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2021)’에는 재미있는 대사가 많이 나온다. 극 중 박우리(손석구 扮)와 함자영(전종서 扮)이 두 번째로 만나 술을 마실 때 이런 대화를 나눈다.
함자영 : 너 냉정하게 한번 생각해봐. 네가 여자라면 너한테 끌릴 거 같아?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 아니다, 매우 아니다.
박우리 : ... 보통?
함자영 : 보통? 스스로가 보통이면 남자는 두 단계 뒤로 가야 돼. 매우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자기 자신을 예외적이고 독특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보통 평균보다 (a) 도덕적이며 고결하다고 생각하고, (b) 능력이 있고, 경쟁력이 있고,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며 (c) 동정심이 많고, 이해심이 많고, 따뜻하다고 생각한다 (Brown, 2007).
당연히 통계적으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평균보다 나을 수는 없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 자신을 좀 더 좋게 평가하는 걸 "평균 이상 효과"(Better Than Average Effect, BTA 효과 혹은 BTAE 혹은 BAE)라고 한다. BAE는 개인의 특성과 행동뿐만 아니라 우울한 정도, 불운할 확률을 평가할 때도 작용한다.
BAE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BAE가 더 나은 심리적 건강, 더 높은 자아존중감, 더 낮은 우울함, 그리고 더 높은 지적 기능과 연관되어있음이 증명됐다. 스스로 본인이 남들보다 낫다고 평가할수록 우울감, 불안감이 적고 자존감이 높았으며, 더 행복하다고 느꼈다. 이와 반대로, 본인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적은 사람일수록 만성적으로 불안하고, 우울하고, 불행하다고 느꼈으며, 본인과 본인 삶에 불만족했다. 이런 사실은 인종, 국가를 넘어서 광범위하고 일반적으로 발견됐다.
그러나 평균 이상 효과에 많은 이점이 있음에도 자각하고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본인의 약점과 실수를 가려서 능력 향상과 자기 계발을 위한 노력에 소홀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근거 없이 본인이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짧게 봤을 때 자신감을 늘려주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자존감을 낮추고 주관적인 행복을 줄일 수 있다. 자기고양을 자주 하면 다른 사람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고, 심할 경우 사회적 고립이나 배척까지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한다 (Sedikides, 2002).
BAE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한 표현으로 "워비건 호수 효과"가 있다. 워비건 호수는 가상의 마을로, "woe(근심)+be gone(사라진)"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마을의 여자들은 모두 강인하고, 남자들은 다 잘생겼으며, 아이들도 전부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고 있다. 사실 이 마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별한 능력과 재능이 없음에도 그렇게 믿는다. 이렇게 본인의 능력, 재능, 업적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자기 과신의 오류는 우월감 환상(Illusory superiority)에 속한다. 뉴스토프에 관련 칼럼을 쓰신 황부영 컨설턴트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지 못하고 재능을 더 발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뛰어나다는 생각에 빠져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버트런드 러셀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이 시대의 아픔 중 하나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지한데,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한다는 것이다."
평균 이상 효과가 왜 나타나는지, 언제 더 심해지는지,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이해하고 알게 되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려고 한다.
■ 평균 이상 효과의 원인
평균 이상 효과는 25년 전(Alicke, 1985, Brown, 1986) 처음 발견된 이래로 다양하고 많은 연구가 진행됐고, 왜 그런 효과가 나타나는지 상당 부분 밝혀졌다. 크게 인지 편향(cognitive bias)과 자기고양 동기부여(self-enhencement motivation)의 두 가지 설명으로 나뉜다.
The Cognitive Bias Codex - John Manoogian
1) 인지 편향
인지 편향은 뇌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할 때, 개인의 경험과 선호를 토대로 단순하고 비논리적인 추론을 하는 경향을 말한다. 인지 모델에서는 BAE를 비교 판단의 한 종류로 바라본다. 비교 판단과 관련된 인지 편향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정보의 차이와 연관이 있다. 말 그대로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고 정보가 훨씬 많기 때문에 자연스레 본인을 더 우선시하고 더 좋게 본다는 시각이다.
두 번째로 초점주의(focalism, focal illusion)가 있다. 초점주의는 비교 판단을 할 때 참고 대상보다 비교할 대상에 더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귀하는 동료들에 비해 얼마나 일을 더 잘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 “동료들은 귀하에 비해 얼마나 일을 더 잘하십니까?”라고 물어봤을 때보다 본인 능력을 더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 ‘나’는 비교 대상이 되고, ‘다른 사람들’은 참고 대상이 되므로 초점주의가 작용한다.
세 번째로 순진한 사실주의(naïve realism)가 있다. 순진한 사실주의는 스스로가 주변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믿는 것을 말한다. 예시로 맹점 편향이라는 게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학생들에게 인지 편향에 대한 수업을 해주고 본인의 능력(사려 깊음 등)이 다른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어떠한지 설문을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자기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편견과 인지적 오류에 덜 취약하다고 생각했음에도, 본인 대부분의 능력이 다른 동료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설문에 답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때 어떤 인지 편향이 작용하는지 수업을 해줬는데도 그랬다 (Pronin, 2002). 순진한 사실주의는 나와 다른 사람들 간의 차이를 더 크게 생각하도록 만든다고 한다.
다음으로 자기중심성 (egocentrism)이 있다. 자기중심성은 본인의 생각만을 중요시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짐작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특성을 말한다. 자기중심적 편향*에 빠지면 본인의 생각에 매몰되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자기중심성과 관련된 인지 편향의 예시로 일본에서 한 행동 실험이 있다. 참가자들에게 공정하거나 부정한 행동을 적으라고 했을 때, 공정한 행동에 대해 쓸 때는 “나”로 시작하는 경향이 컸지만, 부정한 행동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결과는 사람들이 성공이나 긍정적인 행동은 자기 자신과 연관시키고, 실패나 부정적인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짐을 지우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Tanaka, 1993).
* 자기중심적 편향의 다른 예시
- 허위 합의 효과 (false-consensus effect) : 자기 생각, 믿음, 능력, 행동이 실제보다 더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공유된다는 착각
- 지식의 저주 효과 (curse of knowledge effect) :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때, 자기가 아는걸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 조명 효과 (spotlight effect) : 본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실제보다 더 주목받고 관심받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2) 자기고양을 위한 동기부여
BAE를 설명하는 다른 관점은 자기고양을 위한 동기부여때문이라는 이론이다. 자기고양 동기부여는 스스로를 좋게 생각하고 남들한테 좋게 보이고 싶어 하는 욕망을 말한다. 이 욕망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객관적이지만 비우호적인 정보보다는, 아부에 가깝더라도 더 우호적인 정보를 선호하도록 만든다.
사람들이 자기고양을 하도록 동기부여되는 이유는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가져 자기 보호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BAE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질과 특성에 대해 더 크게 나타나며, 내 자아존중감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더 증가한다 (Brown, 2011). 자아존중감을 보존하고, 향상하고, 회복하기 위한 욕구가 BAE의 원동력이 된다.
"자아 관여(Ego-involvement)는 인간 행동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 누군가 '개인적'으로 행동할 때는 그 사람이 일상적, 비인격적, 중립적으로 행동할 때와는 상당히 다르게 행동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그 사람의 자아가 관여하지 않지만, 전자의 경우에는 관여하기 때문이다.” (allport, 1943)
동기부여 과정은 중요도가 높을 때만 작동한다. 어떤 일의 결과에 대해 객관적이며 냉정한 사람과, 감정적으로 몰두한 사람은 매우 다르게 행동한다.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동기부여력이 작용한다는 개념은 낙천주의 연구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BAE와 비슷하게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가 다른 사람들의 미래보다 더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동료들보다 자기 집을 갖거나, 자식이 영재이거나, 80세 이상 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심각한 교통사고나 범죄 피해자가 되거나, 심하게 아플 확률이 더 낮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비교 낙천주의 편견은 동기부여력에 의해 생긴다고 한다.
사실 BAE를 설명하기 위해 인지 편향보다 동기부여력 개념이 더 먼저 등장했다. 그러나 인지심리학이 발전하고, 비교 판단을 할 때 사용되는 여러 휴리스틱*이 알려지면서 인지 편향 이론이 점차 힘을 얻었다. 인지 편향과 동기부여력 모두 BAE에 관여하지만, 어느 것이 더 지배적인지 확인하기 위해 몇몇 연구가 진행됐다. 그러다가 2010년대 초반 “다른 사람보다 나은 것이 중요하다”라고 생각할 때, 동기부여력이 인지적인 처리과정보다 더 지배적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와 관련된 연구와 실험은 블로그 글에서 소개하려고 한다.
* 휴리스틱(heuristic)
: 체계적인 판단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간편 추론 방법
■ 평균 이상 효과를 줄이는 요인
평균 이상 효과를 줄이는 요인은 크게 다섯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비교하는 능력이 조절할 수 없거나 덜 모호할 때 (Alicke 1985), 더 어려운 능력과 기술을 비교할 때 (Kruger 1999), 비교 기준을 스스로에게 둘 때 (Otten, 1996),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주장을 설득해야 할 때 (Sedikides, 2002), 특정한 개인과 비교할 때 (Alicke, 1995) 더 줄어든다.
1) 비교하는 능력이 조절할 수 없거나 덜 모호할 때
도덕성, 친절함, 따뜻함 같은 특성은 지능, 업무처리능력, 예술성 같은 특성에 비해 좀 더 조절 가능한 부분이 있다.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조절 가능한 공정함과 같은 능력에 비해, 조절할 수 없는 지능과 같은 능력에 대해서 더 적은 편견을 가진다고한다.
두 번째로, 사람들은 비교하려는 특성이 모호하고, 추상적인 경우에 더 긍정적으로 편향된다. 예를 들어 외부 조건에 의해 평가될 수 없는 감정(기쁨, 슬픔, 행복, 우울함)과 같은 능력을 비교할 때 그렇다. 개념이 모호한 특성을 비교할 때는 본인이 스스로 정의 내리게 되어 편견이 더 증가한다.
이런 편향은 비교대상이 본인에 비해 더 떨어지지 않는다는 특정한, 정확한 정보가 주어질 때 줄어든다 (Alicke, 1985).
2) 더 어려운 능력과 기술을 비교할 때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능력과 기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때 본인에 대한 긍정적 편향이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 공 저글링과 같은 어려운 일보다 자전거 타기, 농담하기와 같은 쉬운 일에서 BAE가 더 크게 나타났다 (Kruger, 1999).
사실 이런 효과에 대해서는 몇 가지 비판도 존재한다. 먼저 스스로가 그 능력과 기술을 중요시 생각하는지, 자기고양을 위한 동기부여력이 작용하는지 고려하지 않았다. 프로그래밍을 잘하고 저글링을 잘하면 좋겠지만, 정직하고 경쟁력 있는 것과는 중요성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Brown, 2011).
또 다른 비판은 어려운 능력이 주관적이라는 관점이다 (Jeffrey, 2005). 예를 들어 축구선수에게 ‘본인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프리킥을 잘 차나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그 답변은 편향된 결과가 아니라 실제 사실일 수 있고, 이는 인지 편향이 아닐 것이다.
3) 비교 기준을 본인 스스로에게 둘 때 (다른 사람들과 간접적으로 비교할 때)
본인이 “잘한다”라고 생각하는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BAE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본인이 얼마나 똑똑한지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생각할 때와, 본인 스스로에게 기준을 두고 생각할 때 그 결과가 다르다. 보통 다른 사람들에게 기준점을 두면 평균 이상 효과가 증가한다 (Otten, 1996).
대상과 직접적으로 비교한다는 건 어떤 특성과 능력이 뛰어나다는 기준점을 타인에게 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교 판단에서 직접적인 비교는 “본인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ㅇㅇ을 얼마나 잘하나요?”와 같이 질문하는 것이고, 간접적인 비교는 “본인을 ㅇㅇ을 얼마나 잘하나요? (0-10점)”, “다른 사람들은 ㅇㅇ을 얼마나 잘하나요? (0-10점)”와 같이 질문해서 두 점수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기준을 두고 생각하면 본인 스스로를 기준으로 삼을 때에 비해 본인이 개성 있고 유일한 존재라는 인식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고 한다 (Codol, 1987). 본인의 정체성을 보호하고 향상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점을 찾게 되고, 그에 대한 한 방법으로 본인에 대해 더 우호적으로 생각해서 평균 이상 효과가 증가한다는 해석도 있다.
* 사실 위의 내용을 주장한 Otten(1996)의 연구는 본인의 능력이나 특성에 대한 자기 평가가 아니라, 본인에게 불행한 일이 닥쳐올 가능성에 대해 설문했다. 예를 들어 ‘학위를 제 때 따지 못함’, ‘AIDS에 걸림’, ‘플루로 몇주를 침대에 누워지냄’ 등 10가지 불운한 상황이 본인에게 일어날 가능성과 다른 사람에게 일어날 가능성을 평가하도록 했다.
앞선 소개에서 말했듯, 평균 이상 효과는 본인의 능력이나 특성에 대한 평가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불운한 일이 닥칠 확률, 행운이 생길 확률 등 다양한 종류의 생각에 걸쳐 나타나므로 해당 결과를 좀 더 넓게 해석해도 괜찮다.
4)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주장을 설득해야 할 때
본인이 스스로에게 내린 좋은 평가를 다른 사람들이 본다는 걸 알게 되면 BAE가 줄어든다. 사회적인 상황을 통해 “해명할 책임”(accountability)을 부여하고, 우월감 환상을 검토할 수 있다. 해명할 책임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정당화하고, 방어하기 위한 기대에 충족하는 걸 의미한다. 해명할 책임은 BAE를 줄인다.
그리고 사회적 맥락 안에 있을 때 자기 고양을 줄일 수 있다. 청중의 지위가 높거나, 관계가 가까울수록 (Sedekides, 2002), 정직하며 솔직해야 한다고 훈계할수록 (Gordon, 1987), 성과와 능력에 대한 외부 기준을 구체적으로 세울수록 (McKenna, 1997), 실패보다는 성공에 대한 피드백을 할수록 본인에 대한 긍정적 편향이 줄어든다 (Dunning, 1995). 실패 경험은 자존감을 향상하기 위한 동기부여를 만들어 성공에 대한 자기중심적 정의를 내리도록 하고, 자기 편향을 만든다.
5) 다른 사람들보다는 특정한 개인과 비교할 때
평균 이상 효과는 비교하려는 대상이 명확해질 때 줄어든다. 보통 평균적인 동료나 대학생을 생각하라고 할 때는 모호함이 크다. 우리는 보통의 다른 사람들보다 실제 사람을 생각하라고 할 때 더 “개별화”(individuated)된다. 개별화는 개인의 구체적인 정체를 인식하는 걸 말한다.
1995년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균적인 대학생을 떠올리고 비교할 때보다, 임의로 배정한 낯선 사람과 비교했을 때 BAE가 더 감소했다. 그 사람과 대화를 한 것도 아니고,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같은 방에 있었을 뿐이었다. 내 앞에 살아있는 비교대상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런 효과가 나타났다. 정말 최소한의 사회적 접촉이 편견을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이다 (Alicke, 1995).
또한 개인적인 접촉(personal contact)이 BAE를 줄인다. 과거 냉전시대 핵전쟁이 개인적인 이유로 발생할 것을 우려했던 과학자들은 핵 발사 결정권자와 미래의 피해자들이 서로 개인적인 접촉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Fisher, 1981). 그만큼 개인적인 접촉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비교대상이 될 실제 사람과 대화를 했을 때, 그 사람의 뒤통수만 봤을 때와 화면 속에서 그 사람을 봤을 때 보다 훨씬 BAE가 감소했다 (Alicke, 1995).
마지막으로 비교대상의 선호도가 BAE를 높인다는 의견도 있다. 사람들은 나와 더 친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보다 덜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불행한 일이 일어날 확률을 나와 제일 친한 친구, 적당히 친한 친구, 보통의 사람에 대해 각각 예측한다고 해보자. 불행을 회피할 것이라는 환상은 가장 친한 친구들에 대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적당히 친한 친구, 보통의 사람이 그 뒤를 이었다. 이 결과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사람들은 본인과 가장 친한 친구들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에 BAE가 컸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가장 친한 친구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Fetzer, 1986).
■ BAE에 대한 다른 관점 : 내가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이 ‘평균’이 아니라면?
그동안 평균 이상 효과가 무엇인지, 왜 나타나는지,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에는 다른 관점에서 BAE를 바라보려고 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비교를 하기 위해서 ‘평균’, ‘보통’의 사람을 한번 떠올린다고 생각해보자. 그런 사람을 떠올리는 게 어렵진 않았나?
사실 통계적으로 평균이 되는 다른 사람과 예시를 떠올리는 건 인지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선 비교 대상이 될 표본 집단에 굉장한 주의를 쏟아야 한다. 비교집단의 규모, 집단의 동질성, 표본추출 방법 등을 고려해 표본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을 판단해야 한다 (Nisbett, 1983). 우리가 특정한 능력에 대해 평균이 되는 사람의 예시를 미리 생각하고, 저장하고, 구조화해놓았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즉시 정확한 통계적 평균을 계산해내는 건 쉽지 않다. 결국 우리는 비교 판단을 할 때, 그 순간에 인지적으로 사용 가능하고(Tversky, 1974) 가장 정보를 많이 갖고 있던(Maguire, 2016) 전형적인, 대표가 될 수 있는 예시를 가져다 사용하게 된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평균’이라는 단어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정보가 제한돼있거나 오류가 있을 때 통계적 평균과 중앙값은 보통을 대표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BAE를 보이는 이유는 ‘평균’을 ‘중앙값’(50백분위수)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2017년 연세대 심리학과 김영훈 교수님께서 이와 관련된 논문을 발표하셨다. 이를 소개해 드리려 한다.
우리가 어떤 능력과 기술을 평균의 사람과 비교할 때, 그 사람이 실제 평균이나 50백분위수의 능력을 갖지 않았을 수 있다. 각자 받아들이는 “평균”, “보통”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 (a) 수학적인 평균 - 계산을 통해 얻은 평균이나 중앙값 (b) 보통의, 평범한, 전형적인 기준 (예 : 보통의 사람들은 대중교통보다 운전하는 걸 선호한다) (c) 지극히 평범한, 일반적인 기준보다 낮은 (예 : 저 사람은 매우 평범한 독재자다)
이 논문에서는 사람들이 비교 대상인 평균적인 사람을 통계적 평균이나 중앙값으로 보지 않고 ‘평균-이하의 능력’을 가진 사람, 다른 말로 썩 좋지 않은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봤음을 밝히고 있다. 사람들이 평균을 떠올릴 때 생각하는 타깃은 집단을 가장 잘 대표하는 사람이며, 이 비교대상은 대개 평균-이하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따라서 BAE는 본인을 과장하는 편견이 아닐 수 있다. 만약에 사람들이 “평균”을 통계적으로 중립적인 단어로 보지 않고, 중간보다는 아래에 있는 살짝 부정적인 단어로 인식한다면 말이다.
2) 연구 방법
글의 중반부에서 설명했듯, BAE는 능력과 기술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낮게 나타난다. 따라서 여러 특성과 능력을 난이도에 따라 분류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 능력은 상대적으로 쉬운 난이도로, 과학적 능력은 중간 정도의 난이도로, 예술적 능력은 어려운 난이도로 여겨진다고 한다 (Krugger, 1999).
본 연구에서는 총 14가지 능력을 세 가지 범주로 나누었다.
일반적 능력 (General ability) : 말 표현력, 글 표현력, 리더십, 창의적 글쓰기, 업무 조직력, 운동 능력, 판매 능력, 친화력
과학적 능력 (Scientific ability) : 과학, 수학, 기계공학
예술적 능력 (Artistic ability) : 음악, 미술, 연기
그리고 총 288명의 미국 대학생들(평균 나이 만 18.9세)에게 본인의 능력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도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여기서 다른 사람은 크게 다섯 가지 범주로 나뉜다.
(a) 평균의 학생, (b) 전형적인 학생, (c) 40백분위수, (d) 50백분위수, (e) 60백분위수 학생
따라서 288명의 학생을 다시 다섯 그룹으로 나누어서, 어느 집단에는 평균 학생과 비교하도록, 어느 집단에는 전형적인 학생과 비교하도록, 40 백분위수, 50백분위수, 60백분위수 학생과 비교하도록 각각 나누었다. 각 능력 별로 비교할 때 7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했다. (1 : 훨씬 못한다, 4 : 비슷하다, 7 : 훨씬 잘한다) 4점이 넘으면 BAE가 있는 걸로 간주했다.
3) 연구 결과
(1) 각 능력에 대해 평균 이상 효과가 나타났는가?
다섯 개 집단 중, 평균 학생과 비교했을 때의 평가 점수를 확인하면 BAE가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능력에서 유의미한 BAE가 나타났다. 14개 중 8개 능력에서 4.0점 이상으로 나타났고, BAE가 있었다. (친화력, 말 표현력, 글 표현력, 리더십, 수학, 창의적 글쓰기, 과학, 업무 조직력, 운동 능력) 연기 능력과 수학 능력에서는 오히려 평균 이하 효과가 나타났다. 단, 남자는 과학적 능력에 더 긍정적 편향을 했다.
각 능력 범주(일반적, 과학적, 예술적 능력)에 대해 살펴보자. 일반적 능력에 대해서는 BAE가 나타났다 (M = 4.78, SD = 0.64, p <0.001) 과학적 능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M = 4.43, SD = 1.04, p <0.001) 그러나 예술적 능력에서는 BAE가 나타나지 않았다 (M = 3.81, SD = 1.13, p = 0.13)
(2) '평균'은 어느 백분위수 학생에 해당했나? (유의미한 p value 기준 : < 0.001)
세 가지 능력 영역 별로 비교대상에 따른 개인의 능력 평균값
a) 일반적 능력
평균 학생과의 비교(M=4.79)는 전형적인 학생과 비교했을 때(M=4.80) 크게 다르지 않았다. (p=0.87) 따라서 일반적 능력에 대해서 평균의 학생은 전형적인 학생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음으로 각 백분위수의 학생들과 비교한 경우를 살펴보자.
40 백분위수 학생은(M=4.86, SD=0.85) 전형적인 학생, 평균과의 비교와 비슷했다.
50 백분위수 학생과(M=4.31, SD=0.85) 평균과의 비교보다 더 기준이 높았다.
60 백분위수 학생은 (M=4.31, SD=0.70) 평균과의 비교보다 더 기준이 높았다.
따라서 실험 참가자들의 마음속에 평균 학생은 통계적 평균(50백분위수)인 학생보다 더 수준이 낮았으며, 오히려 전형적인 학생이나 평균 이하의 능력을 가진 학생(40백분위수)과 비슷했다. 따라서 평균 학생이 전형적인 학생, 혹은 40 백분위수 학생으로 간주될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할 수 있었다.
b) 과학적 능력
과학적 능력에서 평균 학생과의 비교는 다른 네 가지 조건(전형적, 40, 50, 60 백분위수)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평균 학생이 전형적인 학생과 차이가 없다는 결과는 과학적 능력에서도 나타났다. 실험 참가자들은 본인의 과학적 능력이 전형적인 학생이나 40, 50, 60백분위수 학생보다 낫다고 평가하지 않았다.
* 비교 대상에 따른 평가 점수
평균 : M=4.43, p <0.001
전형적 : M=4.18, p=0.17
40백분위수 : M=4.52, p=0.026
50백분위수 : M=4.27, p=0.24
60 백분위수 : M=4.18, p=0.41
난이도가 어려울수록 BAE가 더 감소한다는 걸 기억해보면 과학적 능력은 일반적 능력보다 어려우므로 BAE가 줄어들어야 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더 쉬운 일반적 능력에서 평균 학생이 40백분위수로 간주된다면, 과학적 능력에서는 평균 학생이 50백분위수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실험 결과가 그렇지 않았으므로, 과학능력에 대해서 참가자들이 평균 학생을 50백분위수로 본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c) 예술적 능력
예술적 능력에서 평균 학생, 전형적 학생, 40, 50, 60 백분위수 학생과의 비교는 서로 큰 차이가 없었다.
* 비교 대상에 따른 평가 점수
평균 : M=3.81
전형적 : M=3.50, p=0.1
40백분위수 : M=4.39, p=0.03
50백분위수 : M=3.44, p=0.12
60백분위수 : M=3.66, p=0.42
간단히 말해, 예술 능력에서는 기존에 정의됐던 BAE가 나타나지 않았다. 더욱이, 참가자들의 마음에는 평균 예술 능력을 가진 학생이 전형적 학생으로 간주되었지만 이 학생이 실제 중앙값 이상의, 60백분위수에 가까운 학생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4) 논의
평균 이상 효과는 일반적 능력과 과학적 능력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평균 학생을 중앙값의 능력을 가진 학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평균의 학생을 전형적인 학생, 그리고 평균 이하의 능력을 가진 학생으로 봤다. 곧, 누군가가 일반적 혹은 과학적 능력에서 평균보다 낫다고 이야기한다면, 전형적이고 평균 이하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보다 낫다고 소통하고 싶은 것이다.
중요한 점은 사람들이 평균을 인식하는데 오류가 있기 때문에, BAE가 사회적 비교에서 자기고양 편향의 정확한 지표가 될 수 없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평균 이상 효과와 그 원인, 줄일 수 있는 방법, 그리고 다른 시각에 대해 살펴봤다. 사실 평균 이상 효과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자기 고양과 인지 편향의 한 사례로 많이 연구가 진행됐지 요즘은 그렇게 주목받는 주제는 아닌듯하다. 그럼에도 가끔 본인이 느끼는 과한 자신감, 근거 없는 자신감을 경계하고 싶을 때 한 번쯤 알고 지나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 글이 재밌고 유익했던 분들은 비슷한 인지 편향의 한 종류인 더닝-크루거 효과에 대해서도 찾아보시길 바란다.
※ 참고 논문
1. Alicke, M. D., Klotz, M. L., Breitenbecher, D. L., Yurak, T. J., & Vredenburg, D. S. (1995). Personal contact, individuation, and the better-than-average effec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8(5), 804–825.
2. Brown J. D. (2012). Understanding the better than average effect: motives (still) matter. Personality & social psychology bulletin, 38(2), 209–219.
3. Kim, Y. H., Kwon, H., & Chiu, C. Y. (2017). The Better-Than-Average Effect Is Observed Because "Average" Is Often Construed as Below-Median Ability. Frontiers in psychology, 8, 898.
4. Sedikides, C., Herbst, K. C., Hardin, D. P., & Dardis, G. J. (2002). Accountability as a deterrent to self-enhancement: The search for mechanism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3(3), 592–605.
5. Otten, W., & Van Der Pligt, J. (1996). Context effects in the measurement of comparative optimism in probability judgments. Journal of Social and Clinical Psychology, 15(1), 80–101.
6. Dunning, D., Leuenberger, A., & Sherman, D. A. (1995). A new look at motivated inference: Are self-serving theories of success a product of motivational forc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9(1), 5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