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휴식 그 중간 어딘가.
정신없었던 가을학기와 겨울방학을 지나 겨울학기가 시작됐다. 1on1 Meeting이 재개될 것이니 Doodle에 Meeting가능시간을 표시하라는 지도교수의 메일로부터 겨울학기가 왔음을 체감했다. 12월초부터 시작된 겨울방학은 지난 가을학기에 들은 Machine Learning과 Human-Computer Interaction 과제와 12월초 Daniel과 가진 미팅에서 작성한 Weekly Research Plan을 하느라 소리없이 지나갔다. Lecture 2개를 듣는다고 할 때, 말리던 사람들의 말을 들을 껄하는 후회가 학기가 다 지나가고서야 들었다. 도통 제대로 쉬질 못했으니...
Daniel이 보낸 메일의 링크를 타고 Doodle에 들어가 가능한 일자를 표시했다. 월,수,금은 수업이 있으니 안되고, 화요일과 목요일은 세미나가 있으니 안되고... 1on1 Meeting시간을 표시하다보니 새삼 다시 걱정됐다. 내가 12월 동안 하겠다던 연구는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첫 미팅에 가서 뭐라고 얘기를 해야할까. 12월 초 Daniel과 했던 미팅이 새삼 떠올랐다. 그와의 미팅에서 나는 12월 한 달동안 내가 무엇을 할지 bullet point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설명했다. 내가 봐도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계획표라 내심 칭찬을 기대했었지만, 그의 반응은 의외였었다.
"I didn't mean pushing you, Seyong. I just want you to keep your research topic in your mind. We still have three and half months to publish. "
그리곤 그는 쉴 땐 쉬는거라며, 자신의 12월 휴가일정을 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안다 3개월 반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나는 그대로 일정표를 밀어부치기로 결심했었다. 하지만, 결론은 뭐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1월 11일 월요일 Daniel과 첫미팅을 가졌다. 학기의 첫 시작 첫 월요일부터 미팅이라니.. 그나마 다행인 것은 Daniel로부터 메일을 받고나서 연구를 조금더 진행해서, 그나마 말할 거리가 생겼다- 물론 12월부터 지지부지 진행되다가 결실을 1월에 맺은 것 뿐이다. Daniel과는 30분 미팅을 했다. 12월에 이러이러했고, 생각보다 문제가 잘 안풀렸으며, 하지만 그래도 이만큼 해나갔다는 얘기. 그리곤 곧 돌아온 그의 대답은
"Cool, Seyong. Great progress"
어라..? 예상했던 반응은 아니었다. 물론 이렇게 얘기해주면 나야 기분이 조금 낫다. 12월 초 그가 나에게 했던 얘기는 정말 진심이었었나보다. 그리곤 이어지는 Daniel과의 4월중순 submission까지의 스케쥴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1월말까지는 프로토타입이 나오고 2월에 조금 더 수정을 가하고 등등... 확실히 12월에 의논했던 스케쥴과는 다르다. 그는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당연히 한달간의 refresh를 그는 줬다고 생각했기에...
박사인 우리는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한다. 필요할 때는 밤샘을 마다하지 않기도하고, 식사를 거르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흔히 '마라톤'으로 비유되는 이 연구과정, 이 박사과정을 어떻게 버텨낼 것이냐인 것이다. 12월에 쉬지않은 것은 괜찮다. 체력이 이미 비축되어있거나 자신만의 휴식싸이클이 존재한다면, 초짜 박사과정생이 나는 그런 것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였고, 학교가 공식적으로 준 그 기간에 조차 쉬지 않아서 1,2,3월로 이어지는 스케쥴에 당황을 했다.
"일과 휴식의 균형"
나는 여지껏 쉬는 법을 - 안 쉬어본 건 아니지만 - 모르고 살았던 거다. 이 긴긴 박사생활을 해나감에 있어서 내가 꼭 잡아야하는 첫번째가 이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첫 방학을 보내고 나서 깨달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항상 누군가가 옆에서 계속 말해왔었다. 너무 worker holic인거 같다며, 쉬면서 하라고. 그저 지나가면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것만은 아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