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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작곡가, 그의 소리를 따라서

윤이상 100주년 기념 '청년 윤이상 연주단' 모집

by 서울문화재단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지난 6월 4일 일요일,
금호아트홀 연세는 가지각색의
소리로 가득 찼다.
바로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구성될
<청년 윤이상 연주단> 오디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롯,
오보에, 클라리넷 그리고 피아노로
구성된 이 연주단은 다가오는
여름 진행될 ’프롬나드 콘서트’를
비롯해 다양한 콘서트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시민들에게
윤이상의 주요 곡을 들려줌으로써
작곡가 윤이상의 생애와 음악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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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에게 주어진 8분. 적막을 깨고 숨을 힘껏 들이쉰 연주자의 소리로 무대와 공연장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어진 심사위원의 짧지만 날카로운 질문. “윤이상 작곡가를 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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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작곡가 윤이상의 음악을
처음 접했어요.
서양음악과는 조금 다른,
동양적인 느낌이었고 무엇보다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이상 작곡가를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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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교육을 전공하고 있어요.
윤이상 선생님의 곡을 들으면
서양악기지만 동양적인
느낌이 나는데 이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예악을 가장 좋아하는데
악보를 보고 연주하려 하니
리듬이 분해되어 있어서
악보를 읽는 과정이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그런데 몇 달 동안 연습하고
들어보니까 좋더라고요.

작곡가 윤이상. 분명 내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몇 년 전 통영으로 여행을 다녀왔을 때 윤이상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를 얼핏 들은 기억이 있다. 재빠르게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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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동안에 유년기를 보낸 윤이상 작곡가는 민족의 문화가 곳곳에 남아 있는 통영에서 유랑극단의 가무극, 풍악, 오광대놀이, 단오의 축제 등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는 후에 그의 소중한 음악적 추억이 된다. 이후 동시에 여러 음을 만들 수 있는 풍금을 보고 서양 음악에 매력을 느낀다. 윤이상 작곡가는 서양 음악에 우리나라 민요를 결합했다. 그가 작곡한 곡들은 서양 음악계에 작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동양악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미세한 떨림과 다양한 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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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선생님이 겪은
동백림사건을 알게 됐어요.
당시 동베를린을 통해
교포나 유학생들이 북한에
다녀오곤 했는데 이 일로 인해
간첩으로 몰린 사건입니다.
윤이상 선생님께서
그런 아픈 역사가 있는지
몰라서 한편으론 충격적이었어요.

윤이상 작곡가는 일제 치하, 남북 분단, 독재정권 등 수 많은 역사를 겪었고, 이는 그의 음악을 통해 확인하고 느낄 수 있다. 오디션에 참가한 연주자들 중 몇몇은 그의 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내가 아는 그 첼로인데, 연주한 곡은 해금이나 가야금이 내는 소리와 같았다. 동서양의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신비로운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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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오디션에 참가한 청년들이 부럽기도 했다. 어렵고 난해해서 악보를 읽어내기 어려워도, 그 악보를 공부할 수 있고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통해 얻은 정보로 아는 ‘윤이상’이라는 사람보다 훨씬 더 깊이 있게 그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디션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길고 긴 통학시간 늘 함께하던 라디오와 팝송 대신 검색창에 ‘윤이상’을 검색해보았다. 오디션 참가자들이 연주했던 곡, 참가자 중 누군가 좋아하는 곡이라고 했던 ‘예악’ 등 윤이상 작곡가의 곡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래됐지만 쓰면 쓸수록 빛을 발휘하는 가죽처럼 자꾸만 그의 음악을 들어야 그의 소리는 더 커지고 가치가 커지지 않을까?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으로 그를 기억해보려 한다.


20세기 현대 음악사에서 독보적인 위치임에도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윤이상 작곡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온 참가자도 있었다. 아직 작곡가 윤이상을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 여름과 가을, 작곡가 윤이상의 음악정신을 잇는 청년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를 기대해 본다.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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