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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팀장 Aug 26. 2022

도서 리뷰 <클루지>

나는 왜 자꾸만 바보 같은 결정을 하는 걸까?

 개리 마커스의 <클루지> 리뷰.


 앞서 소개했던 <역행자>에서 자청 님이 인생을 바꾼 책으로 꼽았던 책.

 그의 추천에 힘입어 절판되었던 이 책이 재출간되었으니 그 영향력이 참으로 막강하다.


 '10억 연봉 유튜버 자수성가 청년의 인생을 바꾼 책'이라는 광고 문구와 자청 님의 추천사까지 더해져 새롭게 다시 살아난 이 책을 나도 읽어보았다.

 당연히 <역행자>의 영향이 1000000%.


 책의 제목이기도 한 '클루지'는 본래 공학자들이 쓰는 통속적인 표현으로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해결책'을 뜻한다.

 이 책의 저자인 개리 마커스는 중견 심리학자로서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마음이 왜 클루지가 되는지를 설명하고 그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한다.

 그의 관점에 의하면 진화는 어떤 문제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만들어진(진화되어 온) 토대 위에서 당장 그런대로 쓸만한 방법을 찾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의 마음은 선조들이 아주 오래된 환경 속에서 진화해서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반사 체계'와 비교적 최근에 진화해서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숙고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의 마음이 클루지가 되는 것은 바로 이 두 체계 사이의 간극 때문이며 두 체계가 충돌하는 경우 대부분 우선권은 먼저 자리 잡은 '반사 체계'가 쥐게 된다.

 만일 진화가 인간의 뇌를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세팅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면 의사 결정에 있어서 항상 합리성이 최우선 기준이 되겠지만 이미 자리 잡고 있던 뇌에 '숙고 체계'가 더해졌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때 당장 그 일을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이지만 단기적인 즐거움을 주는 '우영우 정주행'을 도중에 끊지 못하는 것은 인류 진화의 관성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어설픈 진화의 결과에 지배받으며 살아갈 수는 없기에 저자는 클루지를 극복하기 위한 13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클루지를 이겨내기 위한 13가지 제안


1)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

2)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3)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4)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말라.

5)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6)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7)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

8)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9)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10)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11)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12)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13)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


 개인적으로는 5번과 10번 항목에 별표를 치고 싶다.

 마음의 클루지를 지워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하고 거리를 두어 시간을 갖고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정답을 맞힐 확률을 가장 높이는 길이 아닐까?


 솔직히 아주 재미있고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왜 이렇게 의지도 약하고 말도 안 되는 결정들을 내린 후에 후회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합리적이고 명확한 답을 준다.

 나는 왜 이럴까 자책할 필요 없이 우리 뇌의 구조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확률을 높이는 것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중간중간 밀려오는 지루함을 견뎌낼 수 있다면 분명히 얻을 것이 많은 책이다.


https://naver.me/GQYzISY5



<머리와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글귀>


P.101

 우리에게는 우리가 편향되지 않도록 막아줄 내적 장치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신중한 추론의 기제를 얼마만큼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적인 자아의 몫이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편향될 수밖에 없다.


P.138

 기억의 신속함과 맥락 민감성은 위협적인 환경에서 급히 결정을 내려야 했던 우리 선조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과거에 자산이었던 것이 현대에는 부채가 되었다.

 맥락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데 합리성은 저렇게 말하고 있다면 합리성은 언제나 양자 간의 싸움에서 지고 만다.


P.243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자기 통제의 산에 오르기 위한 평생의 투쟁이다.

 진화는 우리에게 분별 있는 목표들을 세우기에 충분한 지적 능력을 주었으나 그것들을 관철하기에 충분한 의지력은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 한 줄 리뷰

    "비합리적일 수밖에 없게 태어났으니 너무 자책하지 말자. 고칠 수 있다잖아."



#클루지#개리마커스#진화#반사체계#숙고체계#역행자#자청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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