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띠링
분명 새벽이었다. 이번만큼은 스팸이나 광고성 메일이 아니길 바라며, 스마트폰을 들어 화면을 봤다. 그 편지가 도착했다. 내가 원하던 편지 한 통...
2015년 2월, 나는 미주지역 대학원 박사과정에 지원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의 모든 유학준비생들이 그러하듯이, 나, 우리 유학준비생들은 새벽의 메일에 매우 민감하다. 시차로 인해 거의 모든 메일이 새벽에 날아오는 관계로, 한 새벽에 메일이 날아왔다는 것은 그것이 어떠한 성격의 메일이든 - 그것이 인터뷰요청이든, 불합격을 나타내는 메일이든 - 지난 몇 개월간의 노력과 유학준비생들이 꿈꾸던 길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는 메일일 확률이 높다. 그 때의 나는 한 새벽에 듣는 그 소리, 한 새벽에 받는 그 메일을 매일같이 기대하며 잠들곤 했었다.
내가 편지를 받던 그 날, 그 날의 내 스마트폰의 메일박스에서는 'Toronto'라는 라벨 옆에 (1)이 있었다. 나는 이미 1월에 토론토쪽과 인터뷰를 본 상태이고, 그렇다면 이것은 십중팔구 결과 메일이라는 뜻이다.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이미 몇차례의 rejection메일을 받아봐서 인지, 머리는 차갑게 식어있었다. 슬라이드를 밀어 어플리케이션을 보았다.
어라 첨부파일이 있다. 그리고 "I am delighted"라는 문장이 보인다... 그렇다 합격메일이었다. 근데 의외로 안 떨린다. 막 두근거리고 신나고 이런 것을 기대했던 나였다. 무려 내가 바라던 합격통보 아닌가.
붙었네...붙었구나.
별 감흥이 들지 않았다. 뭐지 이 느낌은 별로 기쁘지 않다. 사실, 그 때의 나는 Plan B를 생각하고 있었다. 높지 않은 점수들과 학점들, 결국 퍼블리시 하지 못한 논문. 1년 간의 준비가 1년 전 내가 계획했던 대로 진행되지 않았기에, Plan B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사를 재지원해야할까? 이미 1년을 미뤘는데...
한국에서 박사를 마칠까?
이런 고민들 속에 나는 나를 이미 한국이라는 틀안에 가두고 있었다. 아마 이러한 사실 때문에 오히려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일까. 그리고 바로 다시 잠을 잤다.
결국 여러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3월 토론토대학교를 방문 후(토론토대학교방문기), 나는 지금 여기 토론토에 와있다. 비록 처음에 원했던 미국쪽 학교는 아니었지만, 최근과 과거의 성과가 말해주듯 토론토 HCI 또한 좋은 곳이기에 기대를 한다. 그리고 어떻게보면 미래에 더 도움이 되는 Computer Science로 입학했다. 앞으로 5년이 어떻게 펼쳐질지 - 4년이 될지 5년이 될지 6년이 될지... -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나의 Ph.D 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앞으로 나만의 Ph.D Grind를 작성하며, 토론토 생활을 해볼까 한다.
(Ph.D Grind? URochester UCSD최근에 옮겼다고한다의 CS교수 Philip Guo가 자신의 박사과정생활을 에세이형식으로 쓴 글이다. 에세이형식의 글이고 영어가 그리 어렵지 않기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작가설명: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에서 전산을 전공했다. 시스템프로그래밍을 좋아했고, 수학을 좋아했으나 학년 말미에 Human Computer Interaction에 흥미를 느껴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인지과학으로 진학했다. Brain Computer Interface, Decision making, User interface등에 흥미를 느끼다가 석사연구실 HCI+Design연구실에 들어가면서 Design Support Tools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주 관심사는 Social Creativity Support Tools, End-user programming, social computing이다. 어쩌다보니 졸업년도에 안드로이드 개발알바를 했고, 석사논문을 안드로이드기반의 도구개발로 했고, 박사과정이 지금도 안드로이드를 손대고 있다. OSX를 선호한다기보단 Unix기반의 운영체제를 선호한다. 현재 토론토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