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신비로운 나라, 원더랜드에 초대합니다
지난 5월 25일 목요일,
성북구에 위치한
서울예술치유허브에서
최선령 작가의 <원더랜드,
Wonderland(이하 원더랜드)>가
문을 열었다.
이 전시는 2017 갤러리 맺음
후원공모의 선정작으로,
서울예술치유허브는
'예술을 통한 시민의 삶과
사회치유'라는 주제로
전시를 지원하고 있으며 치유적
주제와 예술치료 관련 전시가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최선령 작가가 받은 치유는
어떤 치유였을까. 그리고 그녀는
관객에게 어떤 치유를 건네고
있을까? 원더랜드를 꿈꾸고 그린,
최선령 작가와 만나 원더랜드의
숨은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았다.
최선령 작가는 몇 년 전 어머니가 아프신 이후 몸이 안 좋아져 산속에서 요양 생활을 했다.
“산속에서 지내다 보니 요양원에 온 사람들이 죽음을 피해서 자연 속으로 들어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습을 보면서 죽음과 자연이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시나 병원, 일상생활과 같은 문명생활권에서는 죽음을 언급하지 않고 없는 것처럼 여기려고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자연과 죽음, 이것이 공존하는 것이 진정한 ‘자연’스러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녀는 요양 중 이상한 나라 ‘원더랜드’를 만났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을 살려 또 다른 ‘원더랜드’를 그렸다. 그녀는 ‘날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고 접하기 어려운 자연 대신,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식물원 같은 공간을 떠올렸다.
“예전에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연기나 물을 많이 그렸어요. 무채색으로 말이죠. 물이 연기가 되고 다시 연기가 물이 되듯이 모습만 다를 뿐 모두 하나의 형태라는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문득, 식물원이라는 공간은 참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저는 7살 때부터 꾸준히 제주도에 있는 여미지 식물원에 방문했어요. 이상한 점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도 당연하게 변해야 하는데 언제 가도 같은 자리에 같은 나무가 심어져 있는 거예요. 식물원이 레고로 만들어진 도시 같았어요. 영원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무척 인위적인 공간이죠.“
최선령 작가는 복잡하지만 끝없는 질문을 담은 작품을 겨울부터 작업해왔다. 그녀는 앞으로도 계속 이상한 나라 원더랜드를 그려나갈 계획이다. 다음 작품은 아쿠아리움이나 테마파크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작가는 이 ‘원더랜드’들이 현대인들로 하여금 일상을 뒤로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며, 죽음이 제거된 공간이라고 재정의했다.
“원더랜드에서는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일상과 분리돼서 죽음이라는 가능성 자체가 제거된 공간인 거죠. 한 예로 놀이공원에서 위험한 놀이기구를 타지만 안전점검을 통해 위험이란 요소가 제거되잖아요. 진짜 자연과 진짜 자연인 것처럼 꾸며놓았지만 자연이 아닌 공간을 그리고 싶었고, 앞으로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요.”
최선령 작가는 전시를 관람하는 시민들이 ‘이상하고’, ‘신비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시의 그림이 그녀가 실제로 경험한 복잡하고 이상한 의문으로부터 시작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여겼던 자연에 대한 의문, 그리고 그 자연으로부터 받은 위안과 위로.
작가가 들려주는 작품 속 숨은 이야기를 듣고 전시장을 다시 한 번 돌아봤다.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도전한 설치 전시도 눈여겨봤다. 이곳에 있으면서 뜨겁게 달궈졌던 몸이 평온을 되찾았다. 평소 조명을 좋아한다는 작가가 꾸민 공간은 문턱을 넘으면 정말 다른 세상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도록 했다. 가장 좋아한다는 여미지 식물원을 보고 그린 그림은 내 방,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고 내내 보고 싶었다. 이상하게 기분 좋은 그림들이었다.
작가가 만나고 만들어간 원더랜드에서, 그녀가 어떤 위로를 받았고 어떤 이야기를 건네는지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Wonderland> 최선령 개인전
2017. 5. 25(목) ~ 6. 10(토) 10:00 ~ 18:00
서울예술치유허브 갤러리 맺음
<차기 전시 소개>
구은정 개인전 <떨어진 것과 빛나던 것과 잊혀진 것>
전시기간 : 2017. 6. 18(일) ~ 2017. 7. 2(일) 10:00 ~ 18:00
전시소개 : 개인적이지만 보편적일수도 있는 "기억의 풍경"을 다루는 설치 전시
전시장소 : 서울예술치유허브 2층 갤러리 맺음 (성북구 회기로3길 17)
문의전화 : 02 - 943 - 9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