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 운(7)은 주어지지만, 삶(10)은 나의 기(3)로 완성된다
"나는 단 한 번도 내 뜻대로 살지 않은 적이 없다"
엊그제 협회 단톡방에서 한 대표님이 던진 말이 내 마음을 세차게 흔들었다.
"강한 멘털은 타고나는 게 정석 같습니다. 운칠기삼이라는데, 멘털은 노력으로 얻어지는 게 딱 3인 것 같아요."
그 문장을 곱씹으며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성공한 이들이 "운이 좋았다"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그것을 세련된 겸손이라 여겼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운만 좋았을까? 집안 배경, 성격, 부모, 환경... 나의 의지로 바꿀 수 없는 이 모든 '운'의 영역 앞에서, 우리가 말하는 '의지'와 '멘털'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 3으로 내 삶을 개척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객관적으로 내게 주어진 '운'의 성적표를 매겨본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큰 키와 기분 좋은 미소, 그것은 분명 감사한 유전적 운이다. 하지만 그 외의 조건들은 운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척박했다. 나는 땅을 파고 들어가 시작해야 하는 운을 타고났다.
88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으로 대한민국이 눈부시게 빛날 때, 나는 나라에서 제공하는 7평 영세민 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끼어 잠을 잤다. 그전에는 장판 한 장을 경계로 시멘트 바닥 주방에서 쥐들이 노니는 장면을 매일 아침 목격하며 눈을 떴다. 외할머니는 우리가 학교에 가면 한 대야 3천 원 하는 마늘을 까서 하루를 버텼다.
이 나이에 어려운 과거를 말하는 게 지질해 보일까 봐 글로 남기기는 싫었지만 오늘 이야기를 하자니 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사업은 '돈을 벌어 다시 돌아오겠다'는, 그 지독한 환경을 벗어나기 위한 생존 본능에서 시작됐다. 나의 초기 하드웨어 값(운)은 그렇게 마이너스에서 시작되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단종은 읊조린다. "생각해 보니, 나는 단 한 번도 내 의지대로 살아본 적이 없더구나. 세자가 된 것도, 왕이 된 것도, 그리고 지금 이곳(영월)에 와 있는 것조차 모두 남들에 의해 결정된 것뿐이었다. 왕족이라는 최고의 운을 타고났음에도, 그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완성하지 못했다.
나는 여기서 '운칠기삼'의 진짜 의미를 본다. 운명이 7할을 결정해 놓았을지라도, 나머지 3할의 '기(氣/노력)'를 내 손으로 채워 넣지 못하면 그 삶은 결코 '10'이 될 수 없다. 그 3을 채우는 동력이 바로 후천적으로 단단해진 멘털이다.
나는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도 핸드폰 케이스와 폰장식부터 사두었다. 언젠가 가질 거라는 확신으로 먼저 가져다 놓은 것이다. 남편과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을 때도 단독주택에 어울리는 가구부터 샀다. 핸드폰은 없었지만, 주택은 없었지만, 그 안을 채워 넣을 것들을 하나씩 사니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나에게 '3'의 노력이란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7의 운명을 내 뜻대로 끌어오기 위해 멘털을 깎아 30%의 지분을 선점하는 기세였다.
"7평 영세민 아파트에서 그리고 쥐가 노닐던 주방 시멘트 바닥과, 지금 내 눈앞의 수영장. 이 사이를 메운 것은 운이 아니라 나의 지독한 30%였다."
내 삶은 지금 '10'이다. 43살에 인천 청라 골프장 내 단독주택을 지었고, 비록 부채는 많을지언정 나만의 자산을 일구었다. 이 결과는 70%의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어떤 힘든 삶 속에서도 30%의 멘털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나는 많이 단단해졌다. 어떤 큰일이 생기더라도 쓰러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아마도 사업을 하시는 대표님들 오랜 기간을 거쳐오신 분들은 많이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
그 단단함을 가져오는 건 백지 한 장의 두께만큼의 차이도 아니다. 그래서 늘 살얼음 걷는 경계를 오가지만, 나는 살엄음 속에서도 걸어 나올 수 있는 단단한 메탈을 가졌다고 자신한다.
작년,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매일 호수공원 한 바퀴 러닝을 했다. 100일 동안 뛰었다. 사무실에선 대표로, 집에선 엄마로 살아야 했기에 오롯이 울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땀에 내 눈물을 담아 티 안 나게 울며 뛰었다. 그리고 사소한 성공을 나의 만족으로 가져올 때, 비로소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운이 7일지라도 나의 노력이 3을 채워야만 운조차 내 편으로 끌어올 수 있다. 그 3이 단단해질 때 비로소 10이 완성된다. 나는 그렇게 단단해졌고, 이제는 겸손하게 "운이 좋았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 운조차 내 멘털이 불러들인 결과임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게 없고 뒷받침이 없어 속상한가?
나는 오히려 없을 때 더 감사하라고 말하고 싶다.
70%의 운이 나를 돕지 않을 때, 우리는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30%의 멘털을 갈고닦을 기회를 얻는다. 0에서 시작해 3을 채워본 사람만이 느끼는 '삶의 주도권'은, 모든 것을 운으로 얻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희열이다.
나의 긍정은 낙천적인 성격에서 온 것이 아니다. 해야만 했고, 그것밖에 길이 없다는 절박함에서 길어 올린 근육이다. 25년 사업의 파도 속에서도 내가 늘 웃을 수 있었던 건, 30%의 내 몫을 성실히 채울 때 운명이 바뀐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30%의 내 몫을 채운다. 7평 아파트에서 골프장 주택까지 나를 데려온 힘은, 꺾이지 않고 3을 채워 10을 완성해 낸 나의 꾸준함이었고, 점점 단단해진 멘털이었다. 지치지만 않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당신의 기 3 이 당신의 운명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면 당신은 이제부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3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10으로 계속 살아갈 것입니다.
함께 지치지 말고, 계속 걸어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