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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팀장 Nov 24. 2022

도서 리뷰 <라틴어 수업>


 한동일 님의 <라틴어 수업> 리뷰.


 독서 모임의 첫 지정 도서는 일단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책으로 하자는 생각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정했었다.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읽고 다양한 시각에서 나온 서로의 생각들을 활발하게 나눌 수 있어 만족스러운 첫 모임을 하게 되었다.


 두 번째 읽을 책은 조금 더 많은 생각을 해보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책으로 하고 싶었고, 처음 읽었을 때 너무 좋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읽고 싶었던 <라틴어 수업>을 선정하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하고 많은 생각과 함께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어 되도록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독서 모임의 멤버들도 이 책을 통해 위로받고 나와 내 인생, 그리고 주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

 그리고 그때와는 조금 달라진 지금의 나에게 이 책이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렇게 약간의 설렘을 안고 첫 장을 넘겼다.




● 숨마 쿰 라우데


 Summa cum laude!

 책 제목이 <라틴어 수업>인 만큼 책 여기저기에 라틴어 문장과 문법들이 출몰하는데 다른 건 다 잊어버려도 이 한 구절만은 기억하고 싶다.

 우리말로 하면 '최우등'이라는 의미로 유럽 대학에서 성적을 평가를 라틴어로 표기할 때 가장 높은 등급에 부여하는 것이 바로 '숨마 쿰 라우데'이다.


Summa cum laude 숨마 쿰 라우데 / 최우등

Magna cum lauda 마그나 쿰 라우데 / 우수

Cum laude 쿰 라우데 / 우등

Bene 베네 / 좋음, 잘했음


 등급별로 평가한다는 건 우리와 같지만 그 평가가 모두 긍정적인 언어로 이루어져 학생들을 긍정적인 스펙트럼 안에 놓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 우리와는 다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참 잘했어요 → 잘했어요 → 보통이에요 → 노력하세요'로 시작해서 '수우미양가'를 거쳐 'A+ ~ F'의 시기를 지나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도 회사의 인사고과에서 '매우 우수 → 우수 → 보통 → 미흡'이라는 등급에 따라 평가받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뛰어나지 않은 사람에게는 직접적으로 '너는 부족하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해서 말이다.


 어릴 때 받았던 '노력하세요'나 지금 회사에서 받는 '미흡'이나 부족하다는 의미는 같지만 그러한 평가를 받는 대상에게 전해지는 좌절감과 모멸감의 크기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나이가 듦에 따라 타인의 기준에 의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단지 자존감의 문제를 넘어서 때로는 생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회사 생활 후반부에 남을 평가하는 위치가 되어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게 '미흡'이라는 평가를 내려야 할 때 몇 날 며칠을 고민했던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유럽의 학생들은 긍정의 언어에 의해 평가받으며 긍정적인 스펙트럼 위에서 남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발전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남보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전보다' 잘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남과 비교하여 내 실력이 아무리 늘었어도 줄 세우기에서 맨 앞에 서지 못하면 의미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자타 공인 '숨마 쿰 라우데'가 아니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숨마 쿰 라우데'가 아니라도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가야 하고, 우리의 삶은 온갖 어려운 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치고 들어오는 전쟁터다.

 이렇게 척박한 곳에서 나까지 남과 비교하며 나를 괴롭힐 필요가 있을까?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나만은 스스로를 '숨마 쿰 라우데'라 생각하고 조금은 뻔뻔해져야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실패에 무릎 꿇지 않고 어제의 나보다 성장한 나에 만족하며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 나갈 힘을 얻을 테니 말이다.



● 내 꽃도 한 번은 필 것이다.


내 꽃도 한 번은 필 것이다.

 구본형 님의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에 나오는 구절로, 이 문장을 읽고는 가슴속에서 무언가 뜨겁고 벅찬 것이 솟아오르던 기억이 난다.


 <라틴어 수업> 말미에는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편지가 나오는데 그중 한 학생이 수업 중 한동일 님이 했던 이야기를 인용하며 감사를 전하는 부분이 있다.


사람들마다 꽃 피는 시기가 다르고, 저마다의 걸음걸이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당장 노력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절망해서는 안 됩니다.
그때가 찾아올 때까지, 돌에 정으로 글씨를 새기듯 매일의 일을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혜로운 교수님이 20대 청춘들에게 던진 매일 묵묵히 정진할 것을 당부하는 격려의 말이 40대 아저씨에게도 엄청난 위로와 힘으로 다가왔다.


 겉으로 드러나는 편은 아니지만 나도 남들처럼 주기적으로 의욕 뿜뿜 하다가도 거짓말처럼 슬럼프에 빠지기를 반복하는 사람이다.

 나는 한편으로는 안정적이지만 불만족스럽던 타인에 의해 좌우되는 생활을 등지고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하는 불안하지만  가보고 싶은 길을 찾아 나섰다.


 희망차게 시작했지만 당장의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나를 지배하는 감정은 불안감과 약간의 후회였다.

 매일 하던 일에도 의욕이 떨어지고 확신이 서지 않아 고민만 늘어가던 나에게 저 구절은 마치 한 줄기 빛처럼 다가왔다.


<라틴어 수업> 강의실에 앉아 있는 나에게 한동일 교수가 직접 이야기하듯 다시 매일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갈 힘을 전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래,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내 꽃도 필 것이다.
그 꽃이 필 때까지 계속 읽고 쓰고 공부하자.
꽃이 필 때까지 해야겠다는 다짐이 아닌,
계속하다 보면 꽃이 필 것이라는 믿음으로
매일매일의 내 일을 해 나가자...


 매일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라틴어 수업> 전하는 메시지는 이런 것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언젠가 자신만의 꽃을 피울 것이다. 그러니 절망하지 말고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자."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응원이다.




 다시 만난 <라틴어 수업>은 나에게는 이전보다 더욱 큰 위로로 다가왔다.

 누군가는 나처럼 위로를 받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독서 모임의 어떤 분은 마음속의 응어리가 풀리는 듯해 펑펑 우셨다고도 했다


 읽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의미로 다가가겠지만 누구나 한 번은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한동일 교수의 수업을 직접 듣는 행운은 누리지 못했지만 <라틴어 수업>을 읽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확실히 행운아라는 말은 분명히 할 수 있다.


https://naver.me/IMpVtz1s




#라틴어수업#한동일#라틴어#인문학#철학#지혜#숨마쿰라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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