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6 토요일 금강호 휴게소~금강갑문교~서천갯벌 11.2km
금강호 휴게소 - 금강갑문교 - 김인전공원주차장 1 (2.3km) - 벨리하우스 (2.6km) - 동백대교 아래 (1.9km) - 한솔제지 맞은편 주차장 (3km)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1.4km) - 서천갯벌 11.2km (누적거리 23.2km)
가창오리는 죄가 없다
2024년 12월 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로 179명이 희생되었다. 항공기와 조류충돌이 원인이었다. 그때 충돌한 조류가 가창오리였다. 그러나 가창오리는 죄가 없다. 철새도래지에 공항을 지은 사람에게 죄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무안공항보다 조류충돌 위험도가 610배에서 650배까지 높은 새만금 수라갯벌에 공항을 짓겠다고 한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에서도 조류서식지 인근에 공항을 짓지 않는 게 가장 확실한 안전 해결책이라고 했다. 그런데 무엇에 눈이 멀었는지 정부와 토건세력과 그 배후가 사고 발생 위험 예상지에 공항을 지으려고 하고 있다. 이 만행을 막으려고 우리는 전주 전북지방환경청에서 서울행정법원까지 걷고 있다. 2025년 9월 11일 선고일에 맞춰 한 달 전인 8월 12일에 출발했다.
그 세 번째 행진일인 8월 16일, 금강호 휴게소에 이른 아침 8시부터 100여 명이 모였다. 전국에서 모인 중에는 전날 서울에서 내려와 근처에서 숙박까지 하면서 기다린 세종호텔 해고자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과 말벌 동지도 있었다. 의료지원팀 양선호 원장의 쌍화탕과 식염포도당이 나누어졌다.
금강은 서천과 군산을 나눈다. 그 둘을 이어주는 금강갑문교를 지나는 2km. 새, 사람 행진의 위용은 당당했다. 바다로 흘러가는 금강물처럼. 일 년 넘게 철거를 위해 농성하고 있는 천막 덕분에 세종보는 닫히지 않았고 공주보 역시 개방하고 있는 금강은 바다로 막힘 없이 흘러 들어간다. 새만금 방조제로 막혀있는 만경강과 동진강이 보기에 얼마나 부러운 강인가.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을 위해 작년 7월 22일부터 일 년 넘게 월요 미사를 드렸다. 지금은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를 위해 땡볕 아래 걷고 있다. 잘못된 정책 때문에 뭇 생명이 30년 넘게 고생하고 있는데 또 앞날이 뻔한 악수(惡手)를 두겠다는 정치권과 결탁하는 토건세력. 짓고 보수하고 부수고의 연속. 파괴와 몰살을 일삼는 그들의 개발경제는 특정 부류를 위한 검은 악순환의 연속일 뿐이다.
가뿐하게 다리를 건너 주차장에서 잠시 쉬고 강을 왼쪽에 보며 그 옆을 걸었다. 그간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지나가지 못한 길이었는데 답사 때 발견해서 걸어보았다. 답사 때 폐업한 줄 알았던 가게는 영업 중이었고 쇠락한 강변 풍경은 갑작스러운 사람들의 발걸음에 생기를 띠었다.
더덕과 오이와 함께했던 1차 답사 때는 발견하지 못했는데 더덕과 딸기가 2차 답사 때 발견한 동백대교 아래는 점심식사와 휴식하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문정현 신부님은 그곳에 미리 오셔서 우리가 걷는 내내 서각을 하고 계셨다. 삶은 옥수수와 김밥을 먹고 누워서 쉬려니 인간 새떼가 날갯짓을 했다. 그리고 판소리 한마당이 이어졌다. 9월 11일 새만금신공항 취소 소송 판결을 미리 그린 극이었다.
다시 행진을 시작했다. 날이 무척 더웠다. 서천장항미곡창고를 지나 옛 장항제련소가 저만치 보였다. 대형트럭이 쌩쌩 다니는 한솔제지 맞은편 공원에서 잠시 쉬는데 와사비 스튜디오에서 한낮의 무더위를 식힐 아이스바를 사다 나눠주었다. 아이스바 개수로 출발 당시 100여 명이 식사 후 80여 명이 되었음을 알았다. 그런데도 광주에서 올라온 어린이들은 끝까지 걸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지나 서천갯벌로 들어갔다. 장항송림휴양림으로 이름이 난 그곳엔 얼마 전까지 없던 보랏빛 맥문동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관광객도 많고 가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한편에서 서천군민 활동가와 오동필 시민생태조사단장이 설명을 했다. 군산에서 대체 서식지로 주장하고 있는 서천 갯벌 유부도에 철새 개체수가 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8천 년 갯벌 역사를 가진 군산은 새만금을 짓고 생태적으론 망조가 들고 있는데 금강 건너 서천은 갯벌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 덕분이다. 하지만 새만금 신공항이 들어서면 서천 갯벌의 새도 줄어들 것이다. 생태는 연결되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