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즐겁고 다 행복한 도시, 비보이(B-boy)와 춤을
평일 점심 무렵, 젊은 문화가 서울 구도심의 차도를 점령했다. 차가 달리던 도로 위에 파라솔과 의자가 놓이고, 길 옆 야외무대에서는버스킹 공연과 스트리트 댄스가 벌어졌다. 지난 5월 26일 무교로에서 마주친 이색 광경이다. 서울시청에서 청계천 입구로 통하는 무교로는 변화해온 서울의 기억을 간직한 노장의 거리다. 2017년 5월 22일부터 26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동안 여전히 건재하나 다소 빛 바랜 이 지역에 눈길을 끄는 행사가 열렸다. ‘걷고, 쉬고, 즐기는 무교로’라는 주제로 개최된 <무교 테라스>였다. 이는 서울시와 인근 상점 및 기업체가 함께 시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도심 재생 프로젝트이다.
도심 근무자의 점심시간은 한 끼 식사와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이면 훌쩍 지나간다. 오후 일과 역시 그저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날 인도로 바뀐 무교로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평범한 일상이 흐르던 구도심 지역이 야외사진전과 게임존, 야외테라스존, 인근 업체가 참여한 각종 할인 행사와 무료식사권 추첨 이벤트를 즐기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특히, 행사 마지막 날에 진행된 <서울시 대표 비보이(B-boy)단>의 공연으로 거리 가득 활기가 넘쳐흘렀다. 젊은 거리 춤꾼들의 힘찬 무대를 소개한다.
공연 전 야외무대가 있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사옥 광장에서 몸을 푸는 비보이(B-boy) 들을 만났다. 2017년 <서울시 대표 비보이(B-boy)단>으로 선정된 ‘갬블러 크루(Gamblerz Crew)’와 ‘드리프터즈 크루(Drifterz Crew)’였다.
먼저 검은 유니폼의 ‘갬블러 크루’ 팀원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개인기를 선보였다. 댄서들은 음악에 맞춰 온몸으로 리듬을 타며 관절을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첫 번째 등장한 팀원이 발을 가볍게 차올려 물구나무를 서는가 싶더니 순간 머리를 축으로 몸을 빠르게 회전시켰다. 묘기에 가까운 춤 동작이 어찌나 자연스러웠는지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림없는 생각이었다. 필자는 수년 동안 요가를 배우면서 물구나무서기를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공연 중 무대 밖으로 나온 댄서의 깜짝쇼가 보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비보이(B-boy) 들의 춤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다. 이들의 힘 있고 유연한 동작 속에서 무언가 메시지를 발견한 듯했다. 아마도 ‘나는 나야’라고 말하고픈 청춘들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자신의 느낌대로 몸을 움직여 표현하는 것. 스트리트 댄스의 매력이자 새로운 문화의 시작점일 것이다.
‘갬블러 크루’는 걸출한 춤 솜씨에 어울리는 경력을 지녔다. 이들은 한국 최초로 세계 4대 비보이(B-boy) 대회 중 가장 큰 대회인 독일 “Battle of the year”에서 2회 우승했다. 또한, 비보이(B-boy) 종주국인 미국의 댄스 배틀에서도 국내 최초 우승 타이틀을 따냈다. 또한, ‘갬블러 크루’는 댄스 서바이벌 TV 프로그램 <댄싱 9>에서 멤버 중 4명이 결승에 진출해 대중들에게도 인기를 얻었다.
갬블러 크루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시 대표 비보이(B-boy)단>으로 활동했으며 2017년 재 선정되었다. 그 동안 ‘메르스 치유 음악회’, ‘문화가 흐르는 서울광장’, ‘세종문화회관 야외예술축제’, ‘2015 점프 구로축제’ 등 서울시와 자치구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시민들을 행복을 선물했다. 2017년 올해에도 문화 행사가 열리는 거리 곳곳에서 이들의 멋진 공연을 다시 만날 수 있다.
검은색 유니폼으로 통일감을 강조한 ‘갬블러 크루’와 달리 또 하나의 서울시 대표 비보이(B-boy)팀인 ‘드리프터즈 크루(Drifterz Crew)’는 방랑자라는 뜻을 지닌 이름 아래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멤버들로 구성된 팀으로 2003년 창단 되었다. 팀원들은 헤드 스핀 돌기, 거꾸로 서서 다리로 7자 만들기, 손과 발을 이용해 무한 돌기 등 어려운 기술을 자연스럽게 구사했다. 그러나 그냥 서 있어도 춤이 배인 몸짓은 압도적인 연습량에서 나옴을 느낄 수 있었다.
‘드리프터즈 크루’의 수상 경력 또한 화려하다. 이들은 매년 세계 각국 대도시에서 개최되는 배틀 대회인 “Red BULL BC One World Final”에서 1위를 하는 등 각종 세계 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다. 아울러 이 팀은 국내외 방송, 영화, 광고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드리프터즈 크루’는 2015년부터 3년째 <서울시 대표 비보이(B-boy)단>에 참여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관객과 호응하는 춤판을 가장 좋아한다는 이들은 지난 2016년 DDP 보행 전용거리 행사에서도 시민과 함께했다.
공연은 ‘드리프터즈 크루’의 역동적인 군무로 끝났다. 눈부시게 파란 5월의 하늘을 배경으로 비보이(B-boy) 들이 힘차게 날아올랐고, 이를 바라보는 구경꾼들의 표정에 생기가 가득했다.
<서울시 대표 비보이(B-boy)단>은 서울문화재단이 2013년에 시작해 올해 5년째를 맞는 도시 축제 분야 사업이다. 서울문화재단은 본 사업을 통해 비보이(B-boy) 문화 활성화 기반을 확대 조성하고, 소외계층 및 청소년들에게 재능을 발견하고 자기를 표현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올해에는 정기 공모를 통해 ‘드리프터즈 크루’와 ‘갬블러즈 크루’ 두 팀이 선정되었다. 3월부터 12월까지 서울시 곳곳에서 열리는 문화행사와 연계한 비보이(B-boy) 공연에서 이들의 활약을 만나볼 수 있다. 마침 같은 날 오후 청계천 일대에서 열린 ‘2017 일자리 페스티벌’에도 비보이(B-boy) 들이 찾아갔다. 이들의 활기찬 춤이 구직자들의 불안한 마음에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누군가에게 재능을 나누는 삶은 보람차다. <서울시 대표 비보이(B-boy)단>은 공연 외에도 비보이(B-boy) 꿈나무들을 위한 멘토로서 활동한다. 현재 서울문화재단은 청소년을 위한 체험형 예술놀이교육 프로그램으로 ‘프리즌브레이크’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대표 비보이(B-boy)단>으로 발탁된 단체는 다양한 공연 활동과 함께 신규 공연 작품 제작을 지원받게 된다. 서울문화재단은 이들의 작품 작업에 필요한 스트리트 댄서들 간 네트워크 활성화 워크숍, 세미나, 포럼 등을 함께 진행한다. 작년에는 공연 제작을 위한 사전 창작 워크숍이 열렸다. 올해 대표 비보이(B-boy) 팀은 추가 워크숍과 제작 과정을 거쳐 9월~10월 중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계획이다. 앞으로 서울문화재단은 비보이(B-boy) 창작 공연을 예술 축제 및 문화콘텐츠로 활용하고,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무심코 지나던 거리에서 만나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은 곧 인생의 새로운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꿈으로 날아오르는 이들을 서울의 거리에서 만나보자.
<서울시 대표 비보이(B-boy)단> 안내
서울문화재단 축제팀 02-3290-7168/7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