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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Dec 24. 2022

굴뚝새의 모험 1

정원을 찾습니다 - 은목걸이 




“여기 있는 것들 중 마음에 드는 것 하나 가지세요. 마지막이니 그냥 드릴게요.”

내 창조주가 말했다. 


매일 오던 손님이자 수강생은 공방을 휘 둘러보더니 목걸이 액자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액자 안의 다섯 개의 목걸이를 하나하나 살펴보더니 드디어 하나를 골라 들었다.

“이걸로 할게요.”


빨간 줄에 매달린 은으로 만든 굴뚝새, 즉 나는 그렇게 새 주인의 목덜미에 날아가 앉았다.     


페스트보다 더 넓게 전 세계를 마비시키기 시작한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폐업을 시작하던 2020년 봄, 나는 개업 이래 최초 공방 정리 할인 중 얼마 남지 않은 작품 가운데 하나였다. 


나름 입소문이 난 공예작가인 내 창조주는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서 십 년 가까이 공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럭저럭 혼자 먹고살만했다. 그러나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관광객 발길이 뚝 끊어지고 수요가 줄자 월세를 감당하기가 벅찼다. 반년이나 한해만이라도 월세를 줄여달라고 건물주에게 부탁했지만, 건물주는 묵묵부답이었다. 계약만기가 다가오자 재계약을 할 수 없었다. 공방은 폐업 수순을 밟았다. 

그 정리작업을 하던 중, 내 창조주는 자신의 유일한 수강생 목에 아끼던 나를 걸어주었다. 

그렇게 하이얀 목덜미에 내려앉은 나, 굴뚝새의 모험이 시작되었다.      


내 새로운 주인은 작가였다. 전국을 걸어서 돌아다니며 글을 쓰는 작가. 매우 멋진 사람이었다. 덩달아 나도 매우 멋진 굴뚝새가 되었다. 내 주인은 나를 목에 건 이후 한 번도 푼 적이 없었다. 그러니 내 주인이 가는 곳에 나도 늘 함께 갔다. 한쪽에만 있는 내 눈은 주인이 보는 것을 똑같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쇄골 가운데 홈이 내 둥지였으므로 귀를 기울이면 주인의 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  이 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코로나 19, 예술로 기록> 수록작 '정원을 찾습니다'의 일부입니다. 


글, 그림 일곱째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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