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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기록하는 나만의 방식

사라질 서울의 마지막 풍경을 담다, 2017 도시사진전 워크숍

by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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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려고 하기보다는 공간을, 사람을, 사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 분홍색. 알록달록한 색들이 세상을 꽉 채웠던 2017년 4월의 마지막 토요일이었다.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에는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토론하고 직접 현장을 찾아가 사진으로 기록하고자 하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매달 한 번 씩 시민청에 모이고 있는데, 성남훈, 임종진, 곽윤섭, 홍진훤 멘토 강사의 멘토링 이후 각각 중계동 백사마을, 성북동 북정마을, 창신동 절벽 마을, 한남동 우사단길로 출사를 나간다. 이때 찍은 사진은 7월에 개최될 ‘도시사진전’을 빛내줄 주인공이 된다. ‘오늘은 나도 사진가!’ 라는 마음으로 임종진 사진작가의 멘토링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후 우리가 함께 방문할 곳은 서울시 노원구 중계본동에 위치한 중계동 백사마을이다.


카메라는 거들뿐, 느린 호흡의 중요성


“이방인인 우리가 다른 이의 삶의 공간에서 어떤 것을 보고 남길 수 있을까요?” 임종진 사진작가는 계속해서 여러 사진을 찍기보다, 혹은 좋은 프레임을 찾는 것보다 ‘중계동 백사마을’이라는 새로운 공간과 관계 맺는 것을 강조했다. 렌즈 너머 대상과의 관계 형성으로 더욱 ‘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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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임종진 사진작가는 직접 찍은 사진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물었다. 한참 사진을 바라보던 시민들의 대답이 이어졌다. ‘삶’ ‘자유’, ‘자연’, ‘고단함’, ‘인내’. 한 장의 사진을 보고도 각자가 상상하고 해석하는 이야기는 모두 달랐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른 의견이 오고 가니 신선한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이어서 휴대폰 속에 담긴 사진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담은 사진’, ‘아름다운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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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갈 서울의 마지막 풍경, 중계동 백사마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많은 분들이 찍은 중계동 백사마을(이하 백사마을)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하지만 밖에서 보는 백사마을과 직접 안에서 들여다본 백사마을은 분명 다를 거예요. 그 안에서 작고 귀한 것들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작가님의 말씀이 끝나고 우리는 각자 발걸음이 닿는 데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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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동 104번지 백사마을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는 곳이다. 정부의 개발로 강제 이주 된 주민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곳이었으나, 백사마을은 약 50년 동안 개발의 손이 닿지 않은 채로 삶을 유지해왔다. 현재는 몇몇 주민들만이 백사마을을 지키고 있고 대다수 집은 빈 상태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사마을은 그 어느 곳보다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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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도 도시사진전에 참여한 직장인 이주희 씨는 “저는 경상도 사람이에요. 직장 때문에 서울에 오게 됐는데 우연히 도시를 기록한다는 문구를 보고 신청했어요. 워크숍에 참여하는 동안은 일상 속에서 일탈하는 기분이라 즐거워요. 지금 서울에 살고 있지만 낯설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서울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소중해요.”라며 활기찬 발걸음을 옮겼다.



흘러가는 시절 속의 도시


지금 이 순간도 도시는 변화하고 있다. 급하기도 하고, 느리기도 하게. 언젠가 날이 좋은 밤 서울을 걸은 적이 있다. 어둠 속에서 걸으며 만난 서울은 낮에 봤던 고층빌딩, 대형 쇼핑몰, 이동하는 차량들이 주는 이미지와는 무척 달랐다. 조용하고 차분하며 아늑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서울은 같은 하늘 아래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른 멋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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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도시를, 그리고 서울을 기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기록의 방법과 대상은 다양하고 무한하다. 오늘은 ‘사진’이었고 ‘백사마을’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붙잡을 수는 없어도 어떤 형태로든 기억하고 남기려는 행위는 소중하다. 먼발치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볼 수 있고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으니까.

모든 시민이 자신의 방식으로 도시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생각만 해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도시에 대한 관심은, 결국 나의 이웃, 내가 사는 지역, 나의 시선 그리고 나의 삶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두 차례 더 진행될 사랑방 워크숍 이후 시민청을, 그리고 도시를 가득 채울 사진들이 기다려진다.


2017 도시사진전 워크숍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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