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나 지인 혹은 독자
하나뿐인 검정 가죽 구두를 삼만 원에 팔러 가는 길에 문자가 왔다.
책과이음 출판사에게 업무상 발송해 달라고 부탁한 네 곳 중 두 군데가 출판사였다.
그중 한 곳에서 책을 받고 먼저 보낸 문자.
독자부 담당자가 편집실에 잘 전달하겠다고, 감사하다고.
황급히 전화를 했다.
편집실에 주지 마시고 당신이 읽으시라고. 당신에게 보낸 거라고.
"...... 저는 샀어요."
예상치 못한 답변이라 얼떨떨했다.
그 담당자는 내 책에 등장하는 사람이다.
해남 백련재 정원 일기 4 나를 울리는 것들에.
휴간되는 잡지 출판사에 전화해 울먹이며 통화했던 이.
후에 통화로 그이가 나를 기억하고 있음을 알았다.
수많은 구독자 중 한 사람인 나를.
그이는 내 책이 나오자마자 구매한 것이었다.
주말에 책이 도착했다.
어제부터 책에 등장하는 분 위주로 고마운 한 분 한 분 주소를 쓰고 발송 준비를 하던 차였다.
그런데 책이 내게 오기도 전에 사람들이 책을 사기 시작했다.
책과이음이 블로그에 홍보한 날부터였다.
책을 내보기 전에는 나도 책 받는 게 당연했다.
비움실천한다고 거저 주는 책을 안 받기도 했으니, 받아주는 것만 해도 생색낼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책을 내보고 나니 책을 사주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되었다.
아주 친한 사람이나 내가 어떻게 살면서 글을 썼는지 아는 사람이 책을 주문하겠다고 하거나 구매한 책 사진을 보내올 땐 친한 만큼 잘 아는 만큼 무척 고마웠다.
그런데 나와 일면식도 없이 내 책을 샀다는 그 출판사 독자부 담당자에게서는 조금 다른 감동이 전해졌다.
미미한 인연도 챙기는 사람.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
잘 살아야겠다.
잘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