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시집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중
신경림
멀리 구름 속에 별들이 잠들어 있을 거야
눈발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는 꿈을 꾸겠지
이런 아침 잔칫집에선 송아지가 태어났어
백리 눈길을 달려 수의사가 왔고
아파트 마당에도 비탈길에도 눈은 내리고
아름다워지라고 깨끗해지라고 땅을 덮고
땅속에선 새싹들이 영차영차 몸을 풀 거야
땅을 뚫고 얼굴 내밀 봄날을 기다리면서
잔칫집 차일 위에 눈이 쌓이고
트럭 운전대엔 새색시의 겁먹은 커다란 눈망울
과일 가게 좌판에도 폐지 손수레에도 눈은 내려
잃지 말라며 꿈을 잃지 말라며 세상을 덮어
온 세상이 평화스러우라고 모두들 행복하라고
감나무에도 은사시나무에도 눈이 내리고
*
그래서
그래서입니다
서설이 긴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