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재미있네...
브런치 작가라는 조금은 낯 간지러운 타이틀을 달게 된지도 어언 두 달이 흘렀다.
그냥 한번 해볼까 하는 맘에 신청했다가 덜컥 승인이 났을 때의 조금은 당황스럽고 기분 좋은 느낌이 아직 가시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많이 가신 게 사실이었다.
하루에 하나씩만 써보자 하고 시작했던 글쓰기가 한 달이 지나고부터는 조금씩 텀이 길어지기 시작하더니 처음에는 재미있어 시작했던 게 슬슬 숙제 비슷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랬다.
그렇게 조금 시큰둥해질 때쯤 첫 번째 조회수 떡상을 겪었다.
'아파트 1층 살기의 즐거움'이라는 글은 어떤 연유에서인지 다음 메인에 노출이 되었고 한가롭게 아웃렛 쇼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거의 10분 간격으로 알람이 계속 울렸다.
'<아파트 1층 살기의 즐거움>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를 시작으로 10분 간격으로 2000, 3000, 4000... 슈퍼밴드 실시간 문자투표 집계를 볼 때 <크랙실버>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알 것 같았다.
이렇게 막 늘어나더니 하루에 조회수 10000 가까이 나오는 게 아닌가.
아... 나 이러다 유명해지면 어떡하지ㅋㅋ
이런 가당찮은 잡생각이 들 정도로 조회수 떡상의 맛은 자꾸만 손이 가는 홈런볼처럼 부드럽고 달달했다.
한 이틀 그렇게 조회수와 라이킷이 펑펑 터지니까 '브런치 재미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물 들어왔을 때 후속작이 터졌어야 했다.
그런데 안 터지더라ㅎㅎ
TMI지만 나는 4개의 매거진을 쓰고 있다.
하나는 지금 이 <생각 짧은 사람의 짧은 생각>이라는 일상 잡담이고, 또 하나는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끼고 알려주고 싶은 것들을 정리한 <패션 MD 생존 지침서>라는 조금 오글거리는 제목의 매거진이다.(지금이라도 제목 바꿀까..)
그리고 야구 초심자들을 위한 <김팀장의 야알못 교실>과 사랑하는 LG 트윈스 팬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적는 <LG 팬으로 수십 년 살기>라는 작품도 있다.(브런치에서 '작품'이라고 해서 이렇게 적는 거다.)
아무튼 조회수 떡상을 불러온 글에 이은 후속타를 하필 MD 얘기 2 연타로 올렸던 건 나의 실수였다.
바로 이어지는 떡락이 요즘 주식시장 저리 가라였다.
더 말랑말랑하고 재미있는 글을 올렸으면 떡상 기간이 조금 더 길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내가 그래도 가장 사명감을 갖고 심혈을 기울여 정성스럽게 쓰는 주제의 글들이 가장 인기가 없다는 것이 조금은 김이 빠졌다.
그래도 나름의 목표의식으로 계속 글을 써서 올리고 거기에 라이킷이 달리고 가끔 올라오는 댓글들을 보고 답글을 적으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며 비교적 꾸준하게 글을 올리고 있었다.
아무도 안 시켰지만 나 자신과의 마감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계속 쓰고 올리고, 쓰고 올리고, 쓰고 올리고...
두 달쯤 되니 고만 쓸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예전 블로그 열심히 하던 시절에도 몇 달은 정말 1일 1포스팅 하면서 이웃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푼돈이지만 용돈 벌이도 될 정도로 키웠다가 어느 순간 팍 사그라졌던 나로서는 당장 내일부터 브런치를 떠나더라도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타이밍이었다.
그래서 거의 일주일을 내리 놀고 주말에 설거지를 하다 생각나서 밤에 끄적끄적 적었던 글에서 두 번째 떡상이 터질 줄이야.
<내가 식기세척기를 건조대로 쓰는 이유>라는 글도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음 메인에 노출되었고 또다시 주기적으로 알람을 울려줬다. 물론 이틀만에 다시 떡락했고.
혹시 브런치에서 월 1회씩 다음 메인에 노출시켜주는 알고리즘이 있는 건 아닐까.
만약 그런 거라면 브런치의 밀당 스킬에 기립박수를 보내야겠다.
이미 이곳에서 유명한 분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겠지만 나처럼 얼떨결에 시작했다가 슬슬 글감도 떨어지고 고만고만한 조회수에 심드렁해지는 초보 작가들에게는 매우 강력한 주사 한방이니 말이다.
시험 기간 책상에 앉아 졸고 있을 때 터지는 엄마의 등짝 스매싱처럼 정신이 번쩍 들면서 '그래, 또 해보자.' 하는 마음이 들게 해주는 브런치와 다음의 콜라보를 매우 칭찬하자.
예전부터 많이 들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요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자청 님의 <역행자>라는 책에도 '22 전략'이라고 해서 매일 2시간씩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한다.
아직 알량한 수준의 글이기는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하고 포장하는 과정에서 한번 더 돌아보게 되고, 혹시 틀린 내용을 적었을 때 돌아올 비판이 두려워서 다시 한번 정확한가 따져보며 나의 내공이 스텝 바이 스텝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믿는다.
두 달간 거의 4만 명이나 되는 분들이 나의 글을 읽어주었다.
하루 평균 600명이 넘는데 내가 어디 가서 매일 600명씩 모아놓고 이야기할 일이 있을까? 감사한 일이다.
미약하게나마 이렇게 세상에 나의 영향력을 조금씩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니 뭐라도 된 것 마냥 우쭐해진다.
좀처럼 우쭐해질 일 없는 40대 아저씨에게는 돈 안 들이고 누릴 수 있는 호사다.
거기에 더해지는 구독자님들과 다른 작가님들의 댓글을 읽어보는 것은 화룡점정이다.
나 오늘 좀 멋져 보여서 혼자 막 좋아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누군가가 "오호~ 오늘 괜찮다. 어디 가?" 했을 때처럼 도파민이 팍팍 터져 나온다.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래서 브런치가 재미있다.
재미있으면 계속하게 되더라.
그래서 브런치도 계속 꾸준히 할 것이다.
그러려면 브런치에서 월 1회 떡상을 보장해줘야만 한다.
부탁해요, 브런지.
브런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매일 2시간씩 글을 쓰다 보면 정말 내 인생이 달라지는 순간도 올 것이라 믿어보자.
아, 하나만 더.
구독자 수가 늘어나면 더 오래 꾸준히 할 수 있겠다ㅎㅎ
새로운 구독자 여러분, 미리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