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9개월만에 닿은 인연
엊저녁에 사진과 함께 문자 한 통이 왔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진에는 '사람과 함께' 글씨가 있었다.
2020년 2월, 제주의 두 사람에게 우정에 대한 감사로 꽁냥꽁냥 만들었던 동판 열쇠고리.
받을 사람에게 좋아하는 단어나 문구가 뭐냐고 물었고 그 문구를 새겼었다.
'용기, 사랑, 웃음'
'사람과 함께'
그리고는 언제 줄지 몰라 고이 간직하고 다녔었다.
일본과 미국도 발송하고 며칠이면 우편물이 도착하는 요즘에.
2년 후인 2022년 4월, 제주에 갔을 때 만나서 주려고 애썼지만 못 만나고 돌아왔다.
다시 2년이 넘어 올 7월에 세종시에서 만난 한 명에게 두 개를 모두 전달했다.
그중 한 개가 넉 달 만인 어제 나머지 한 명에게 전달된 것이다.
만든 지 장장 4년 9개월 만이었다.
열쇠고리는 오 년 가까이 지나도 변색이 없었지만 그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함께 만들던 웃음과 기쁨은 간 데 없고 쑥스럽게 이름만 새겨진,
서로를 생각하던 따끈한 우정도 시들해진.
하지만 다시 제주에 갈 수 있는 용기가 조금 생겼을까?
그게 그이가 믿는 '사람과 함께'라는 대목 덕분일까?
인연이 있다면 그건 언제까지 이어질까?
다만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문구를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까 생각해 본다.
.......
찾기까지 좀 오래 걸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