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새벽 세 시, 물류센터의 형광등 아래서 한 남자가 쓰러졌다. 그의 손에는 아직 택배 상자의 먼지가 묻어 있었다. 누군가 주문한 물건을 담은 상자였다. 클릭 한 번으로 시작된, 편리함이라는 이름의 거래.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과 함께 불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로부터 56년이 흘렀다. 계절은 여러 번 바뀌었고, 건물은 높아졌고, 기계는 더 빨라졌다. 하지만 어떤 질문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누군가의 편리함이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담보로 해도 되는가.
2020년, 대구 쿠팡 물류센터에서 장덕준 씨가 야간 노동 후 숨진 채 발견되었다. 새벽배송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얼마나 빠르게 손을 움직였을까. 얼마나 많은 상자를 나르며,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외면했을까.
우리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새벽에 도착한 택배 상자만 기억할 뿐이다.
쿠팡은 한국 e-커머스의 거인이 되었다. 클릭 한 번이면 내일 아침 문 앞에 물건이 놓인다. 마법 같은 일이다. 하지만 마법에는 대가가 있다. 강도 높은 노동, 불안정한 고용, 뒷전으로 밀려난 안전. 일부 단체는 쿠팡 관련 노동자 사망 사례가 수십 건에 이른다고 말한다.
회사는 사과했다. 하지만 물류센터의 형광등은 여전히 새벽까지 켜져 있고, 누군가는 오늘도 그 불빛 아래서 상자를 나르고 있다.
전태일이 불꽃을 남긴 그 자리에, 지금은 다른 이름들이 서 있다.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 새벽배송 기사. 형태는 바뀌었지만 구조는 그대로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가끔 새벽배송으로 받은 상자를 뜯으며 생각한다. 이 상자를 나른 사람의 손은 따뜻했을까. 그 사람은 오늘 밤, 집에 무사히 돌아갔을까.
전태일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그 불빛을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그 불씨를 지금 여기로, 물류센터와 새벽배송 차량과 플랫폼 노동의 현장으로 옮겨 붙이는 일. 모든 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
그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