벌에서 드릴 예정이다. 현장에 못 가시는 분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함께하실 수 있다. 평화바람의 오이가 안식년이라 오두둑이 생중계 영상을, 어쭈가 음향을, 딸기가 스틸 카메라 외 준비와 진행과 철수 등 많은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문정현 신부님과 문규현 신부님 외 많은 신부님들과 형제자매님들이 함께 모여 바닷물이 흘러 새만금 갯벌이 살아나기를, 이 땅에 군사공항이 생기지 않기를 매주 기원하고 있다. 

새만금 갯벌 농게 도요새의 친구라면 누구든지 11월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세 시 부안 해창 갯벌(부안군 사서면 백련리 1024-7) 매향비 아래로 찾아오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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