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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Mar 21. 2017

예술과 더불어 삶을 토닥이는 곳

서울예술치유허브를 만나다

꽃샘추위의 마지막 자락에 얼핏 봄기운이 느껴지던 날, 1년 365일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삶으로 봄날을 불러오기 위해 고민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곳이 있다고 하여 조금 이른 봄 찾기를 하러 나섰다.



공간이 위치한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에서 내려 계단을 오르니 분홍빛 네모 박스들로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진 공간의 상징 구조물이 먼저 반갑게 마중 나온 듯 인사를 하며 공간이 가까웠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촘촘히 마련된 이정표를 따라 다다른 곳에는 친근하고 편안하게 꾸며진 외관의 건물이 빠끔히 골목사이로 드러났다. 

그렇게 봄을 찾아 온 이곳은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위치한 서울예술치유허브다.


 6호선 고려대역 내 조형물


성북구에 위치한 서울예술치유허브


서울예술치유허브(이하 ‘허브’)가 지금의 이름으로 불린지는 일 년이 채 되지 않았다. 2010년 7월 옛 성북 보건소가 성북예술창작센터로 새롭게 태어나 다양한 예술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시민들을 위한 예술치유 콘텐츠를 개발·운영해왔다. 지난 해 4월에는 예술치유라는 키워드를 조금 더 부각하고, 특화 시키기 위해 서울예술치유허브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운영하고 있다. 오랫동안 시민들의 건강을 돌보던 ‘보건소’라는 옛 기능으로부터 출발한 곳이기 때문에 ‘치유 공간’의 기능을 현재까지 공간 안에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를 갖춘 레지던시 공간들


허브의 메인 기능은 ‘입주 프로젝트’를 위한 레지던시 공간의 운영에 있었다. 올해에는 1층에서 4층에 자리잡은 스튜디오에 8개의 새로운 팀들이 들어와 허브에서 운영하는 상 하반기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상반기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보건소>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하반기에는 특수직군 및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예술·마음·치유> 프로그램이 실행된다. 

아홉 개의 스튜디오는 음악을 통한 치유가 가능하도록 악기로 가득한 방, 여러 미술도구들로 채워져 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로운 느낌을 주는 방, 자유로운 몸짓이 가능하고, 비어있으나 채움이 예약된 공간 등 각각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아직 올해 선발된 8개의 팀이 모두 입주가 된 상태가 아니어서 비어있는 공간들이 많았지만 곧 각 공간의 특성과 장점들은 입주팀의 서로 다른 색깔들과 맞물려 하나하나 개성 있게 채워져 갈 것이었다.



2017년 프로젝트 워크숍 진행사진 (서울예술치유허브 제공)


취재를 간 날은 새로 입주한 프로젝트 팀들의 워크숍이 진행되는 날이라 여기저기 분주히 발표 준비를 하는 팀들이 보였다. 그 중 아티스트 커뮤니티 ‘클리나맨’ 팀을 복도에서 만나 잠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팀의 대표인 김현주 씨는 그 동안의 활동들에서 인연을 맺게 된 초 중 고 현업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허브에서 한 해 동안 고민해 볼 것이라고 했다.  

“예술치유로 특화된 공간이니 만큼 이곳에서 만나는 다른 예술가들과의 협업, 예술치유에 대한 전문적인 멘토링을 통해 기존 프로젝트를 좀 더 발전시키고,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팀의 이름인 ‘클리나’ 라는 용어는 물리에서 중력과 관성에서 벗어나려는 힘을 의미한다고 한다. 허브에서의 일 년이 그들에게 그런 힘을 보다 강하게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전시 중 작업 중인 전휘목 작가


2층 한 켠의 ‘갤러리 맺음’은 상반기에는 공모를 통해 공간 특성에 맞는 10개의 전시를 선정하여 전시하고, 하반기에는 허브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의 결과물 중심으로 전시를 하는 곳이다.


현재는 전휘목 작가의 ‘너에게 닿기 위한 쓸모없는 말들’이라는 타이틀의 전시(~3/17)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작가가 관람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현장에서 직접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려 벽을 채워나가는 상호 참여 전시형태였다.





“공간이 주는 치유효과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전시공간을 하나의 치유공간으로 구성해 보았어요. 단순히 수동적인 관람이 아닌 스스로의 말을 풀어내는 공간이 되는 셈이죠.” 전시 첫날은 아마 비어져 있었을 벽은 사람들이 풀어낸 말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그림으로 남아 빼곡히 전시장을 채우고 있었다. 



서울예술치유허브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쉽게 예술을 접하고 이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면, 그것이 일종의 치유가 되겠지요. 예술가는 아마 그 예술과 관객의 접점에서 가이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요.



허브와 같은 공간에서 예술가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전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사람들의 결코 ‘쓸모없지 않은 말’들을 그림으로 모으는 일, 그것이 아마 그가 말하는 가이드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늘공방과 하늘마당


성북구가 내려다보이는 허브의 옥상에는 시민커뮤니티 지원공간인 ‘하늘공방’과 ‘하늘마당’ 두 개의 공간이 있다. 하늘공방은 시민들이 함께 목공을 배우는 곳이자 시민공모를 통해 이 공간을 채워서 보다 신선한 콘텐츠와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허브는 ‘초록나무’라는 이름의 암 환우들을 위한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지원하여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하에 있는 주민창작실과 밴드실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에게 편리하고 저렴하게 공간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2010년 개관 이후 7여 년간 ‘시민의 삶과 사회의 치유’를 위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가 운영되어온 흔적이 허브 공간 곳곳에 차곡차곡 모아지고 어우러지고 있었다.



책과 쉼이 있는 1층 예술다방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허브의 공간 안내를 맡아준 우혜인 씨는 작년 한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2-30대 청년대상으로 진행되었던 <사랑, 하노라면!>이라는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 이야기해 주었다.



요즘 청년들을 삼포세대라고 하잖아요. 8회차 프로그램이었는데 처음에는 참여한 분들의 표정이 밝지 않아 걱정이 되었는데 회차가 진행되면서 점점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어요. 각자를 표현하는 네임 카드를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개개인이 모두 다양한 자신을 표현해 내시더라고요.



‘변화의 순간’. 그것이 바로 서울예술치유허브가 꿈꾸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허브를 통해 일어나는 많은 일들 속에서 위로 받고, 치유되어 성장하는 개인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 것, 그것으로 사회가 조금 더 건강해 지는 것 말이다.


“난쟁이는 백설공주의 조력자인 동시에 열심히 일하는 일꾼이며 평화로운 숲에서 살고 있는 친구로, 시민들과 공존하는 서울예술치유허브의 운영방향을 표현하고 있다”


백설공주 이야기 속 난쟁이를 모티브로 하여 꾸며졌다는 허브의 지하 벽화에 대한 설명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아마도 조금 이른 봄으로의 여행에서 ‘서울예술치유허브’와의 만남이 숲 속 난쟁이를 만난 듯 참 반가웠던 것은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울예술치유허브 공간소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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