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고장
일요일 밤 안방에 들어와보니 보일러 계기판 전원이 꺼져있었다. 토•일요일 보일러를 틀지 않았기에 언제 꺼졌는지도 몰랐다.
밤에 보일러 회사에 인터넷으로 상담 신청을 하고 아침에 일어났다. 둘러보니 이층 전기는 들어오는데 보일러가 있는 지하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전기 문제인 듯해 보일러 기사 수리 요청을 철회했다.
인덕션으로 냄비 두 개에 물을 두 번 끓여 머리도 감고 샤워도 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물을 콸콸 썼던가. 절약하는 재미도 있었다.
대전에 가서 북콘서트 겸 점심식사를 하고 부안에 가서 미사 드리고 가력갑문과 수라갯벌을 보고 밤중에 집에 돌아왔다. 그 사이 주인집에서 지하실의 고장난 전기를 고쳐놓았을 줄 알았다. 그러나 집안 보일러 계기판은 여전히 새까맸다.
냄비 하나에 물을 끓여 씻었다.
어린 시절 석유곤로에 물 끓이던 시절이 떠오른다. 연탄 부뚜막도 있었고 연탄 보일러도 있었다. 기름 보일러 거쳐 도시가스가 들어오는 시절에 이곳은 LPG를 쓴다.
하필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하는 이 때 보일러 고장이라니. 난방은 못 해도 따뜻한 물이 필요하다.
간단한 수리면 복구할 수 있을 것 같은 전기를 고쳐줄 사람 없는 시골 생활. 덕분에 세면대 대신 대야를 사용하게 되는 향수 돋는 시골 생활. 새벽에 깨서 적막하게 폰으로 한 자 한 자 적는 춥고 고요한 시골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