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부터 나아리까지 월성원전인접지역주민이주대책위원회 10주년 자전거 순례
짐을 다 챙긴 아침에 폭우가 쏟아졌다.
한 달 동안 준비한 의지를 꺾을 만큼 무서운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였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도 비는 계속 내렸다.
순종.
혹은 안전.
기차역 대신 집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 방수 신발 커버를 찾아 헤맸으나 인터넷 쇼핑에서나 파는 걸 이 시골에서 살 순 없었다.
한 달을 준비했다.
마음으로는 8개월을 준비했다.
그러나 결국 비 앞에 인간은 굴복하고 마는가.
2024년 8월 25일 일요일 고성 통일전망대~화진포 9km
8월 26일 월요일 고성군 거진읍~화진포~거진 / 거진~간성 북천철교~거진 41km(합 50km)
8월 29일 목요일 간성 터미널(북천철교까지 3km)~봉포해변 24km(74km)
8월 30일 금요일 봉포해변~정동진 94km(168km)
8월 31일 토요일 정동진~노곡항 84km(252km)
9월 1일 일요일 노곡항~나곡 북면성당~울진 은어다리~울진터미널 36km(288km)
9월 8일 일요일 울진터미널~민박 5.2km(293.2km)
9월 9일 월요일 민박~강구터미널 85.2km(378.4km)
9월 15일 일요일 비 강구시장~강구터미널 1.6km(380km)
우리나라 최북단에서부터 380km를 달렸다.
아무도 없이 혼자서 달렸다.
작은 접이식 자전거에 무거운 가방을 매달고.
얕은 턱에도 넘어지고, 많고도 많은 고개 마루마다 자전거를 끌고 걸어 산을 넘으면서 9일을 왔는데도 아직 갈 길이 멀다.
9일 기도도 있는데,
뷔나의 바퀴는 너무 작고, 멍든 내 육신은 힘이 약한 데다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는다.
떠나지 못한 오늘,
그동안의 길을 적어본다.
적는 데까지 적어본다.
그리고 마침내 9월 21일 토요일 포항 구포휴게소~감포 17km+봉길터널~월성핵발전소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농성천막 맞은편 솔밭 3km=20km
총 400km 자전거 순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