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가 되어

20250819 화요일 포룡관~수북정~부여군청 10.3km

by 일곱째별


20250819 화요일 황새의 날


포룡관 - 부여군농업기술센터 (3.2km) - 부여군장애인종합복지관 (3.3km) - 수북정 (2km / 점심) - 부여군청 (1.8km) 10.3km(누적거리 57km)


구룡복합문화센터에서 출발 전 화장실과 체육시설 정수기를 이용하며 실내의 주민에게 우리 행진을 설명했다. 새만금신공항 반대에 동의하셨다. 멀리서 걷는 깃발과 행렬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동기가 된다. 간간이 일대일로 만나는 마을 분들에게도 성의껏 설명을 해 드린다. 민의(民意)는 인터넷을 통해서만 전달되는 게 아니다. 빠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느리게 걷는 새, 사람 행진단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눈을 맞추며 우리의 뜻을 전달할 의무가 있다. 그건 AI가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날 연무성당에서 세 자매님이 오셨다. 과연 걸으실 수 있을까 염려되는 연세로 보이셨지만 묵주기도 헤드셋과 접이식 의자를 소지하실 정도로 신세대 감각이셨다. 그 외 보령 가족과 공주 왜가리 등도 오셨다.

40여 분 후 부여군농업기술센터 앞 맨바닥에 기다란 은박지를 깔고 앉았다. 풍성한 과일과 물을 섭취하며 충원될 의료지원팀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의료진의 치료를 받은 더덕의 벌써 물집 잡힌 발은 앞으로 온 만큼의 세 배를 더 걸어야 했다. 그래도 이날만큼은 박지영, 박일성, 양영모 인의협회원들로 행진 내내 든든했다.


CKC03292' 연무성당 세 자매.JPG 연무성당 세 자매님
CKC03404'.JPG 수북정을 향하여


부여군장애인종합복지관 앞에서 화장실과 정수기 사용을 하며 잠시 쉰 후 백마강 옆 수북정에 도착했다. 반가운 문규현 신부님과 함께 대전 데모자매 은실과 명이가 차린 근사한 뷔페가 기다리고 있었다. 행진 6일 만에 처음으로 김밥 아닌 점심밥을 먹었다. 얼큰한 돼지 불고기만 빼고는 채식 가능한 식단은 비건, 논 비건 모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풍성한 밥상이었다. 그릇과 수저도 일회용이 아닌 집에서 쓰는 사기 접시와 스테인리스 수저였다. 새, 사람행진은 생명 평화 생태적이었다.


CKC03444'.JPG 문규현 문정현 신부님과 대전 데모자매 외


밥을 먹은 후 출발지로 가서 차량을 가져왔다. 그간 혼자 해 온 도보순례에서 실제 가장 필요한 과정이 출발지까지 차량을 가지러 되돌아가는 일이었다. 새, 사람행진단은 참가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세한 필요를 충족해 주었다.


산들산들 바람 부는 수북정 위에서 가지가지의 사철가 한 자락을 듣고 다시 출발, 시민 통행이 마침 없는 백제교 위에서 행진단은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S자로 도는 큰뒷부리도요를 따라 서른 명에서 여섯 명이 더 늘어난 행진단원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오른쪽으로 펼쳐진 백제고도 부여의 초록 들판과 그 위에 입 맞추듯 만나는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왜 아름다운 것을 보면 눈물이 날까? 세상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사라짐을 알기 때문일까? 지키고 싶을수록 필멸의 운명을 알기 때문일까? 새, 사람 행진을 하는 사람들이 그 순간 아름다웠기 때문일까? 그 아름다움이 바로 옆 자연과 한 쌍처럼 잘 어울렸기 때문일까?


우리는 사랑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생명을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CKC03496'' 백제교 위에서.JPG 부여 백제교 위에서


그렇게 사랑스러운 새, 사람 행진단은 부여군청 앞에서 군청의 이온음료 환대를 받으며 화기애애하게 10.3km 구간을 마무리했다. 사흘간 지나간 부여는 경찰과 군청 모두 친절했다. 딸기 말대로 전북지방환경청이 있는 전주시는 부여군을 좀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CKC03499.JPG 백제교 위에서 바라본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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