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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Mar 17. 2017

<너에게 닿기 위한 쓸모없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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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즐겁고 다 행복한

서울예술치유허브 '갤러리_맺음 후원공모선정 첫 번째 전시'

<너에게 닿기 위한 쓸모없는 말들>




결코 가볍지 않은 속마음을 전하기까지


우리는 때로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기 위해 너무 많은 길을 돌아가곤 한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하기까지 우리는 평소에 얼마나 많은 쓸모없는 말들을 하고 있는 걸까. 떠나지 않은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3월 첫 주, 서울예술치유허브에서 열린 전휘목 작가의 전시 ‘너에게 닿기 위한 쓸모없는 말들’을 찾았다. 조용한 분위기의 전시 공간, 은은한 조명 아래 쉬지 않고 그림을 완성해가고 있는 전휘목 작가를 만났다.

서울예술치유허브 / ‘너에게 닿기 위한 쓸모없는 말들’ 전휘목 작가



3월 2일부터 17일까지 예정된 본 전시는 기존의 갤러리 형태의 전시와는 다른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 단순 ‘관람’의 틀에서 벗어나 다 함께 즐기는 참여형 전시로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끈이 둘러진 벽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계속해서 벽을 채울 쓸모없는 말들을 그림으로 표현해낸다.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수채물감으로 칠해진 이야기의 바탕이 될 배경을 고르고, 작가에게 직장상사, 구 여친, 연락이 두절된 친구 등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대상들에게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을 쏟아낸다. 작가는 이를 펜으로 표현하고 관람객들은 그림 뒷면에 자신의 이름과 날짜를 쓰고 이를 벽면에 걸어놓는 것으로 기본적인 전시의 과정은 끝이 난다. 




평소에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말들을 나누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면,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많이 하는지 등을 편안하게 이야기해도 괜찮다. 하지만 때로는 모르는 사람에게 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꺼내는 것이 더 편하기도 하기에 그림이 완성된 후에도 작가에게 한풀이를 하고 가는 분들도 많다고.



기존 전시와는 다르게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내고, 이 그림을 벽면에 거는 참여형 작업 외에도 본 전시의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전시장 한 켠에 마련된 텐트에서는 함께 온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작가의 스케치를 감상하거나, 다락방에 있는 것처럼 수다를 떨거나, 편안하게 낮잠을 청해봐도 좋다. 전시회장 관람에서 벗어나 현재성을 가진, 치유 상담형 전시로 전시회장을 찾아온 관람객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작가 본인의 의지가 잘 담겨있다.



전시회 마지막 날인 17일 6시엔 파티가 예정되어 있다. 관람객들은 벽면에 걸려있는 자신의 쓸모없는 말들을 찾아가는데, 이 때 이 말을 들려주고 싶었던 사람과 함께 오는 게 어떨까?



6시 30분부터는 작가와의 대화가 있다. 질의응답을 통해 작가에 관해 궁금한 점을 마음껏 물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7시 10분부터는 참여한 사람들과 그림을 그리고 신나는 음악과 함께 본격적인 파티 타임이 시작된다. 신나는 음악으로 댄스타임을 즐길 수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정말 아프고 힘든데, 친구와 멀어질까봐, 항상 힘들다고 투정부리는 사람으로 보여질까봐 두려워 홀로 속에 담아둔 이야기들을 스스로 삭히고, 나의 고민들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이를 귀찮게 여길까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어딘가에는 항상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점점 각박해지는 사회 속에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에게 직접 이를 전달하기 보다는 수많은 곁가지가 되는 쓸모없는 말들을 나는 얼마나 하고 있는지 뒤돌아보게 되었다.  

본 전시를 찾는 관객들의 연령층은 의외로 다양하다. 어린 친구들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전시를 즐기기에 무리가 없다. 특히 연인과 함께 온다면 책을 가져와 텐트 안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본 전시는 식상한 데이트 코스에 지친 커플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전휘목 작가는 전시를 찾는 관람객이 없을 때도 ‘쓸모없는 말들’을 담을 그림의 바탕을 채색하고,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나간다. 하루 이틀 전시가 끝나는 날까지 벽면을 가득 채우는 것이 소망이라고 이야기했다. 전시를 찾은 방문객들의 결코 쓸모 없지 않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모두 절대적으로 비밀이 유지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편안하게 깊은 속 이야기를 하고 가시는 것 같다고 작가는 답했다. 



전시 부제는 ‘본격 치유 상담 전시’ 라고 하고 싶어요, 제 주변 사람들. 친구들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정말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인 저도 전시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삶에 대해서 원하는 각자의 지점도 생각보다 경계선이 높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각자의 방식으로 어떤 지점에 도달하는 방법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제가 먼저 지금 하고 있는 치유 상담 전시를 비롯해서 먼저 방법을 취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오픈 소스 방식으로 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전시에 담고자 하는 바를 묻는 질문에 전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작가의 개인적인 소망을 담은 대답이 예술 치유 사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다가왔다. 작가와의 인터뷰 진행 후 나 자신 또한 속에 있는 쓸모 없어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속의 이야기들을 꺼내놓았다. 속이 후련하고 편안해지면서 내 앞에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해낼 용기 또한 얻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얀 벽면을 빼곡히 채운 그림들을 천천히 감상하다 보니 재미있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은 조금 더 복잡한 형태로 표현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내담자분들이 많은 이야기를 하시고, 제가 그것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다 보니 혼자서 작업한 그림들 보다 많은 말들이 그림에 담긴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그림은 어떻게 그리는 거냐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그림은 손이 가는 대로 그려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즉흥적으로 그리는데 그림의 어휘를 손가락으로 표현한다는 느낌으로요.



인터뷰를 마친 뒤 돌아오는 길에 마음 한 편이 따스함으로 가득해짐을 느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색다른 이번 전시 “너에게 닿기 위한 쓸모없는 말들”은 공간이 주는 따뜻함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작가의 열정으로 온기가 가득한 곳이었다.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 봄날, 친구와, 가족과, 연인과 함께 이번 전시를 통해 나에게 힐링 타임을 선물해 주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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