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세상 같던 유럽의 축구리그, 그중에서도 최고라 평가받는 PL의 득점왕을 다투는 대한민국 선수라니 국뽕을 빼보려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들여다봐도 도무지 빠지지가 않는다.
이제 시즌 마지막 한 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득점 1위 모하메드 살라와 단 한골 차 2위.
게다가 페널티킥 골이 단 하나도 없는 순수한 필드골로만 만든 기록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유효 슈팅률과 슈팅당 골 성공률이 1위인 살라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유효 슈팅률은 PL 득점 20위권 내의 선수들 중 애스턴빌라의 올리 왓킨스의(57%)에 이은 2위이고 슈팅당 골 성공률은 레스터시티의 제이미 바디(31%)에 이은 2위이다.
이제 손흥민이 월클이냐 아니냐의 논란 자체가 무의미해 보인다.
위의 수치를 인용한 건 국뽕 때문도 아니고 다른 선수들보다 손흥민이 훨씬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함도 아니다.
손흥민이 특히 빛나는 이유는 바로 유효 슈팅의 비율인데 이것은 얼마나 정확하게 슛을 했느냐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골대에 골을 넣는 것이 목적인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완벽한 기본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기록이다.
그러한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도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손흥민의 바탕은 역시 기본기라 할 수 있고, 그 기본은 그의 아버지 손웅정 씨의 엄격하고 철저한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다.
손웅정 씨는 손흥민이 완벽한 기본기를 갖추도록 하기 위해 리프팅을 하며 학교 운동장을 뛰다 중간에 공을 떨어뜨리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시작하게 했다고 한다. 하루에 1000번씩 슈팅 연습을 시키고 훈련에 열중하지 않으면 워낙 무섭게 혼을 내, 어느 날은 보다 못한 동네 할머니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는 일화가 있을 만큼 혹독한 기본기 훈련을 시켰다.
그 힘든 시간을 이겨냈고 아직도 꾸준히 그 루틴을 지켜오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성공 스토리를 쓸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그 스토리에서 꾸준함과 기본의 중요성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두 아들에게 종종 해주곤 한다.
기본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야.
어제 아침을 먹으면서도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런데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기본이 뭐지? 나에겐 어떤 게 기본일까?
축구선수에게 기본은 공을 다루는 기술과 정확한 슛, 그리고 체력일 것이고 가수에게 기본은 좋은 가창력과 표현력일 것이다.
이렇게 남들에게 어떤 것이 기본이 되는지는 술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시민으로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나의 기본이란 무엇일까 하는 데 생각이 미치자 머릿속이 하얘짐을 느꼈다.
저 질문에 정확히 답을 할 수 있으려면 나에 대한 정확한 인식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시민으로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나의 목적은 무엇이고 내가 지닌 사명은 무엇인가부터 정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