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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Mar 16. 2017

2017 <서커스 넥스트>

거리예술을 책임질 '저글러' 사관학교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꽃샘 추위가 이제 떠났다. 움츠린 어깨를 펴고 이제 거리로 나가 계절, 봄이 왔다. 날씨만 우리를 기다리는게 아니다. 도심 곳곳에 가던 길 멈추게 만드는 거리 예술가들도 있기에 봄날의 외출은 더욱 신이 난다. 그들 중에 유달리 사람을 모으는 이들이 있다면 누굴까? 바로 저글러들이다. 이들이 거리로 나와 자신의 쇼를 보여주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떠나보자.




서커스 넥스트 2017 - 컨템포러리 서커스 분야 전문인력 양성과정

2015년 다시 태어난 창작 공간인 광진구에 있는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서는 11명의 서커스 예술가들이 귀를 기울여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다. 3월6일(월)부터 시작한 워크숍의 둘째 날이다.

서커스 넥스트 사업은 창작센터가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으로 컨템포러리 서커스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연구-창작-발표’까지 작품 제작의 전 과정을 수행, 지원하기 위한 연간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서커스 기예 중 ‘저글링(Juggling)’ 장르에 집중한다. 지난 6일부터 시작한 1차 워크숍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태양의 서커스’ 등 여러 서커스 단체에서 활동 중인 캐나다 노비 휘트니 강사가 지도하고 있었다.



던지기 전에 계산하고 그림을 그려라


저글링은 던지면서 알아가는 것일 것이라는 생각은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깨졌다. 칠판 앞에 모두 모여 앉아 강사가 리듬을 계산하고 높이의 차이를 두기 위한 방법, 공중에서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법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설명 이후 휘트니 강사가 시연을 하면 모두 일어나 그대로 연습을 한다. 노비 휘트니 강사는 저글링으로 표현하는 서커스 움직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지도하고 있었다. 


Q. 언제 저글링이 예술이 될 수 있 수 있을까요?

예술은 정의한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저글링이 예술이 되려면 예술가들의 의도가 중요합니다. 예술가들이 저글링을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어야합니다. 단순히 기술을 보여주어서는 예술이 될 수 없습니다. 관람객이 그것을 보고 느끼고 인정할 때 예술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예술가의 의도가 무엇이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Q. 훌륭한 저글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점은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는 거죠. 이유 있는 연습을 해야합니다. 왜냐하면 저글러는 많은 시간을 들여 훈련을 해야하고 도구를 어디로 보낼 지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훈련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하고 점차 발전을 해야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실수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디로 보낼 것인지 목표를 두어야하며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합니다. 동기와 인내도 중요하죠.


Q. 이번 워크샵 참여자들에 대한 기대를 묻고 싶습니다.

기대는 없습니다. 놀랄 뿐이죠. 이곳에 참여한 분들의 열정과 집중이 대단합니다. 이분들이 워크샵을 마치고 나면 자신만의 작품을 한 번 만들어 보는 것, 그것을 기대합니다.


30분 동안 갖는 휴식시간이다. 참가자들과 함께 간식을 먹으며 이번 워크숍 참여에 대한 기대를 들어보았다. 유일한 여성 참여자분에게 다가갔다. 현재 1인 예술단체인 작은극장H의 한혜민 대표는 지난 해 11월 교육에 참여해 기초를 닦으면서 저글링에 입문한 경우로 한 단계 발전을 위해 이번 워크숍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녀에게 물었다. 저글링에서 가장 유념해야 할 부분이 어떤 것인지.


저글링은 리듬이 중요합니다.
손으로 던져 공중으로 올릴 때 어떻게 보일 것인가,
어떤 그림을 만들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이 점을 염두 해 두고 그림을 만들고 시도를 계속해봅니다.
기술을 익힘과 동시에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모두에게 공통의 질문을 저글러들에게 던져보았다. 저글링은 그들에게 무엇인지를. ‘동반자, 도전, 정복하고 싶은 것, 열정 그리고 기회’라고 주저함 없이 말하는 참가자들의 눈빛은 성장하리라는 열망이 가득했다. 


전문적인 저글러가 되기 위한 로드맵이 ‘서커스 넥스트’ 안에


‘서커스 넥스트’ 사업의 로드맵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3월 6일부터 시작한 4주 워크숍 이후 4~5월 리서치/정기모임을 통해 참가자들은 강사들로부터 배운 기술을 연마해가며 각자의 주제를 정해 리서치를 한다. 6~7월 캐나다 해외연수에서 저글링을 비롯한 다양한 서커스를 경험하고, 9월 워크숍과 10월~11월 공연, 발표를 통해 프로젝트를 완성하게 된다.  


언젠가 거리에서 저글러들을 만난다면 그들의 쇼에는 환호를, 그 무대에 서기까지 어떻게 돌아올지 결과를 모른 채 수없이 하늘을 향해 던지며 쌓은 실망과 희망의 누적 값에 대해서는 격려를 보내주길 바란다. 


한편 저글러들에게는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고 싶다. 거리예술가로 살아가는 고뇌가 떠오를 때 저글러들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주인공의 아버지를 기억하기 바란다. 그의 직업은 저글러였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시나 성경이나 성인 이름을 낭송하는 것보다, 성화를 그려주는 것보다, 오렌지 저글링 놀이를 즐기는 사람에게 아기 예수가 손뼉을 치며 웃었기 때문에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아볼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다고. 


저글링으로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연금술사들이여! 두려움없이 던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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