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팀장의 야알못 교실 일곱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투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보직에 따른 투수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그 투수들에게 주어지는 기록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자 기록의 스포츠이기도 합니다. 대단히 많은 기록이 존재하며 그 기록에 따라 선수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죠.
그렇다면 투수의 가치를 나타내는 기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보통 투수의 기록을 말할 때, 주로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OO이닝/ O승 O패/ ERA O.OO
물론 이 외에도 무수한 기록들이 있지만 위의 기록들은 클래식 스탯이라고 해서 전통적으로 중요시되는 기록들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이닝과 ERA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이닝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이닝은 이전 포스팅에서도 몇 번 언급됐지만 투수 입장에서의 이닝은 얼마나 많은 타자를 아웃시켰는지에 대한 기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이닝이 3 아웃이라는 건 이제 다들 아실 테니 그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한 투수가 3명의 타자를 아웃시키면 1이닝을 던진 것입니다. 한 명의 타자를 잡을 때마다 1/3이닝을 던진다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4명의 타자를 아웃시켰다면 1과 1/3(일과 삼분의 일) 이닝이라 말하고 표기상으로는 1.1이닝이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오늘 선발투수가 6.2이닝을 던졌다고 하면 20명의 타자를 잡고 내려갔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6이닝 X 3 = 18 + 2 = 20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가 아무래도 좋은 투수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점수를 펑펑 내주는 투수가 많은 타자를 아웃시키도록 내버려 둘 감독은 없으니까요.
물론 가끔 벌투 논란이 있긴 하지만요.
아래 링크는 위에서 말씀드린 벌투 논란에 관한 기사입니다.
https://n.news.naver.com/sports/kbaseball/article/109/0004295369
시즌 후에 개인 기록에 대한 시상을 할 때 기준으로 세워놓는 규정이닝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다음에 살펴볼 ERA라는 기록은 이닝 수가 너무 적으면 기록이 왜곡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규정이닝은 시즌 경기수와 같게 정하는데요, KBO의 경우 팀마다 144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144이닝을 규정이닝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ERA는 평균자책점이라고 해서 투수가 상대 공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았는지를 나타내는 기록입니다.
1) 자책점
ERA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책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요, 자책점이란 투수가 책임져야 하는 주자가 득점한 경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투수를 제외한 야수의 실책에 의해 출루하거나 득점 순간에 실책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에 투수의 자책점으로 기록되는데요.
안타, 홈런, 볼넷, 사구 등으로 출루한 주자가 역시 안타나 홈런 또는 볼넷, 사구에 의해 홈으로 들어오게 되면 투수의 자책점이 됩니다.
반대로 평범한 땅볼을 친 주자가 실책으로 출루한 후에 다음 타자가 안타를 쳐서 홈으로 들어와도 투수의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습니다.
그 주자가 나간 것은 투수 책임이 아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투수가 2 아웃을 잡은 후에 세 번째 타자가 실책으로 출루한 후에는 연속 안타를 맞아 실점하더라도 투수의 자책점은 0이 됩니다.
정상적인 수비였다면 이닝이 끝났을 것이기 때문에 그 실점의 책임이 투수에게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아래 링크는 위에서 다룬 비자책 실점에 대한 기사입니다.
https://n.news.naver.com/sports/general/article/109/0003109503
2) 자책점의 대상
한 투수가 계속 던지면서 실점하는 경우라면 자책점을 그 투수에게 부여하면 되기 때문에 간단합니다.
그렇다면 A라는 투수가 출루시킨 주자가 그다음에 올라온 B라는 투수가 안타를 맞아서 득점하면 자책점은 누구에게 주어질까요?
정답은 A 투수입니다.
주자를 누가 출루시켰는가가 판단 기준이기 때문인데요.
A 투수가 2 아웃에 만루를 만들어 놓고 B 투수에게 그 상황을 넘겼는데 B 투수가 다음 타자에게 만루홈런을 맞는다면 4점 중 A 투수가 3 자책점, B 투수가 1 자책점을 나눠 갖게 됩니다.
A 투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규정이 그렇고 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마냥 억울해 할 수만은 없을 것 같죠. 반대로 B 투수가 4 실점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면 그게 더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3) ERA의 계산
이제 자책점에 대해서 이해가 되셨을까요?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기준도 애매하고 상황이 잘 떠오르지 않아 쉽게 이해가 안 되실 수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건 역시 실제 경기를 보시면서 이해하시는 거겠죠.
이제 ERA 본론으로 들어가서, 네, 이제 본론이네요;;;
ERA는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요?
이건 그냥 수학 공식처럼 외우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ERA(평균자책점) = 자책점 X 9 / 이닝
ERA는 투수가 9이닝, 즉 한 경기를 책임질 경우 상대에게 몇 점이나 허용하는가를 따지는 기록이기 때문에 투수의 총자책점에 9를 곱한 후에 투수가 던진 이닝으로 나누어 계산하게 됩니다.
LG의 1선발인 케이시 켈리 투수를 예로 들면,
작년 시즌 켈리는 177 이닝을 던지며 총 64 실점을 했고 그중 자책점은 62점이었습니다.
위의 공식대로 계산하면,
62 X 9 / 177 = 3.152542....
라는 숫자가 나오는데요, ERA는 소수 둘째 자리까지 나타내기 때문에 3.15가 됩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켈리는 33.2 이닝을 던지면서 총 18 실점을 했고 그중 자책점은 15점을 기록 중입니다.
현재의 ERA를 계산해 보면,
15 X 9 / 33.67 = 4.009504....
라는 숫자가 나오고, 소수 둘째 자리까지 나타내면 4.01이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은 나누는 수인 33.2이닝을 공식에 대입할 때는 숫자 33.2가 아닌 33.67을 대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33.2이닝은 33과 2/3이닝이기 때문이죠.
저도 수포자라 이렇게까지 따지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가끔 투수 ERA가 99.9로 표기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런 경우는 투수가 한 타자도 잡지 못하고 자책점을 내주는 경우로 분모인 이닝이 0이 되기 때문에 ERA는 무한대가 되고 이를 99.9로 표기한답니다.
한때는 이런 투수를 속꽉남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요, 예전 배일호 님의 <99.9>라는 트로트 곡에 "속이 꽉 찬 남자 99.9~~ 사랑도 99.9~~"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거기서 따온 겁니다.
ERA 계산법까지 살펴봤으니 이제 어느 정도 ERA를 기록하면 좋은 투수일지 궁금하시죠?
사실 리그 평균보다 ERA가 낮으면 좋은 투수이긴 합니다. 작년 KBO 평균이 4.45이니 그보다 낮으면 괜찮은 투수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전통적으로 2점대 이하의 ERA를 기록하면 매우 우수, 3점대면 우수, 4점대면 보통, 5점대면 미흡, 6점대 이상이면 민폐 정도라고 봅니다.
0점대는 신계, 1점대는 인간계 최강이라 보시면 되고요.
이번 시즌의 김광현 선수는 현재 45이닝을 소화하며 0.60의 ERA를 기록 중이니 언젠가 인간계로 내려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신계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그러면 90이닝을 던져 25 자책점으로 막은 선발투수 A와 180이닝을 던져 50 자책점으로 막은 선발투수 B 중 누가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봐야 할까요?
두 투수의 ERA는 2.50으로 같지만 이닝 소화가 두 배인 B가 더 좋은 투수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린 규정이닝 이상을 던진 B 투수는 그 보상으로 전체 ERA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할 것이고요.
그런 이유로 2019 시즌 182.2이닝을 던지면서 내셔널리그 1위인 ERA 2.32를 기록한 류현진 선수가 토론토와 4년간 8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계약을 맺을 수 있었죠.
올해는 조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류현진 선수의 부활을 응원합니다.
오늘은 투수의 기록 중 이닝과 ERA에 대하여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승/패와 홀드, 세이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