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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 Jul 25. 2019

어떻게 일할 것인가

피엑스디에서 배운 생각하는 방법들

이 글에서는 피엑스디에서 UX 기획자로 지난 5년간 일하며 배웠던 생각하는 방법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업무 스타일이 다른 조직으로 일터를 옮기면서 제게 익숙한 사고의 흐름이 어떤 것인지 한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회고하는 의미에서 이 글을 적습니다.



1. 왜 이 일을 해야 하지? 목적을 정하기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를 다니면 대부분 '주어지는 일'만 하게 됩니다. 상부에서 정해진 과제, 정해진 KPI에 맞추어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진도와 성과에 집중하게 되죠. 나 스스로 과제를 설정해서 진행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누군가가 정해준 과제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그럴 때는 최소한 '어차피 해야 하니까 해야지'보다는 왜 이 과제가 생겨났고, 어떤 목적을 달성했을 때 가장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A 기능에 대한 UT를 하자!'라는 상황에서 바로 UT에 필요한 시나리오, 계획을 척척 보고서로 작성해 실행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A 기능을 어떻게 향상시키고 싶은 것이지 먼저 질의하고 정의하는 것이 제 경험에서 일을 더 잘하게 되는 시작점이었습니다. A 기능을 어떻게 향상시키고 싶은지 논의하다 보면, 꼭 UT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도 옵니다.

적으면서도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생각보다 입 밖으로 내기엔 목적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또 같이 일하는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서로 미묘하게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때도 있습니다.

(다만 일이 주어지자마자 목적이 뭐냐고 따지기부터 한다면, 일하기 싫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므로 내가 이해한 대로 일을 시작하며 '나는 이 일의 목적을 잘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하고 싶어'의 애티튜드를 부드럽게 보여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작은 단위의 일이라도 목적을 알아야 그에 맞는 관점을 가지고 제대로 수행할 수 있고, 같이 수행하는 사람들 간의 공감대를 가지고 진행하면 더 빨리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문제의 덩어리를 나누고 중요한 것부터 해결하기            

일하다 보면 모든 것은 문제투성이입니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디자이너 및 기획자가 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어떤 순서로 어떻게 해결할지 문제를 잘 정리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어떤 금융상품을 보여주는 리스트 화면의 리뷰 회의를 상상해 보겠습니다. 한 사람이 금융상품이 잘 이해되지 않고 헷갈린다고 합니다. 이것이 상품을 소개하는 가이드 문구의 문제인지, 리스트 디자인의 문제인지, 다른 상품과의 일관성 문제인지, 아니면 모든 문제가 복합적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난 후에는 핵심적인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합니다. 보통 가장 핵심을 해결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되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꼭 업무상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일하는 방식이나 업무의 분배, 팀원 간의 소통 문제일 수도 있죠. 이 상황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나열해보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은 중요한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3. 관점을 갖고 보되, 데이터를 습득하며 다듬어 나가기            

기획자는 늘 수많은 정보를 소화해야 하는데요. 리서치를 할 때는 수많은 정보를 한 번에 소화해야 하는 반면, 본격적인 리서치가 아니더라도 늘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 활용합니다.

본격적인 리서치를 할 때 가장 경계하는 것이 아무 생각 없이 데이터 모으기입니다. 고등학생 때 빈 상자에 내용을 때려 넣는(?) 식으로 공부했다면, UX 기획자로서의 스터디는 거름망에 얻은 데이터를 걸러 결과물을 소화해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관점으로 필터링하는 것이죠.       

리서치를 시작하고 데이터를 얻으면 먼저 일정한 패턴이나 경향성을 최대한 빨리 찾습니다. 틀리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며 새로 얻게 되는 데이터를 예상되는 패턴에 대입해 봅니다. 납득이 되면 계속해서 패턴을 구축하고, 대입되지 않는다면 가설을 수정합니다. 이렇게 하면 완벽하지 않아도 빠른 시간 내에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제 경험으로는)       

'관점 세우기'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빨리 수정하기' 이 두 가지는 피엑스디에서 많은 리서치를 진행하며 얻은 습관입니다.  


4. MVP 정하기. 핵심이 무엇이었는지 잊지 않기            

서비스 기획을 구체화할 때 가장 핵심적으로 가져가야 할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은 중요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핵심 기능이 가장 잘 구현된(MVP) 시나리오를 만들고, 거기에 강약을 고려하며 추가 기능을 덧붙이는 과정으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사실 모두가 MVP의 중요성은 알지만 잘 실천이 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모두가 우리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다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진행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심 가치는 서비스를 초반 기획할 때는 공고했으나 멤버가 바뀌면서 맥이 끊기거나, 새롭게 떠오른 이슈 때문에 묻히기 마련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익숙한 방법은 핵심가치를 위해 고민했던 흔적을 지우지 않고 시선이 늘 닿는 곳에 남겨놓는 것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주변에 붙여 놓으면 공통된 내용을 공유하기에도 좋고, 머릿속에 일일이 담고 있어야 할 필요가 없어 좋습니다.(머릿속에만 있으면 언젠간 잊히기 때문이죠)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적어놓고 보니 기획자로서도 중요하지만, 직장인으로서의 마음가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잊지 않으면서, 향후 더 노련한 기획자가 되고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어 이 외의 추가 항목이 생기길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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