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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Mar 20. 2017

아이들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놀이터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공간 소개


내 기억 속 놀이터는 항상 행복했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고 모래 속에 뒹굴어도 말이다.  우리의 주재료는 흙과 먼지, 놀이기구였다. 하지만, 이곳은 조금 색다르다.

색연필과 도화지, 글라스데코, 스크래치 페이퍼, 넓은 연극무대 등, 이 모든 것들이아이들의 예술을 위한 귀여운 연장이다. 조금은 다른 모습의 놀이터지만,이곳 역시 어린이들의 행복한 상상을 키워나갈 수 있는 곳이다.



날이 좋았던 3월의 어느 날, 학교 수업을 마치자마자 관악구 은천동에 위치한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로 향했다. 따듯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섞인 봄내음을 맡아서인지, 첫 취재여서인지 모르겠지만 마음 한쪽이 간질간질 했다.


이곳으로 오기까지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노량진역 2번 출구로 나온 뒤, 약 1분 거리의 노량진역 버스정류장에서 5535번 버스를 탄다. 은천초등학교 앞에서 내린 후 119안전센터 옆 골목으로 조금만 걸어가다 보면 보인다. 두 번째, 봉천역 4번 출구에서 내린 후 편의점 미니스톱 옆 골목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후자의 방법은 꽤나 복잡하기에 전자의 방법을 추천한다.




봉천동은 내가 어릴 적 외할머니댁이 있던 동네라 기억 한 구석의 아련한 향수까지 느껴졌다. 밀려오는 여운을 잠시 미뤄두고 서울 은천동 우체국과 119 안전센터 사이의 골목을 거닐다 보니 어느 새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재잘재잘 거리며 뛰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내 귀를 간질였다. 아이들 스스로 창작공예를 하는 열린공방 <BIG 3>가 한창 진행 중이다. 어머니들과 아이들은 함께 글라스데코로 꾸며보는 ‘상상의 나라 액자 만들기’, 활동지를 이용하여 만드는 기타 만들기 ‘음악대장 랄랄라’, 검은 도화지로 꾸며보는 ‘마이리틀 인형극장’을 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탁자 밑에 들어가서 술래잡기 하며 뛰어 노는 친구들도 있었다 :)


<열린공방>의 프로그램은 <With 맘> 위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기획한다. 이들은 학부모 중심의 주부활동가이자 시민위원으로서, 아이들이 언제든지 와서 스스로 창작공예를 할 수 있게끔 공예 도안 등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한다. 아이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다름 아닌 부모님, 특히 우리의 어머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의 창의성과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들 곁에서, 예쁘게 피어나는 어린 친구들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창작공간 벽 한쪽에는 평범한 타일 같지만, 알고 보면 칠판인 곳이 있다. 그 곳에 아이들이 마음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쓰고, 지우고를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모든 곳이 예술창작놀이터다. 어릴 적, 집안의 하얀 벽지에 크레파스로 마구마구 낙서를 하고 싶었다. 참지 못하고 휘황찬란하게 그림을 휘갈기는 날에는 엄마에게 혼날 것을 각오해야 했다. 이곳은 나의 어릴 적 소망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는 2010년 ‘어린이들이 예술로 마음껏 뛰놀고, 예술로 생각을 기르고, 예술로 미래를 꿈꾸는 놀이터’라는 근사한 슬로건 하에 개관했다. 일 년 내내 이곳에서 진행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은 어린이들의 시시각각 변하는 예술적 입맛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상시로 운영되고 있는 체험프로그램 <열린공방>,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정규공방>, 예술가 선생님들의 집중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예술체험프로그램 <예술로 놀이터>도 상반기·하반기 각 4개의 프로젝트로 운영된다. 뿐만 아니라, 여름방학동안 5개의 참여형 어린이창작극인 <예술로 상상극장>도 흥행을 기록하며 운영되고 있다.


그 중 나에게 있어서 가장 인상 깊은 프로그램은 <예술로 상상극장>이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기획된 공연작품을 대상으로 공모가 이루어진다. 그 공모에서 당선된 5개의 작품들은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서 상연이 된다. 더 나아가, <예술로 상상극장>이 관악혁신교육지구 사업으로 선정됨에 따라 ‘학교 속 예술로 상상극장’ 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집, 유치원 그리고 학교까지 찾아가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결국, ‘상생’이다. 예술가들은 그들의 예술을 어린이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아이들은 재미있는 연극을 통해 말랑말랑한 감수성을 기를 수 있다. 게다가 어린이가 있는 곳이면 어디나 찾아가 공연을 펼쳐 친근한 분위기에서 어린이는 공연에 보다 몰입, 상상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극장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점, 어두운 극장을 무서워한다는 점 등 어린이를 배려한 공연이다. 


취재를 하면서 마음 한쪽이 따듯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이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색연필과 종이를 집어 들어 그들 나름의 예술을 만들고 배워간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그러한 예쁜 아이들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담아간다.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었다. 나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지역문화예술의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이다. 정보가 없어서 혹은 예술교육기관이 드물어서. 


너무나 많은 스펙들이 당연하게끔 여겨지는 사회다. 청소년과 성인은 물론이거니와 어린 아이들마저도 각종 경쟁의 아레나 속으로 던져지곤 한다. 그 곳의 주된 과목은 국,영,수이다. 반면에 미술과 체육, 음악과 같은 예술과목은 한 쪽 구석에 밀려나있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결국 아이들의 그리고 우리들의 삶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예술이다. 찾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예술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 유일하게 우리를 억압하지 않는 것은 예술뿐이다. 그저 만지고 듣고, 느끼면 그뿐이다. 


모든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 바라건대, 가끔은 경쟁의 아레나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예술의 놀이터로 인도해주시길 바란다. 아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하얀 도화지 같은 마음속에 다채로운 물감을 쥐어주자.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그 길에는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가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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