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팀장 Oct 05. 2022

도서 리뷰 <시민의 교양>

우리의 내일은 우리가 결정해야 해요.

 채사장 님의 <시민의 교양> 리뷰.


 전 회사 선배 중에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한 뼛속까지 보수인 분이 계셨다.

 그분은 점심식사 후의 티타임 때 자주 전 정부의 부동산과 세금 정책을 비판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분이 하시던 말씀이 있다.


 "김 팀장, 그때 너도 2번 찍었지?"


 그때가 언제였는지는 다들 알 것이다.

 전국이 촛불로 뒤덮였던 몇 년 전 그때, 나는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그저 바뀌어야 한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나라라는 생각으로 그분의 말씀대로 2번을 찍었다.(무려 5년 만의 커밍아웃)

 그리고 그 이후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노선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선택이 상당히 아쉽고 미안해진다.

 그렇다고 강남 아파트 소유자인 그 선배에게 미안한 건 아니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아할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해해야 하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도 중요한 선택의 기회를 너무나도 무의미하게 생각 없이 허비해 버렸다는 점에서 말이다. (여기서 나의 정치색을 밝힐 생각은 없다.)


 미안하다, 그런데 그땐 몰랐다...


 나는 대체 뭘 몰랐던 걸까?



시민, 우리 사회의 내일을 선택해야 하는 존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로 유명한 채 사장님의 <시민의 교양>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세금,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그러한 바탕 위에서 어떤 미래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복잡한 세상을 위에서 말한 7개의 카테고리를 통해서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전달하는 많은 내용을 하나로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A는 보수, B는 진보이고 경제 체제로 얘기하자면 A는 자유 시장경제 체제이고, B는 사회주의 체제(현재 남아있는 체제로는 사회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은 복잡하지만 위의 두 가지 체제로 나눌 수 있고, 두 체제는 모든 부분에서 상반되는 가치를 추구하며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딱 바로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정치라는 것은 결국 우리의 경제 체제를 선택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러한 선택의 주체로서 시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을 적절한 예시와 함께 정말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계를 살아가는 시민들은 우선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나를 바꾼다는 것은 나의 일에 열정을 쏟고, 사람들과 경쟁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보면서 건강하게 나아가야 한다는 것으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자신의 삶을 더욱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타인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현실을 직시한 후에 정말 나에게 이익이 되는 세계가 무엇인지 현명하게 판단하여 하나의 경제체제를 선택하고, 그에 따라 하나의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을 바꾸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복잡하게 이해하려다 지지치 말고 세계를 관통하는 단순함에 집중해서 이 세계를 이해해야 할 것을 주문하며, 그 이해를 돕기 위한 주옥같은 내용들로 이 책을 채우고 있다.


 소득의 격차는 어떤 이유로 발생하는지, 우리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우리는 왜 어려서부터 성적에 따라 줄을 세우는 경쟁에 내몰려야 하는지, 사회적 정의는 어떤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는지 등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아... 이래서 그런 거였구나 하게 되고, 책을 덮고 나면 조금은 똑똑해진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내일의 세계를 시장의 자유로 나아가게 할 것인지, 정부의 개입으로 나아가게 할 것인지 시민 각자가 현명하게 선택을 할 때, 그 선택은 사회 전체를 살만한 사회로 만들 것이고, 시민은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을 요구하며 책의 말미에 매우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왜냐하면 시민은 세상의 주인이고, 역사의 끝이며,
그 자체로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미안해진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인 선거에서 시민의 가장 큰 권리이자 무거운 책임인 투표권을 행사하면서 스스로 현명하게 판단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그저 사회의 분위기와 정치가들의 선동에 휩쓸려 주체적인 결정을 하지 못했다는 낭패감, 그로 인한 무책임한 선택이 가져온 결과에 대한 책임의식 등이 뒤섞여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던 것이다.


 변명하자면, 그땐 몰랐으니까...

 성인이 된 후에 크고 작은 선거를 수차례 겪었지만 그때마다 나의 선택은 주체적이지 못했고, 사실은 우리 사회나 미래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왜냐면, 몰랐으니까.


 하지만 언제까지 변명만 하며 본인의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살 수는 없다.

 이제 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고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향으로 선택을 할 것이다.



어려운걸 쉽게 설명하는 것의 어려움..


 예전의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세상과 경제에 대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 없이 그저 하루하루 살아갔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때로는 그 내용 자체보다도 그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이나 용어가 너무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시민의 교양>은 자칫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너무나도 쉽게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해하고 금세 읽어 내려갈 수 있을 만큼 지루할 틈 없이 이 세계의 핵심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서 알려준다.

 그리고 각각의 챕터 끝부분에 '최종 정리'하는 부분이 있어서 꼭 알아야 할 부분은 다시 한번 짚어주니 일타 강사가 따로 없었다.


 원래 정말 이해가 깊은 사람이 쉽게 설명한다.

 나만 해도 긴가민가 하는 것을 발표할 때는 자꾸 이상한 예시를 들거나 스스로도 완벽하게 이해 못 하는 자료를 들이밀지만 좋아하는 야구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별 준비 없이도 몇 시간이고 술술 이야기를 이어 나가곤 한다.

 그런데 그렇게 술술 이야기하기까지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고, 그래서 무엇인가를 쉽게 설명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이 <시민의 교양>이 딱 그런 느낌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내공이 쌓일 대로 쌓인 고수가 전체적인 맥락을 관통하며 그저 술술술 편하게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다.

 어려운 것의 핵심을 짚어 쉽게 설명해 주는 이 책을 시민으로서의 최소한의 교양을 갖추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을 읽으면 경제를 중심으로 사회를 보는 눈이 확실히 밝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책을 읽다 보면 자칫 어느 한쪽으로 약간 기운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특정 노선에 매몰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의 목적은 어떤 이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이해하고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워낙 방대한 분야를 축약시켜 한 권에 담다 보니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견해에 대한 비판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시작으로 여러 권의 책과 자료들을 접한 후에 비로소 나의 방향성을 정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방향을 정리한다기보다는 그러한 과정으로 안내하는 입문서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https://naver.me/5atNIfcG




 ◈ 한 줄 리뷰

    "우리가 살아아갸 할 세상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시민으로 이끄는 입문서."



#시민의교양#채사장#지적대화를위한넓고얕은지식#시민#교양

#세금#국가#자유#직업#교육#정의#미래



매거진의 이전글 도서 리뷰 <굿바이, 게으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