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냄세

by 엄태용

아내에게 쓰는 병원비는 하나도 아깝지 않다.
계좌에서 숫자가 빠져나갈 때마다, 나는 그것이 그냥 돈이 아니길 바란다. 제발 저 숫자만큼, 딱 저만큼만이라도 그 사람의 몸이 나아지기를. 다만, 이런 마음이 필요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남는다.

아프지 않았더라면. 병원 냄새 대신 다른 어딘가에서 나란히 걸을 수 있었더라면. 그 소망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서, 오늘도 그냥 마음속에 조용히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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