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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Feb 02. 2017

예술지원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는가?

- 2017년 예술지원제도를 묻다


매년 12월, 1월이면 예술계는 예술지원기관에서 개최하는 지원 사업 공고와 이에 대한 설명회 참석, 그리고 지원서 작성 등으로 바쁜 시절을 보냅니다. 그리고 대개 2월에는 신청접수를 완료했던 사업의 결과를 기다리게 됩니다. 공연예술계의 1월, 2월이 늘 비수기로 접어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후 지원심의가 끝나고 지원대상이 결정되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그 해의 작품 활동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는데 올해 역시, 공연예술계는 이와 같은 흐름으로 오늘을 보내고 있습니다. 


예술지원은 보통 기관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장르와 분야로 세분화되어 지원정책을 만들어냅니다.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조금만 세밀하게 살펴보면 예술행정의 편의를 예술가들이 좇고 있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술현장과 유리되지 않은 예술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지만, 그것을 반박하는 또 하나의 논리가 끼어들어옵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지원제도는 없다’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문화예술계가 대면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는 것이 바로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행정/지원’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2017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지원제도의 변화도 눈에 띄고, 새로운 정책들이 논의되고 있기도 하며, 불합리하게 자행되어온 예술행정의 새로운 구조개편의 필요성이 맞물려 있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웹진 『연극in』에서는 기획연재 ‘2017년 예술지원제도를 묻다’를 통해 중요하게 짚어봐야 할 지원제도의 현재를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점검해봄으로써 예술현장에,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정책과 제도, 개선방향이 무엇인가를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예술지원정책은 왜 예술현장을 담지 못할까? 사실, 이 질문 자체가 모순이다. 예술지원은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라고 할 때 ‘예술현장에 맞지 않는 지원제도’라는 말은 이미 성립이 불가능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곳에는 늘 이 아이러니한 질문이 따라온다. 결국 (모든 지원제도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는 예술 현장과는 달리, 지원정책이 그에 대응할 수 있는 호흡을 견지하지 못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등 주요 지원기관에서 2017년 지원 사업들이 발표되고 있고, 적지 않은 예산이 새롭게 투입되어 신설되는 몇몇 사업에 대한 소식도 들려오고 있는 요즈음, 다시 한 번 예술지원정책과 예술가, 예술현장의 관계를 조금 더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예술지원제도가 그것을 실제로 활용해야 하는 예술가에게 적합한 제도로 운용되고 있는가, 궁극적인 논의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지속성 Vs 변화의 필요성 - 예술가가 정책방향을 견인하는 구조로 정착되어야


우리나라의 예술지원제도는 5년에 한 번씩 큰 방향으로 변화한다. 즉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그 정부에서 내세운 정책기조에 따라 예술지원 방향이 바뀌기 때문이다. 예컨대, 하드웨어의 확충을 주요 정책방향으로 삼았던 참여정부에서는 실제로 문화예술기관의 설립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간접지원과 사후지원, 시민참여예술 등을 주요 개선안으로 발표했던 이명박 정부에서는 예술가에 대한 직접 지원이 축소되고 창작환경을 개선하는 간접지원제도,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주를 이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예술인 복지와 체험형 예술을 주요 키워드로 정책방향을 세웠는데, 그러다보니 예술가 지원이 일자리 창출사업처럼 둔갑하여 운영되거나 생계형 복지지원으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지게 된다. 


말이 5년에 한 번씩이지만, 실제로는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내걸었던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기까지 1년 남짓한 시간이 걸린다고 할 때, 국내 예술지원제도는 3년에 한번 씩 정책방향의 중요한 패러다임이 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3년이라는 시간은 어떤가. 공교롭게도 새로운 지원제도가 만들어져서 그것이 무엇인가를 경험해 보고, 예술현장에 어떤 효과를 가져 오는지를 확인 할 만하면 폐지되는 기간이다. 즉, 새롭게 시행된 지원제도가 예술계에 유의미한 정책으로 자리하고 있는지, 더 명확하게 예술현장에 부합하기 위해서 어떤 형태로 개선이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만큼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지속성의 중요성만큼 그 시기마다 변화하는 현장에 맞게끔 지원제도가 새롭게 모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타당하다. 창작의 형식이 변하고, 예술단체의 활동성이 달라지고, 관객을 만나는 공간, 관점, 소통의 방식이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면 그 상황에 맞는 지원제도가 새롭게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 역시 분명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누구냐에 있다. 앞서 밝혔듯 예술지원정책은 예술가의 활동성을 제고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명확하게 예술가에 의한 정책과 제도로 방향이 세워져야 한다. 지속성의 문제냐 변화의 필요성이냐 하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나 기관의 정책기조로 만들어지는 예술지원제도가 아니라, 예술가들의 필요에 의해서 어떤 것을 지속시키고 개발시켜야 할 것인지, 무엇을 신설하고 폐지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폐지된 ‘사후지원제도’가 명확하게 이런 아이러니한 구조를 대변한다. 그 사업의 대상자인 예술가 모두가 원했지만 사업은 폐지됐고, 지원기관에서는 예술가를 위한 새로운 사업을 신설하는 일들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 과연 그것이 상식적으로 이해할만한 일인가.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일이다.





사업별로 예술가의 목소리를 통해 제도에 대한 점검 필요


주요 지원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문화재단에서 발표되는 지원 사업들을 들여다보면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사업들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업들이 예술가에게, 예술현장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업에 대해 심의를 진행하거나 의견을 내는 몇몇의 전문가 뿐 아니라, 실제로 그 사업에 참여했던 창작자들을 통해 사업의 효과와 개선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다.


※ 서울문화재단 연극부문 주요 지원 사업

예를 들어 서울문화재단의 연극부문 주요 사업을 보면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처럼 2009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이래 7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사업이 있다. 


2008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진행했던 ‘공연예술단체 집중육성지원사업’이 폐지가 되면서 시작된 이 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지자체의 1:1 매칭으로 사업비가 편성되어 운영된다. 사업의 지침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각 지자체로 내려지는데, 프로젝트별 지원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이 사업은 단체의 안정적인 창작활동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평가되어 왔다. 그런데, 2016년부터 사업의 방향이 일부 개선되었다. 즉, 민간 공연장은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고, 지원예산도 단체에게 주던 것이 공연장으로 편성되었는데, 그것이 예술단체의 창작활동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분명 개선의 지점이 명확해 보이는데 2017년에도 전년과 동일하게 사업이 운영된다. 과연 누구를 위한 지원제도인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은 하나다. 이 사업에 참여한 또는 참여할 예술가들로부터 예술단체의 활동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설계될 때 가능하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연극부문 주요 지원 사업

지난해 신설, 올해 예산과 규모가 대규모로 확장되어 운영될 ‘최초예술지원’ 사업도 마찬가지다. 신진예술가/단체를 지원하는 서울문화재단의 유망예술지원, 최초예술지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등 현재 주요 기관에서 가장 많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청년예술가지원’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70억 원 새롭게 투입되는 최초예술지원의 경우 이제 사업이 설계 되고 있는 시기다. 계속 이름을 달리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진예술가 지원사업 역시 그 방향성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 역시 마찬가지다. 


기금의 출연과 사업의 목적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겠으나 청년예술가를 지원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 사업을 통해 활동을 할 청년 예술가들이 정말 원하는 사업방향이 무엇인가를 듣고 그에 부합하는 사업 설계로 이어져야 한다.










2017년, 예술지원제도의 변화가 시작될 때


2017년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남다른 해가 될 지도 모르겠다. 특히 예술지원정책 역시 이제는 예술가들의 필요와 요구로부터 계획되고 실행되어야 하며, 그것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가능케 할 수 있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예술행정’의 인식 변화다. 행정의 편의로 만들어지는 예술지원정책이 아니라, 예술가의 활동을 돕고, 그것이 활성화되는 것을 목표로 가져갈 때 가능하다. 예술지원정책과 제도에 대한 예술가들의 논의가 이 지면을 통해 보다 다양하게,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그것을 통해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변화의 시작이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최윤우 연극평론가. 본지 편집장

월간 [한국연극]에서 편집장,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공연예술 관련 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paro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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