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My New Home
새로 타슈켄트에 정착한 우리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우즈베키스탄을 아직 잘 모르는 우리 가족에게 첫 친구가 생겼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약 10-15분 거리에서 사는 친구 가족이 이민 온 것을 환영해주었다. 당시 우즈베키스탄에는 라면이 굉장히 귀하고 비싸서 한국에서 라면 20박스를 넘게 가져온 것이 기억이 난다. 우리 집에 손님이 올 때마다 엄마는 귀한 라면을 대접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덕분에 한국에 살 때, 일주일에 한 번씩 먹었던 라면을 주 2-3회 먹게 되니 손님들이 집에 방문하는 것이 기대되고 너무 행복했다.
우리 집 첫 손님이었던 친구 가족은 우리보다 이곳에 1년 전 먼저 이민을 와서 이미 타슈켄트의 생활이 익숙해 보였고, 처음 적응하는 나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었다. 틈이 날 때마다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시간을 보낼 생각만으로도 아침에 눈이 번쩍 떠졌다. 어려서 적응력이 빨랐던 건지, 한국을 그리워할 틈도 없이 우즈베키스탄 생활에 잘 적응하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빵보다는 밥을 즐겨 먹는 편이었는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주식이 빵이다 보니 빵에다가 잼이나 버터를 자주 먹기 시작했다. 거기에다 갓 짠 석류즙까지 더해지면 정말 세상 부러운 것이 없는 기분이 들었다. 화덕에 갓 구운 따끈따근한 우즈벡 전통 빵 "Non (논)"을 처음 먹은 순간은 정말인지 그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는데, 아직도 논(non)을 이길 수 있는 빵은 없는 것 같다. 논(non)에 푹 빠진 나를 아신 부모님은 잠이 많은 나에게 매일 아침 심부름으로 논 (non)을 사오라는 미션을 주셨고, 그 덕에 나는 10킬로가 찌게 되었다는 비밀아닌 비밀.
현재도 우즈베키스탄에는 음식 가짓수가 한국만큼 많지는 않지만, 손에 꼽을 만큼 맛있는 음식이 있다. 친해진 한국 가족들이 이곳저곳 데려가 준 현지 맛집 덕에 평소 먹는 것을 즐겨하던 우리 가족에게 현지 음식은 힘이 되어주었다. 이제는 우즈베키스탄에 살지 않는 나에게는 추억의 음식이 되었지만, 가끔 타슈켄트를 방문할 때마다 꼭 먹는 요리들이 있다. 1등이 라그만, 2등 오쉬 (기름밥), 3번 솜사, 그리고 4번이 샤슬릭이다.
한국에서 살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음식, 그리고 문화를 우즈베키스탄에서 하나씩 경험해가고 있었다. 노는 것을 가장 좋아했던 나에게 하루는 24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지나갔고 그저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에 들떠있었다. 그러다 한 달 후, 초등학교 5학년 3월, 시련이 찾아왔다. 너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 내가 학생이라는 것을 까먹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 부모님은 우리 삼 남매가 교육받기에 좋은 학교를 찾아보고 절차를 알아보러 다니고 계셨던 것이었다. '아 참, 나는 학생이었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냥 들떠있던 기분이 조금은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