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 프라이빗 풀

by 김팀장

Private Pool at <Grandma Resort>


올해 여름휴가도 우리 가족은 프라이빗 풀로 다녀왔다.

코로나가 터진 2020년 여름에 오픈한 외갓집 리조트 프라이빗 풀.

지금이야 바다든 워터파크든 피서지로 떠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지만 코로나가 처음 우리 생활을 접수했던 재작년 여름에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가장 속 편한 건 그냥 집콕하는 것이었지만 당시 10세와 8세이던 아들 1,2호의 활화산 같은 에너지를 집안에서 발산했다간 13층이던 우리 집이 내려앉을까 심히 우려가 되었다.

꼭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나와 와이프 역시도 긴긴 여름을 그냥 버텨낸다는 건 버거운 일이기도 했고.


그래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갈 수 없고 물놀이는 해야겠으니 그럼 물놀이장을 만들자'였다.

처가, 그러니까 아이들에게는 외갓집에 가면 넓은 마당이 있고 그 넓은 마당 한켠에 수돗가도 있으니 거기에 간이 풀장을 설치하고 물을 받으면 우리 가족만의 풀장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이렇게 서양 어른 세명과 서양 아이들 다섯 명이 들어가 놀 수 있는 특대 사이즈 정도면 전원 동양인인 우리 가족 네 명과 강아지 한 마리가 노는 데는 충분할 것 같았고, 그렇게 2020년 8월 <Private Pool at Grandma Resort>가 개장하였다.

그리고 올해까지 3년째 성업 중이고 앞으로도 몇 년간은 계속 성업할 듯하다.

녀석들이 교복을 입게 되면 폐장하게 되지 않을까...


외갓집 프라이빗 풀은 몇 가지의 사소한 단점을 제외하면 참으로 장점이 많다.

일단 그 사소한 단점들은,

첫째, 일백 프로 수동 시스템이다.

수영장을 조립하고 물을 채우는 것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수돗가의 긴 호스마저 없었다면 빨간 다라이에 물을 퍼 날라야 했을 것이다.

둘째, 유수풀이나 파도풀은 아빠의 노가다에 의해서만 이용 가능하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놀고 나면 아빠만 녹초가 되는 시스템이다.

셋째, 풀장 물을 뺄 때 빨간 다라이로 물을 퍼내야 할 경우가 발생한다.

물 빠지는 구멍이 하나뿐인데 완전 바닥에서 살짝 올라온 위치에 있어 어느 정도 물이 빠진 후에는 퍼내야 한다. 무한도전 초창기에 왜 저런 걸 하나 싶었던 목욕탕 물 퍼내기 무모한 도전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작은 단점들을 상쇄할만한 장점들은 아래와 같다.

1. 수영모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2. 혹시 모를 누군가의 분뇨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3. 탈의실과 샤워장이 지척이다.

4. 개장시간, 폐장시간 다 아이들 맘대로다.

5. 여유롭게 해먹 튜브 위에 둥둥 떠 있을 수 있다.

6. 옥수수, 컵라면 등 간식이 무료다.

7. 원한다면 물속에서 먹을 수도 있다.

8. 소독약 때문에 눈 따가울 일이 없다.

9. 물을 좀 먹더라도 덜 찝찝하다.

10. 반려견 동반 물놀이가 가능해서 개헤엄을 배울 수 있다.

11. 풀장을 설치하고 해체하는 작업을 반복하며 새로운 적성을 발견할 수 있다.

12.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세상없는 열대야에도 꿀잠 잘 수 있다.


2020년, 2021년에도 그랬고 올해 역시도 풀장을 해체하면서 '아, 이거 내년부터는 하지 말자'라고 다짐했지만 아마 내년 여름에도 우리는 또 처가 마당에 풀장에 물을 채울 것이다.

방학과 동시에 외갓집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3년째 똑같은데도 그때마다 신나게 노는 새로운 방법을 새록새록 생각해 내는 두 녀석들 때문에 말이다.


한여름 30도가 훌쩍 넘는 뙤약볕 아래 쭈그리고 앉아 풀장을 조립하느라 비 오듯 땀을 흘리고, 풀장을 해체하면서 물과 땀에 펑 젖고 손가락을 다쳐는 고생도 아들 1, 2호의 웃음 앞에서는 모두 없던 일이 되니까.


아무리 몸살각이어도 <Private Pool at Grandma Resort>는 내년에도 열릴 것이다.

엄빠가 이렇게 고생고생해서 만들어준 수영장과 그 수영장이 있던 외갓집의 정겨운 마당, 그리고 그 안에서 깔깔대며 켜켜이 쌓은 시간들이 녀석들의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