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예술실험센터
홍대입구역 9번 출구로 나와 KFC 옆 첫 번째 골목을 따라 오른쪽으로 걷다 보면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Tourist Information)이 나온다. 인포메이션 건너편에 버쉬카(Bershka)가 크게 쓰여 있는 건물과 토니모리(Tonymoly) 건물 사이로 들어가면 다음과 같은 골목이 나온다.
골목의 양 옆에 있는 각양각색의 식당에서 풍기는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계란빵, 닭꼬치 등으로 군것질을 하고 휴대폰 케이스 등의 액세서리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걷다 보면 오른편에 호미 화방과 트릭아트 전시장도 마주하게 된다. 시간이 많다면 구경해도 좋다. 계속해서 앞쪽으로 걷다 보면 전봇대가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때 일방통행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안녕, 파스타>라는 이름의 가게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채 5분도 안 되어 주황색 문이 서교예술실험센터를 밝게 빛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상수역과 합정역에서 상상마당까지 오고 일방통행이 적힌 전봇대까지 직진하고 좌회전해서 찾을 수도 있지만, 홍대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에 홍대입구역에서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서교 가는 길 (순서대로 홍대 앞 골목, 표지판, 코너)
2009년, 6월 19일 서교동 동사무소는 실험적인 예술에 대한 원대한 소망을 품고 서교예술실험센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2013년부터는 공모를 통해 모집한 예술인, 문화예술 거버넌스 <공동운영단>를 중심으로 홍대 앞 문화예술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 중이다. 작은예술지원사업 ‘소액多컴’, 공간지원사업 ‘쉐어프로젝트 : 실험실’, 미발표 음원 지원사업 ‘미발표 음원 창고’, 홍대 앞 공간 협력사업 ‘같이, 가치’, 예술가 교육사업 ‘아고라’ 등, 서교예술실험센터 공동운영단 기획사업을 통해 예술가들의 열정과 실험 정신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며, 홍대 생태계를 연구하고, 홍대의 예술인들 간 네트워크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신진-유망-기성 예술가’로 이어지는 경력별 지원사업을 운영하며 시각 분야 지원 거점 기구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서교예술실험센터 가운데에 있는 무인 인포메이션 센터 ‘아트인포’에서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월요일 및 공휴일 제외) 자유롭게 마포구 일대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 소식과 관련 프로그램의 정보를 살펴볼 수가 있다. 문화예술 공간 운영자 또는 홍보하고 싶은 예술 관계자라면 누구든지 2층 운영사무실에 의뢰한 후, 프로그램 북이나 미완성, 미발표 앨범 등도 비치할 수가 있다.
현재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의 발표/시연/창작 작업 공간으로 제공하는 서교예술실험센터 공동운영단 기획사업인 공간지원사업 ‘쉐어프로젝트 : 실험실’이 진행 중이었다.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이 실험실이라는 무대에 올라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2월 18일부터 4월 1일까지, 1층에는 실험실 01-03호, 지하 1층에는 실험실 04 - 06호가 진행되었으며 실험실마다 약간의 날짜가 차이가 있었다.)
실험실 01호 : 산책자의 정원 <한입_만行>
1층 왼편에 위치한, 2 채널 영상과 설치 작품으로 이루어진 <한입_만行> 작업에서 2 채널 영상에서는 만나는 사람에게 ‘한 입만’에 해당하는 음식을 얻어먹고, 예술의 쓸모와 가치에 대해 역설하는 작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영상 주위에 사람들에게서 쓸모없는 것을 얻기 위해 사용한 일회용품과 장갑, 가방, 쓸모없는 것(음식물)을 반투명한 원에 넣고 일렬로 전시해두고 있었다. 3월 18일(토)부터 3월 26일(일)까지 전시했으며 퍼포먼스는 3월 24일 오후 6시에 진행되었다.
<한입_만行> 소품 및 전경
실험실 02호 : 하소정 작가의 <낯선 해마의 기억>
“누군가의 기억이 우리 모두의 추억의 재료가 됩니다. 얼굴이 지워진 사진, 그곳에는 주인이 없어진 공간과 시간, 그리고 정서만 남아있어요. 우리는 비어있는 사진 속에서 낯익은 장면들을 마주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익숙한 정서에서 자신들의 기억을 떠올리죠.” 이러한 작가의 생각에서 시작된 이번 전시는 특정인의 기억과 추억을 재구성하는 관객 참여형의 프로젝트다. 관객은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얼굴 없는 사진을 고르고, 사진첩에 사진을 끼우고 그에 맞는 글귀를 함께 적어 넣으면, 전시가 끝날 무렵이 되면 관객들이 하나하나 채워 넣은 기억의 자락들이 담긴 우리 모두의 사진첩이 완성된다. 이 전시는 3월 18일(토)부터 4월 1일(토)까지 화, 수, 목, 토요일 오후 3시부터 8시, 금요일, 일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되었다.
<낯선 해마의 기억>
실험실 03호 : 엽록소 <엽록소 연구개발관>
“꽃 선물은 받는 사람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데, 패키지 형태나, 파는 꽃의 종류를 보면, 이게 꽃을 받는 사람을 생각하는 건지, 참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죠. (실험실) 전시 기간에는 무료로 주문을 받았고요. 구매자가 선물하는 의도에 맞게 꽃을 추천하기도 해요. 주문을 받으면 그날 꽃 시장에 가서 꽃을 구해서 포장하고 선물 의도에 맞게 패키지를 기획하죠. 2월부터 시작했고 3월 말에 그 간의 과정을 다 엮어 전시할 예정이에요.”라고 박민아 작가는 말했다. 전시실에는 꽃집에서 흔히 보는 장미 대신에 프리지어 등, 아기자기한 꽃들이 받는 사람을 기다리며 책상 혹은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이 오픈 스튜디오 작업은 2월 18일(토)부터 4월 1일(토)까지 진행되어 이후 <엽록소 연구개발관-결과보고전> 이름으로 전시가 마무리됐다.
<엽록소 연구개발관>
작지만 편안한 쉼터, 예술다방
1층 전시실 뒤로 널찍한 테이블과 다양한 행사 정보 잡지가 카페 같은 여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름 하여 예술다방이다. 나만의 시간을 조용히 보내고 싶거나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 작업을 하거나 비치된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편하게 이용할 수가 있다. 다방 한편에 비치된 음료도 무료로 마시면서.
예술다방
실험실 04호 : 업체 <I.WILL.SEOUL.YOU>
서울시의 넘쳐흐르는 지리 정보를 무작위로 선택해 ‘구’ 별로 분류하여 디지털 큐레이팅 관광 가이드 맵을 보여준다. 단, ‘서울특별시 미래유산관광과’의 외주를 받은 것으로 상상된 <I.WILL.SEOUL.YOU>는 서울시가 홍보하고 싶은 안전하고 팬시(Fancy)한 장소 대신에, 이러한 장소를 그려 모은 가짜 가이드 맵을 통해 관광의 소비주의적 면모가 조형해내는 도시의 장소성, 그리고 이를 응시하는 행정 주체의 시선을 비평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쉐어프로젝트’를 위해 더 큰 규모로 진행될 이번 행사는 ‘iwillseoulyou.kr’ 시연회를 진행하고, ‘I.WILL.SEOUL.YOU’ 영상을 상영, 스마트 디바이스가 없는 시민을 위한 책자 판매를 하는 단계로 진행된다. 전시 기간은 지난 3월 18일(토)부터 3월 30일(목)였다. 하지만 홈페이지와 시연회 홍보 페이지를 통해 전시 관련 내용을 다시금 볼 수 있다.
실험실 05호 : 이지연 <존재의 시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분할되는 잔상을 통해서 그 존재를 확인할 수가 있다. 이지연 작가는 “잔상이 일정하게 남는 것보다는, 시간 간격이 다르게 나타나서 어떤 자각에 대한 시간의 감지라는 부분을 구상해보려고 노력했고 아직까진 실험하는 단계예요. 시간의 감지라는 부분과 함께 존재에 대한 자각, 그 연관성을 연결해서 어떻게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이 작품을 준비했어요.”라고 말했다. 웹캠이 실시간으로 관객을 촬영하고 Max/Msp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의 시간을 조정해 영상을 여러 개로 나열한다. 잔상이 남고 그것이 시간의 구성이 된다. 관객이 없을 때는 구름 영상에 잔잔한 사운드가 깔리는데 작가는 사운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존재를 느끼게 하는 사운드를 고르려고 노력했다고도 말했다. 노트북 우측에 위치한 센서가 사람을 인지하게 되면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 화면 잔상이 남는다. 관객이 센서의 영역 밖으로 나가게 되면 다시 구름 영상이 나온다. 3월 18일(토)부터 3월 26일(일)까지 전시했다.
실험실 06호 : 지민 <데이터 쉐어링>
3월 12일에 시작한 지민 작가의 ‘데이터 쉐어링’은 몸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안무를 만드는 프로젝트이며, 4월 1일 오후 5시에 데이터(설문 내용)를 합쳐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평일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에 방문해야 창작 과정을 볼 수 있다.) 퍼포먼스를 위한 설문지 내용으로는 자신이 사랑하는 신체 부위가 어딘지, 폭력을 당한 신체 부위의 느낌이 어땠었는지, 타인을 관찰한 적이 있는지 등이다.
이렇게 실험실 예술가들에게 일정 시간 공간 1층을 임대하여 쉐어프로젝트 참여 프로젝트로서 건축 틈새 <한국, 99%의 건축, 그리고 틈새의 예술>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관련 워크숍도 진행됐다. 3월 14일에는 패션 디자이너∙호텔 수선화 이나나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엔지니어 손정수가 <비주류 문화의 중요성>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3월 23일에는 작가 <New Home> 스크리닝을 주제로 작가 차지량이, 3월 30일에는 <도시의 변화와 예술 생태계 : 개입, 전환, 기생>을 주제로 독립 큐레이터 심소미가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국의 예술가들의 현실을 대변하고, 자본을 추구하는 도시 속 99% 건축물 틈에서 예술가들의 생존 방법과 한국 예술의 위치는 무엇일까를 질문해보았다.
2층 운영사무실을 지나 안쪽으로 가면 정면에 세미나실 2가 있다. 서교예술실험센터 블로그 대관 안내 코너를 통해 세미나실 예약 현황을 확인하고 세미나, 스터디, 워크숍, 강좌, 면접장 등의 용도로 해당 공간을 대관할 수가 있다. (사용하기 한 달 전 - 7일 전까지 신청할 수 있다.) 최대 25명까지 정원 수용이 가능하며 4시간에 만원이고 빔 프로젝트 대여도 가능하다. 3층에 위치한 옥상정원은 아쉽게도 지금은 새 단장을 위해 재정비 중이다.
세미나실 안내 표지, 내부
서교예술실험센터 운영사무실에서는 더 좋은 전시를, 더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지금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열정적인 서교예술실험센터의 무대에 오르고 싶다거나 그 무대를 한번 눈여겨보고 싶다면 문을 한번 두드려보자.
<서교예술실험센터 안내>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6길 33(지번 : 서교동 369-8)
02-333-0246 / 11시 - 20시 /무료
(월요일, 국가공휴일, 이외에 서울문화재단 지정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