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예술
우리는 수없이 많은 길거리를 지나친다. 매일같이 다녀 이제는 눈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이 있는가 하면, 5분 거리를 빙 둘러 가는 초행길도 있다. 어느 길이 되었든 결국 ‘어떤 목적지를 향한 과정’일 뿐, ‘거리’ 그 자체가 ‘목적지’가 된 적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일상 속에서 길거리는 큰 의미를 차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무심코 지나치던 ‘거리’가 ‘축제장’으로 변하는 마법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지겨운 퇴근길 위에 서커스가 펼쳐진다면? 가볍게 나온 산책 중에 발레리나를 만난다면? 마치 동화에서만 나올 것 같은 이야기이지만 놀랍게도 그 상상이 곧 현실이 된다.
오는 9월 28일(수)부터 10월 2일(일)까지 닷새 동안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 광장 등 서울 도심과 마을 곳곳에서 ‘서울거리예술축제2016’(前하이서울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축제에서는 현대 서커스, 해외 공동제작 세계초연 작품, 이동형 거리극 등 9개국 47개 작품 총 126회의 거리예술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더불어 전문 예술인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공연, 다양한 참여프로그램, 프리마켓 등도 진행된다.
<서울거리예술축제2016>은 서울 도심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현장 깊은 곳인 ‘마을’까지 찾아간다. 9월 28(수)은 플랫폼창동61,29일(목)은 망원1동(망원시장)과 길음1동 마을 곳곳에서 환상적인 공연이 펼쳐진다. 너무나 일상적인 우리 동네가 일순간 축제의 장으로 뒤바뀌는 것이다.
‘마을로 찾아가는 축제’ 이후 9월 30일(금)부터 10월 2일(일)까지는 서울광장, 청계광장, 세종대로 등 ‘도심 광장 및 거리’에서 축제가 진행된다. 그리고 그 처음과 끝을 ‘불꽃’이 장식한다.
개막작인 ‘흐르는 불, 일렁이는 밤(Fire Installation)’에서는 축제 3일간 청계천을 1,700여 개의 화(火)분으로 뒤덮는다. 시민들은 도깨비설화의 진원지인 청계광장에 수많은 도깨비불이 일렁이는 환영을 맛볼 수 있다.
축제 여정의 마무리 또한 불꽃이 함께한다. 폐막작인 ‘길&Passage’는 불꽃을 따라 떠나는 삶과 죽음의 여정을 그린 이동형 거리극이다. 청계천에서 시작해 세종대로를 거쳐 서울광장에 이르는 ‘길’ 위에서, 우리는 인생이라는 또 다른 ‘길’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현대 서커스’, 따라가며 즐기는 ‘이동형 거리극’, 베스트셀러를 거리 위에 재탄생시킨 ‘눈먼 사람들’ 등 다양한 국내외 거리예술 작품이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탁 트인 광장과 길거리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이제까지는 볼 수 없던 규모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10월 2일(일)에는 왕복 11차선의 세종대로 위에 자동차 대신 즐길 거리가 놓인다. 대규모 폐막프로그램인 <끝.장.대.로>는, ‘노는 대로(체험) - 움직이는 대로(퍼레이드) - 그 대로(거리공연)’로 구성된 ‘일일 테마파크’이다. 관객들은 세종대로 위에서 온종일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으며 시민들이 직접 꾸민 퍼레이드, 이동형 거리극, 비보잉 등의 거리예술작품도 관람하게 된다.
서울거리예술축제의 꽃인 ‘길동이’도 빼놓을 수 없다. 축제의 자원활동가인 길동이는 시민의 축제 길라잡이이자 예술가 도우미로서 닷새 동안 축제 곳곳을 누빌 예정이다. 단순히 축제 진행을 돕는 것을 넘어 직접 놀이 프로그램이나 플리마켓을 기획·운영한다. 시민들이 즐기고 시민들이 만드는 서울거리예술축제! 말 그대로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축제가 아닐 수 없다.
관객이 극장을 찾아가는 일반적인 공연과 달리 서울거리예술축제에서는 공연이 관객의 일상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온다. 매일 다니는 출퇴근길, 무심코 지나친 광장, 데이트하던 공원…. 익숙한 공간들이 일순간에 낯선 공연장으로 바뀌게 된다.
서울 거리 곳곳이 축제로 물 들 때 일상과 예술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낯선 경험은, 일상에 무뎌진 시민들에게 새로운 기억을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축제의 순간을 나눈 우리 모두의 기억이자 ‘서울’의 이야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