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전북지방환경청 앞 새만금 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촉구 천막농성
전주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 5회째, 해창갯벌부터 치면 31차 월요 미사를 드렸다.
열두 분의 신부님과 60여 명의 신자와 비신자가 모였다.
미사 때문에 전주역으로 데리러 가지 못하는 바람에 느리가 서울에서 전주역까지 기차를 타고, 전주역에서 환경청까지 버스를 한 시간 가까이 타고 왔다. 5월에 가져가지 못한 서각에 다른 것 하나까지 주문해서 가져가는 느리. 형편이 넉넉해서는 아닐 텐데 그렇게 실질적으로 연대하는 모습이 근사했다.
잠시 후 오후 다섯 시 반부터 한 시간 동안 저녁 선전전을 했다. 두 번째 연대하시는 니키도 계셨다. 선전전 후 동태탕집으로 가서 느리와 니키가 사주는 저녁밥을 먹었다. 니키는 그날부터 또 며칠간 그 시끄러운 천막에서 주무시기로 하셨다. 느리를 전주역에 데려다주고 돌아왔다.
니키가 천막에 계시는데 다음 날은 현충일로 공휴일이니 목요일에 전주로 향했다.
저녁 선전에 문규현 신부님도 오시고 군산에서 많은 분이 오셨다.
그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김치찌개와 청국장을 먹었다.
어둠이 내린 천막 앞에서 나흘째 연대하고 떠나실 니키 외 다른 분과 대화를 나누고는 귀가했다.
오후 3시부터 전주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는 32차 새만금 상시해수유통과 새만금 신공항 건설 중단을 위한 생태계복원 기원 월요 미사를 드렸다.
아홉 분의 신부님과 40명의 신자와 비신자들이 모여 있었다.
젊은 신부님의 강론은 어머니에 대해서였다.
35년간 어머니 지구가 아파하고 있다고. 이 사악한 짓을 2050년까지 하겠다고, 결정된 국가사업이니 진행하겠다고, 평화로운 이 나라를 전쟁의 위험으로 몰아넣는 새만금 신공항은 중국전면전이라고, 전 세계 전쟁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무안공항 참사는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되는 참사인데, 새만금은 그 조류충돌 위험이 630배가 높다고.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니 무고한 이들을 난자하지 말라고, 이제 더는 새와 고기들이 생명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바다와 갯벌과 우리 어머니 지구가 아파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어느새 마침성가에 ‘함께해요 부동의!’ 노래 악보가 게재되었다. 16절의 그 노래는 길기도 길어서 생명 평화 정의 신앙 네 구간으로 나눠 부를 수 있다.
저녁 선전전 시간은 점점 더 더워졌다.
문규현 신부님은 눈을 감고 계신 시간이 길어졌고, 문정현 신부님은 따각따각 서각 기도를 이어가셨다.
2025년 6월 13일 금요일
매주 전주에서 만나던 평화바람이 점심 선전전 후에 구미로 오셨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 523일째였다. 고공농성 511일 국내 최장기가 되던 6월 1일 희망 뚜벅이 때부터 공장 지킴이가 된 해남 나무와 내가 합류했다.
비가 철철 내리는 저녁에 공장이 정상 가동하던 예전 ‘오전 15분 오후 15분 흡연’하던 구역에서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장의 설명을 들었다. 국회 청문회를 위한 국민청원 5만 명이 모이지 않아 애타는 상황이었다.
투쟁도 밥은 먹고 해야 하니 평화바람이 싸 온 도시락을 펼쳤다. 내가 삶아간 햇감자 마흔 알과 텃밭에서 길러서 씻어간 상추도 곁들였다.
공장에 어둠이 내리자 빗속에 천막을 치고 나무의 연주와 노래 곁에서 우리는 함께 앉아 담소했다. 옥상의 박정혜 동지가 우리 소리를 듣고 있겠지 하며. 아래에서 두런두런 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어두운 하늘에서는 낭만과 비애가 비에 섞여 내렸다.
그곳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 아침에 신부님 서각과 나무와 연주로 짧은 공연을 하며 박정혜 동지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는 아리오나를 수라갯벌에 들게 하기 위해 나는 자동차를 몰아 다시 서쪽으로 향했다.
천막으로 가기 전에 전주 초남이 성지에 들렀다.
나의 영혼이 자꾸만 도움 있는 곳을 찾고 있었다.
33차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과 새만금 신공항 건설 중단을 위한 생태계복원 기원 월요 미사를 드렸다.
열한 분의 신부님과 31명의 신도가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천막도 없이 미사를 드렸다.
김회인 신부님이 6·15 남북 공동선언 때 작시했다는 시,
남방 두루미와 북방 적룡
-북남 최고위급 회담소식을 접하며 (2000.4.)
이어진 참회 예절 기도문이 낭독되었다.
+ 주님, 남과 북이 처음으로 손을 마주 잡았던 그 봄날, 민중과 인민은 각기 다른 언어로 평화를 호명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새만금의 생명들은 그 호명의 기억도 잊은 채 뿌리 뽑히고 있습니다. 다시 이 땅을 위해, 토혈하는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 주님, 우리에게 평화를 호명하게 하소서.
+ 남방 두루미는 갈 곳 몰라 비명을 질렀고, 북방 적룡은 오래된 상처로부터 부르짖었습니다.
서해와 동해 사이 솟대의 끝머리에서 무례한 손님들이 이 땅을 갈라 제멋대로 꿰차고 있습니다.
◎ 주님, 우리의 침묵을 걷어내시고, 생명의 편에 설 용기를 주소서.
+ 기름 냄새 그득한 정비복을 입은 민중이 주름진 얼굴에 눈부신 미소로 평화를 맞이하던 날,
아직도 그 눈물 한 방울의 무게를 기억하고 있는 지금,
새만금의 땅은 뭇 생명의 핏물로 뻘건 하늘 아래 전쟁을 위한 활주로가 되려 합니다.
◎ 주님, 생명이 숨 쉬던 그 땅을 기억하시어 다시 두루미가 날 수 있는 하늘을 허락하소서.
+ 부처의 이름을 되뇌던 인민의 입가에서 찬연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습니다.
한반도 지하를 돌아 한강을 이루고 대동강을 이룬 그 강물이 이곳 새만금 터전에서 다시 평화의 강물로 흐르게 하소서.
◎ 주님, 우리가 믿는 평화는, 국경 너머 형제의 얼굴을 향한 눈빛입니다. 그 빛을 따라 걷게 하소서.
+ 주님, 새만금의 생명과 평화가 무너지려는 이 순간
토혈과 호명이 교차하던 그 봄날을 기억하는 저희를 부르소서.
그리하여 저희가 외치는 평화, 당신의 이름으로 다시 한반도를 위한 기도의 솟대를 세우게 하소서.
◎ 주님, 이 땅을 위한 우리의 기도를 받아주시고 평화와 생명의 길로 인도하소서. 아멘.
이어진 강론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김민기 노래 <작은 연못>의 물고기 두 마리는 새만금이라는 연못에 보존과 개발이라는 말씀. 금강, 만경강의 이름이 진리, 당신의 또 다른 이름이 곧 평화. 환경부처의 선택이 평화가 되기를.
미사 후 수박과 딸기가 나눠졌다. 교인들이 떠난 후 나도 삶아간 햇감자를 꺼내놓았다. 나눠 먹을 사람이 없다면 앞집에서 한 상자나 살 수 없었을 터. 옵티칼에 갈 때부터 기회만 있으면 부지런히 삶아서 나른다.
저녁은 금세 다가오고 남은 사람들은 환경청 직원 퇴근 한 시간 동안 피켓을 들고 서있었다.
새만금 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촉구하며.
유월 천막에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2025년 천막의 4, 5, 6월이 길목인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www.gilmokin.org/board_02/26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