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소울메이트가 하필 OB 팬 #2

by 김팀장

모든 것이 완벽했던 우리 사이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었으니 녀석은 OB 팬이었다.

그냥 팬도 아니고 찐팬.

LG 팬이었으면 더 바랄 게 없었겠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 그 정도는 넘어가야지 별 수 없었다.

우리가 지고 OB가 이긴 다음날 이어지는 녀석의 깐족거림은 소울메이트와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대가치고는 별 것 아니었으니까.

함께 가입한 야구 동아리에서 캐치볼도 하고 1학년 중 유이하게 3루수와 중견수로 경기에 나서면서 우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녀석이 비록 OB 팬이긴 했지만 무슨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었으니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우리 사이에 건널 수 없는 큰 강이 하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 과는 외국어 전공으로 외고 출신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중 대다수는 강남 출신들이었고 그 녀석도 그 대다수에 속했다.

의정부에 살면서 일반 고등학교를 다니던 내가 이전에 만나본 적 없던 그들은 나와 여러모로 달랐고 그건 그 녀석도 마찬가지였다.


녀석은 내가 최고로 생각했던 태지 형이 광고하던 티피코시 대신 폴로를 입었고, 나는 항상 1호선을 타고 출발해 신설동에서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학교에 갔지만 녀석은 가끔 학교에 반짝반짝 빛나는 소나타2를 끌고 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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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하기 전까지 나는 그 존재도 알지 못했던 TGI에 생일날도 아닌데 가서 아무렇지도 않게 저녁을 사 먹을 수 있던 녀석은 그때까지 역시나 소나타를 몰고 TGI에 가서 저녁을 사 먹을 수 있는 친구들만 보고 자랐기 때문에 당연히 나도 그럴 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곳에 갈 때 나도 함께 가자 했고 나는 그럴 때마다 뭔가 핑계를 대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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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정말 아무런 사심 없이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하고 싶어 해맑게 물어봤지만 그런 제안을 받을 때마다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감정이 솟아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백 퍼센트의 선의로 다가오는 친구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껴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그걸 내색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었다.

그때까지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어려웠던 어린 시절에 비하면 그래도 우리 집도 크게 부족함 없이 잘 살고 있다는 것에서 느껴지던 안도감이 녀석이 그런 제안을 할 때마다 흔들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싫었다.


녀석과 나 사이의 강을 건너보기 위해 열심히 번 과외비로 폴로에서 티셔츠도 사고, 퀵실버와 스투시 매장에서 한벌에 10만 원이 넘는 후드티를 사 입고 닥터마틴 구두도 신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거기까지였다.

우리는 똑같이 놀기 좋아하고 꿍따리샤바라가 좋냐 트위스트 킹이 좋냐로 꽤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애초부터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다 만났기 때문에 완전히 섞일 수는 없는 사이였다.

그리고 그 섞이지 못하는 것들에 아쉬워하고 답답해하는 쪽은 대부분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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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따리샤바라'와 '트위스트킹' _ 96년의 메가 히트곡


친구는 다 비슷비슷한 줄 알았다.

그런데 스무 살이 되고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정부에서 자란 평범한 집안의 LG 팬과 강남에서 금수저를 물고 자란 OB 팬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어른들의 세상인가 싶었다.

똑같지만 또 너무나도 다른 그 친구로 인해 너무나도 즐거우면서 때로는 답답해지는 스무 살의 여름이 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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