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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Jun 23. 2017

비교할 수 없는 예술의 가치와 경제적 가치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의 출연료 논란

예술의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언제나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경험을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4월 6~7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공연했던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의 
‘고액 지휘료’ 논란 역시
예술의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충돌하는 단적인 사례다.
1.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2.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출처: 경기도문화의전당)



적당한 지휘료의 기준은?


“구조적 문제라지만… 살기도 힘든데 웬 음악이냐고요.” 최근 은수미 전 국회의원의 트위터 글이 논란이 됐다. 내한 예정인 한 해외 오케스트라의 티켓이 비싸도 너무 비싼 것이 문제였다. 졸지에 사치를 부리는 사람이 돼버린 음악팬들의 반발은 거셌다. 은 전 의원은 “말이 와전됐다”며 해명했지만 글이 삭제된 뒤에도 소동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한편, 지난 4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공연한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관련된 논란은 경기도문화의전당이 무티에게 2회 콘서트 출연료로 24만 유로(약 2억 8,700만 원)를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이는 항공료와 숙박비를 제외한 돈이다. 회당 출연료가 1억 4,300만 원을 상회하는 셈이다.

이탈리아의 명문 라스칼라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거쳐 2010년부터 미국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리카르도 무티는 세계 최고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해 경기도문화의전당 초청으로 방한, 국내 젊은 음악가들에게 오페라와 지휘 등을 가르치는 아카데미를 열기도 했다.

공연 관계자 A씨는 공연을 앞둔 4월 5일 “무티의 지휘료는 비정상적인 과다 지출”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무티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시카고심포니와 내한 공연을 하는 경우에도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를 포함, 전체 행사 비용이 3억 원가량이란 주장이다. 일단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월 해당 공연을 기획했던 빈체로 측은 “2회 공연에 10억 원 이상 들었다”고 반박했다. “사이먼 래틀과 같은 특A급 지휘자도 1회 지휘료가 3만 5,000유로(약 5,000만 원) 수준”이라며 “무티의 지휘료는 클래식계 관행을 벗어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클래식계 관계자들은 “지휘료는 (등급별로) 평균을 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클래식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지휘료는) 지휘자가 혼자 오느냐, 오케스트라가 함께 오느냐, 혹은 어느 나라에서 연주하느냐, 친분이 있는 악단이냐 등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기획·초청 공연의 지휘료는 명성이나 연봉과 꼭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일정 수준의 지휘자 평균은 얼마’라고 정해진 기준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단순히 공연 횟수만으로 가치를 환산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열린 ‘경기 리카르도 무티 아카데미’와 <무티&경기필 콘서트>, 올해의 <무티 베르디 콘서트>를 통해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 실력과 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티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일반적인 해외 지휘자와 달리 경기필 연주자들을 개인 지도하듯 세심하게 지도했다는 설명이다. 전당 측은 “경기필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가치는 경제적인 비용으로 산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 클래식계의 발전을 위한 투자인가?


클래식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지,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클래식 평론가는 “무티에게 많은 돈을 지급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지휘자가 오는 것만으로 악단은 대내외적인 도움을 많이 받는다. 단원이 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장과 같이 연주했다는 것만으로 홍보 효과가 있다”고 했다. 돈으로 설명할 수 없는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클래식 관계자는 “오로지 ‘세금’의 기준으로 보면 왜 이렇게 돈을 많이 쓰냐고 반발할 수도 있다. 반대로 지방 공연장의 현실과 클래식 수준의 향상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기량과 위상을 끌어올리는 부분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래식계의 변방일 수밖에 없는 한국의 한계를 같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는 “비단 무티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연주자, 지휘자 등과 계약할 때 무리하다고 느껴질 만큼 세세하고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이 국제적인 도시라고 해도 클래식계에서는 변방인데 (서울이 아닌) 수도권 오케스트라와 공연하려면 (경기도 측에서는) ‘플러스알파’를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프로축구 리그에 빗댄 홍형진 작가의 설명도 새길 만하다. 클래식 애호가로 관련 칼럼을 기고해온 그는 “중국의 프로축구 리그는 세계적인 선수와 감독을 유럽 현지 연봉의 3~5배를 주며 영입한다. 그들이 중국 무대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오직 돈이 전부이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그 많은 비용을 지불해서 (한국 클래식계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우리가 클래식 음악 관련 사업에 왜 투자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 박다해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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