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졌을 때 구경을 가던 웹사이트가 있었다.
평범한 대학생이 사진을 찍었다고 하는데 멋지다 생각했다.
어떻게 찍었는지 사진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적힌 연락처를 참조했다.
이것저것 묻고 귀찮게 군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 사진에 나와있던 여행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러면서 언어는 외국어를 2가지 정도는 하면 좋다고 말하면서 스페인어를 추천해줬다.
영어는 잘하면 잘할수록 여행의 질이 올라간다고 했다.
거기다 뜻밖의 장르 음악을 추천받았다.
그 음악들이 처음 들어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참 좋아서 사진을 찍기보다는 음악에 빠졌다.
음악을 들으면서 단순하고 우직한 루트의 공부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대학에 가면 사진을 열심히 찍겠다던 나의 결심은 입학 후 밀려드는 과제에 잊혔다.
시간이 계속 흘렀다.
최근 일을 하다가 모르는 단어 검색을 하다가 유난히 눈에 띄는 단어를 발견했다.
국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걸까라며 사전 검색을 위해 인터넷 창에 검색해보았다.
스크롤을 쭉 내리다가 낯익은 단어와 프로필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작가가 될 줄 알았는데 취미와 관련된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
취미가 직업이 되다니.
자기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의 나는 그때 그 조언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영어는 아직도 그다지 친하지 않고, 영어를 끝내면 해야지 생각했던 스페인어는 시작도 못했다.
사진을 찍고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지금도 그렇다.
시간이 흘러 나를 더더욱 잘 알게 되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때는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서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탐험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절 내게 필요했던 건 사진을 잘 찍는 게 아니라 지친 공부의 위안이었음을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