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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팀장 Jul 18. 2022

전자책을 내면서 느낀 점

도장깨기의 즐거움

 바로 지난번 글에서 '브런치 재미있네...'라고 해놓고 거의 3주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구독자가 몇 분 안되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내 글을 기다렸던 분이 계시다면 죄송하다.

 아무도 안 기다렸다면 그냥 민망해하고 말자.


 그동안 휴가를 다녀오거나 그냥 놀았던 건 아니다.

 나름 바빴다.

 왜냐면,

 전자책을 하나 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마켓 NO.1이라고 하는 '크몽'이라는 사이트에 그동안 브런치 매거진으로 연재했던 <패션 MD 생존 비법서>라는 전자책을 발행했다.

 브런치에 연재했던 내용에 더할 것은 더하고 뺄 것은 빼고 문체도 다듬고 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투입되는 작업이 되었다.

 여기서는 그냥 편하게 이야기하듯 썼다면 판매를 전제로 하는 전자책에서는 조금 더 공손하고 친절하고 뭔가 좀 더 전문적으로 보일법한 문체와 단어를 선택하다 보니 처음 생각한 것보다 일이 커졌다.


 어찌어찌해서 약 2주간 내용을 정리하고 이제 됐다 싶어서 '크몽'에 자료를 등록하려고 하니 거기서부터가 더 문제였다.

 실제로 인쇄되는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표지도 만들어야 했고, 사이트에 노출되는 썸네일과 상세페이지도 만들어야 했다. 

 일러스트나 포토샵 같은 툴을 잘 다루지 못해 그 관문이 대단히 큰 장벽처럼 느껴졌는데 와이프가 추천해준 '미리 캔버스'라는 사이트가 내 고민을 풀어주었다.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운 온갖 디자인을 원하는 폼으로 만드는 툴을 제공하는 사이트인데 디자인 시안도 풍부하고 사용하기도 편리해 나 같은 초보자도 활용하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곳이다.

https://www.miricanvas.com/   


 그렇게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은 예상했었지만 사이트에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등록을 하려다 보니 자기소개서도 작성해야 했다.

 생각하지 못했던 작업인 데다가 꽤 디테일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나에 대한 소개는 물론이고 그동안의 경력과 학력까지 증명해야 하니 회사 입사와 다를 게 없었다.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니 20년간 겪어왔던 많은 회사들과 사람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완전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정말 주마등처럼 스쳐갔으니까.

 그동안 참 고생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동안 고생 많았네 김팀장...

 앞으로도 고생하게 김팀장...


 '이러다 면접까지 보라는 거 아냐?', '내가 그래도 면접은 잘 봤었지. 훗' 따위의 생각들을 하며 몇 년 만에 학교 졸업증명서까지 발급받아 파일 첨부를 하고 나니 자료 등록 절차가 끝났다.


 '학교는 잘 있을까?'

 '학교 앞에 가면 싹 다 변해서 못 알아보겠지?'

 '삼성통닭, 영철버거, 설성반점, 아욱꽃, 향월 여인숙, 레인보 노래방... 남아 있는 데가 있을까?'

 '그래도 학교 다닐 때가 리즈였지...'

 '아, 나이 더럽게 많이 먹었네...'



 심사 결과를 기다린 지 3일 만에 자료가 승인되고 사이트에 등록되었다.

 사람들에게는 그저 사이트 내의 수많은 콘텐츠 중 하나일 뿐이지만 나에게는 20년간 해온 내 일에 대한 정리이자 나와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고 빠른 길로 가도록 돕는 이정표로서의 의미가 있는 86페이지짜리 저작물이다.

https://kmong.com/gig/396569


 그렇게 생각하니 살짝 뭉클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가 배가 고파졌다.

 그런 나의 맘을 알았는지 와이프와 아이들이 치킨과 피자로 조촐한 파티를 열어주어 나의 마음과 배를 채워주었으니 역시 가족이 최고다.


 작년부터 블로그를 만들고 거기서 용돈 벌이를 하고, 스마트스토어를 열어서 연말 특수의 맛도 새끼손가락에 살짝 찍어 먹어보고, 인스타 팔로워 1K를 찍으면서 도장깨기를 하나씩 해오고 있다.

 올해는 브런치 작가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하나 달았고 이제 전자책 발행인이라는 새로운 도장도 깨게 됐다.

 다음 도장깨기는 어떤 게 될까?

 브런치 작가나 전자책 발행인이나 올해가 시작될 때 버킷리스트에는 없던 것들이니 어느 날 갑자기 또 깨고 싶은 무언가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하나하나 도장깨기를 해나갈 때마다 한 뼘 정도는 자라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참 즐겁다.

 세상 살아가는 게 별로 재미없을 법한 40대 아저씨지만 한 계단 한 계단 밟아가면서 오히려 혈기만 넘치던 20대나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버거웠던 30대 때보다 더 건강해짐을 느낀다.


 앞으로 더욱 건강해질 50대, 60대를 위하여.

 즐거운 도장깨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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