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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팀장 May 11. 2022

6. 선발투수와 구원투수

 안녕하세요.

 김팀장의 야알못 교실 여섯 번째 시간입니다.


 흔히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하는데요.

 투수가 던지는 공을 타자가 치는 종목의 특성상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큽니다.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짐으로써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투수의 역량에 따라 경기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이죠.

 약한 투수가 나오면 타자들이 안타를 펑펑 쳐서 줄기차게 점수를 내지만 강력한 투수가 나오면 살아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수력만으로 이길 수는 없지만 질 확률은 확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우승팀 중에 투수력이 약한 팀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죠.

 오늘은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투수의 보직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투수의 분업화


 예전에 야구를 잘 모르는 지인과 야구 얘기를 하다가 선발투수, 중간계투, 마무리 투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야구가 9회까지라는 정도는 알고 있던 그분은 선발투수가 1~3회, 중간계투가 4~6회, 마무리 투수가 7~9회를 나누어 던지는 것으로 이해하시더군요.

 그때는 뭐지?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모르는 사람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싶네요.

 속으로 비웃었던 것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분이 이런 말도 하셨습니다.

 "선발투수는 5일에 한 번만 나오니 편하겠다!"

 이 역시도 속으로 비웃었습니다. 죄송하네요;;;


 아무튼 왜 투수가 선발, 중간, 마무리 투수로 나뉘게 되었을까요?

 그건 바로 투수의 분업화 때문인데요.

 야구 초창기에는 투수 한 명이 한 경기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경기수가 지금처럼 많지도 않았고 선수 관리에 관한 개념도 약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죠.


하지만 리그가 발전하면서 팀 수가 많아지고 경기수가 늘어남에 따라 그런 식의 투수 운영이 힘들어졌습니다. 그리고 투수의 어깨와 팔은 쓸수록 약해진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죠.

 그래서 선발로 나오는 투수와 중간에 나오는 투수, 그리고 경기 막판에 나와 경기를 마무리하는 투수의 구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 상의 주인공인 전설적인 투수 사이 영은 22년간 무려 7356이닝을 던져 511승을 기록했는데요.


전설의 사이 영

 연평균으로 따지면 22년간 335이닝에 23승씩 꼬박꼬박 기록한 셈입니다.

 그가 1890년부터 1911년까지 메이저리그 초창기에 활약했기 때문에 가능한 기록이었죠.

 지금처럼 200이닝만 넘게 던져도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환경에서는 다시 나올 수 없는 불멸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선발투수 (SP, Starting Pitcher)

 경기가 시작할 때 첫 번째로 나오는 투수를 선발투수(SP)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박찬호 선수나 류현진 선수는 모두 선발투수죠.



 선발투수는 최대한 많은 이닝을 최소한의 실점으로 소화하는 것이 임무입니다.

 현대 야구에서는 약 100개의 공을 던지면서 6~7이닝 정도를 막아주면 훌륭한 선발투수로 평가하죠.

 6이닝을 던지면서 3 실점 이하로 막아내면 퀄리티스타트(QS)라고 해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7이닝을 2 실점 이하로 막으면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라고 하며, 각 팀의 에이스 투수들은 이 정도의 투구를 목표로 경기에 나서죠.


 선발투수가 나와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던지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이러한 경우를 완투라고 하고 한점도 실점하지 않고 완투를 하는 경우를 완봉이라고 합니다.

  그보다 더 뛰어난 투구로는 노히터(No Hitter)와 퍼펙트게임(Perfect Game)이 있는데 노히터는 안타를 단 하나도 맞지 않고 끝까지 던지는 경우이고, 퍼펙트게임은 아예 단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1982년부터 작년까지 KBO 리그에서 단 14번의 노히터가 있었고 퍼펙트게임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2011년 롯데의 이용훈 투수가 퓨처스 게임에서 한화를 상대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적은 있지만 1군 무대에서는 전무한 기록이죠.

 그만큼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입니다.


 선발투수에게 요구되는 사항은 매우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조되는 부분은 많은 이닝을 던져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구위가 좋아야겠죠.

 거기에 더해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강한 체력이 요구되고 많은 타자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두 가지 구종밖에 던지지 못한다면 다양한 유형의 타자를 상대하기 힘들고, 아무리 구위가 뛰어나도 노리고 들어오는 타자들에게 얻어맞기 십상이죠.

 그래서 선발투수들은 최소한 3가지 구종은 자유자재로 던져야 하고 4~5개 구종을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다면 그 가치가 상당히 올라갑니다.


 선발투수들은 한 경기에 100개 언저리의 공을 던지기 때문에 다음 등판까지 4~5일 정도 휴식을 취합니다.

 그래서 한 시즌을 소화하려면 팀마다 5명의 선발투수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가장 강한 투수가 1 선발이고 그 이후로는 점점 약해진다고 보시면 되는데 불행히도 KBO 리그에 5 선발이 완벽하게 구성되어 시즌 내내 문제없이 돌아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좋은 선발투수를 키워내기도 힘들고 어렵게 구성을 하더라도 부상과 부진이라는 변수를 피하기가 어렵다는 얘기겠죠.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선발투수지만 그만큼 좋은 선발진을 만드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이유입니다.



■ 구원투수 (RP, Relief Pitcher)

 선발투수가 내려간 후에 올라오는 투수를 구원투수라고 하는데 그 안에서도 중간에 던지는 투수를 중간계투, 경기를 마무리하는 투수를 마무리 투수로 구분합니다.


 1) 중간계투

 중간계투는 다시 필승조와 추격조로 나뉘는데 필승조는 팀이 앞서 있는 상황에서 그 리드를 지키기 위해 나오는 투수들이고, 추격조는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실점을 막아 따라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투수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필승조와 추격조는 각각 3~4명 정도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경기 중반 이후 승부처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 상황에 맞는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로 구성됩니다. 상대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한 좌완 스페셜리스트나 외국인 타자들에게 생소한 언더핸드나 사이드암 투수들이 그러한 예이죠.


무척 희귀한 좌완 사이드암 투수 임현준. 유형이 곧 경쟁력!

그리고 필승조 중에서 마무리 투수가 올라오기 전 팀의 리드를 유지시키기 위해 등판하는 투수를 셋업맨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8회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업맨은 필승조 중에서도 가장 구위가 뛰어난 선수가 맡게 되는데, 이 셋업맨 역할을 하다가 마무리 투수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하는 역할을 하는 필승조 투수들이 더 강력한 구위를 지닌 경우가 많지만 추격조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약한 투수들이 올라온다고 봐서는 안될 것입니다.

 요즘 타자들의 장타력이 상당히 좋아져서 경기 중반 이후 3~4점 정도는 한 번의 기회에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추격조 투수들도 약한 투수들로 구성할 수는 없겠죠.

 그 투수들이 버텨 주어야 따라갈 기회가 올 테니까요.


 중간계투 중에는 박찬호나 류현진처럼 전 국민이 알만한 슈퍼스타는 없습니다.

 야구팬들이야 그 중요성을 잘 알지만 그만큼 눈에 띄고 화려한 위치는 아니라는 뜻이죠.

 하지만 선발투수가 길어야 7이닝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중간계투 요원들은 거의 항시 대기 상태입니다. 선발이 초반에 무너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거의 모든 중간계투가 마운드에 올라가야 하죠.

 그만큼 중간계투의 중요도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 투수들은 길어야 1~2이닝 정도, 짧게는 한 타자만을 상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언제 호출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경기 상황에 따라 항상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올라가 묵묵히 자기 임무를 수행하는 중간계투 요원들이야말로 팀에 소금 같은 존재들입니다.


 중간계투 요원들은 거의 시즌 내내 대기상태라고 봐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혹사 논란도 많이 일어나고 더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선수들이죠.

 롱런하는 중간투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그 방증입니다.


2) 마무리 투수 (CP, Closing Pitcher)

 마무리 투수 또는 클로저라고 부르는 투수들은 강철 멘탈을 가져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팀의 승리를 결정짓기 위해 마지막에 올라오는 그들은 상대 타자뿐만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긴장감과 부담감과도 맞서야 하기 때문이죠.

 팀 내에 선발투수나 중간계투 요원은 여러 명이지만 마무리 투수는 단 한 명뿐입니다.

 그만큼 엄청난 중압감을 홀로 버텨내야 하는 외로운 자리라고 할 수 있죠.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인정받는 오승환 투수의 별명이 돌부처인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거죠.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는 강한 멘탈은 마무리 투수의 필수요소입니다.

 피노 눈물도 없는, 어쩌면 상대 타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될 만큼 강력하고 위압적인 느낌을 주어야 마무리 투수로 대성할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꼽히는 마리아노 리베라와 트레버 호프먼이 각각 Sandman과 Hell's Bell이라는 공포스러운 별명을 갖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거죠.


Sandman  마리아노 리베라
Hell's Bell  트레버 호프먼


 강력한 멘탈만으로 공포의 대상이 될 수는 없겠죠.

 마무리 투수에겐 상대가 알고도 못 칠만한 강력한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직구처럼 오다가 홈플레이트에서 살짝 떨어지고 꺾이는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나 오승환의 돌직구는 상대 타자들이 뻔히 예상하고 있지만 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치명적인 구종이죠.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
돌 던지는 오승환

 그래서 마무리 투수에게는 다양한 구종보다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상대를 제압할 강력한 구위와 필살기가 더욱 중요합니다.

 멘탈과 구위가 결합되어야만 모두가 믿고 보는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이기고 있는 경기를 마지막 순간에 뒤집혀서 내준다면 단순한 1패 이상의 대미지를 입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기가 반복된다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강력한 마무리 투수의 존재는 선발투수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지만 실상 그렇게 믿음직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하고 있는 팀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뜨거운 구위와 차가운 심장의 조화가 말처럼 쉽지 않은 까닭이겠죠.




 오늘은 투수의 보직과 그 보직에 따른 이야기들을 다뤄 봤습니다.

 이 글을 보시고 야구를 보는 이해의 폭이 한 뼘이라도 넓어지셨다면 기쁘고 감사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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